[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현재 K리그 도중이기에 한 라운드를 쉬는 것은 무리수일 것을 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위기다. 월드컵에 가야 한다. 한 라운드를 쉬고 조기 소집을 하면 K리거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신태용(47) A대표팀 감독의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

물론 발언의 취지나 맥락은 이해한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지금 상황은 모두가 인정하는 ‘절체절명’, ‘풍전등화’의 위기다. 2경기 결과에 따라 향후 한국 대표팀의 미래가 모두 좌지우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대표팀은 K리그를 향해 ‘양해해달라’,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해달라’며 조기소집을 틈만 나면 해왔다. 이제는 하다하다 신 감독은 기존 리그 일정을 바꿔 중단하더라도 대표팀을 위해 희생해줄 것을 언급한다. 게다가 “한 라운드를 쉬면 K리거를 더 많이 뽑겠다”는 뉘앙스까지 풍긴다.

대표팀은 무조건 K리그보다 상위의 가치를 가지는 것인가. 정중하게, 그리고 전 구단을 돌아다니며 양해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아예 리그까지 쉬는 것을 얘기하는 신태용 감독의 행보는 분명 도를 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신태용 감독은 19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강원FC와 울산현대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찾았다. 하프타임에 취재진과의 짧은 인터뷰에 응한 신 감독은 기본적으로 “K리거를 10명이상 뽑을 것”, “K리그가 살아야 대표팀이 산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성남FC 감독으로 감독경력을 시작했던 신 감독이기에 그 누구보다 K리그를 잘 알고 이해하는 발언이자 전 감독 울리 슈틸리케의 K리거 홀대와는 반대되는 말로 더 공감을 받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꾸준히 주장하는 대표팀 조기소집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위와 같이 아예 K리그 일정을 한 라운드 쉬면서 대표팀을 위해 희생해줄 것을 말했다. 물론 단순히 개인 바람을 얘기한 것일지 모르나 A대표팀 감독이라는 사실상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개인 바람을 얘기한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극장가에서 최고 흥행을 기록 중인 영화 ‘스파이더맨’의 첫 실사영화의 명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신 감독이 모를 리가 없다. A대표팀 감독이라는 큰 힘이 있는 자리에는 발언 하나하나가 큰 책임이 따르며 영향력도 막강하다.

조기소집은 그 어떤 강제조항도 없다. FIFA에서는 친선경기는 킥오프 48시간 전, 월드컵 등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의 지역 예선전은 경기 당일을 포함해 나흘 전에만 소집할 수 있다.

즉 강제조항도 없는데 조기소집을 언급할 것이라면 각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에 정중하게 요청을 하고 하나하나 찾아가며 사정을 설명하고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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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치 대표팀이 무조건 K리그 위에 있는 듯이 지속적으로 조기소집을 언론을 통해 주장하기만 하는 모습은 ‘갑질’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물론 상황은 이해한다. 대표팀은 풍전등화의 위기다. 하지만 풍전등화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 또한 대표팀이 결코 K리그보다 위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표팀과 K리그는 서로 공생해야되는 관계일 뿐이며 사실 대표팀 없는 K리그는 가능해도 K리그 없는 대표팀은 불가능하다.

또한 대표팀은 늘 K리그에 ‘희생’을 강요하는데 대표팀이 K리그를 위해 양보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조기소집은 지난 6월 카타르전때도 이미 대표팀이 무려 경기 3주 전에 소집하기도 했었다. 툭하면 나오는 조기소집 카드에 소속팀들은 핵심선수를 내주며 훈련과 경기에 차질을 늘 빚어왔다.

물론 신태용 감독 때는 처음이지만 축구협회가 K리그를 대하는 태도는 ‘한국축구를 위해서’라는 말로 늘 자신들을 상위로 두기만 했다.

무엇이 진정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인가. 대표팀은 무조건 K리그보다 상위의 가치를 가지는가. 또한 규정상 없는 일을 하려면 ‘갑질’을 하기보다 ‘부탁’을 하는 태도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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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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