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피어스(40)가 보스턴 셀틱스 선수로서 NBA를 은퇴하게 됐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보스턴 구단 측은 자신들과 15시즌을 보냈던 피어스와 1일 계약에 사인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2013~14시즌부터 다른 팀들의 소속으로 뛰었던 피어스는 이제 보스턴의 유니폼을 입고 NBA 마지막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계약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아무리 스타로 이름을 날렸더라도 흐지부지한 말년을 보내는 일이 부지기수인 NBA에서 상당히 높은 예우를 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피어스가 어떤 커리어를 보냈기에 이런 예우를 받게 됐을까.

이제 피어스는 영원한 보스턴 선수로서 기억될 것이다. ⓒAFPBBNews = News1
▶보스턴 구단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스타

피어스는 1998년 NBA 드래프트에서 21세의 나이로 보스턴에 의해 전체 10순위로 선택받았다. 그리고 피어스는 3년차인 2000~01시즌부터 줄곧 팀 내 평균득점 1위로서 활약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즌들을 거치면서도 피어스는 보스턴 소속으로서 마지막 시즌까지 팀의 득점 선두를 차지했다.

이렇게 굵고 긴 활약 덕분에 피어스는 보스턴 구단 역사에서 크나큰 위치에 올랐다. 우선 총득점에서 피어스는 역대 보스턴 선수들 중 존 하블리첵(2만6395득점)에 이어 2위(2만4021득점)에 올라 있다. 그리고 피어스의 총 출전시간(4만360분)은 3위에 올라 있다.

한편 피어스가 역대 보스턴 선수들 중 1위에 오른 부문들도 있다. 3점슛 성공(1823개), 자유투 성공(6434개), 스틸(1583)이 1위에 올라 있다.

과거 1960년대 무렵에 8연속 우승을 거두기도 했고, 줄곧 리그의 명문 구단으로서 존재해왔던 보스턴에서 피어스는 기록을 통해 큰 존재감을 남기게 됐다.

▶경기 막판 승부사

2000년대 초반 한창 젊었던 당시 피어스는 높은 평균 득점을 올리면서도 4쿼터 막판 득점 활약에 있어서 더욱 강도가 높았다. 그리고 NBA 팬들의 뇌리에 깊게 남은 4쿼터 활약의 경기도 하나 있었다.

2001~02시즌 플레이오프 동부지구 결승에서 보스턴은 뉴저지 넷츠와 대결했다. 1승1패의 상황에서 3차전을 맞이한 보스턴은 3쿼터까지 줄곧 끌려 다녔다. 결국 21점차로 4쿼터를 시작하게 되며 승부는 뉴저지 쪽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4쿼터에서 보스턴은 무려 41득점을, 뉴저지는 16득점만 올리면서 결국 94-90, 보스턴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당시 피어스는 본인의 28득점 중 19득점을 4쿼터에 올렸다. 7번의 야투 시도 중 6개를 성공시키며 맹활약한 결과였다.

2000~01시즌부터 2003~04시즌까지 4시즌 동안 피어스는 매번 평균 득점 리그 순위보다 4쿼터 득점 순위가 높았을 만큼 경기 막판 승부사로서 나서는 경향이 높았다.

대형 스타 동료들이 들어왔음에도 피어스의 위치는 굳건했다. ⓒAFPBBNews = News1
▶파이널 MVP

2000년대 NBA의 가장 굵직한 뉴스들 중 하나가 케빈 가넷과 레이 앨런의 보스턴 합류 소식이다. 그리고 이들이 합류했던 2007~08시즌에 보스턴은 22년 만에 구단의 17번째 우승을 거뒀다.

당시 파이널 1차전에서 피어스는 부상이 있었음에도 경기 중 복귀하는 드라마도 보여주며 시리즈 동안 평균 21.8득점으로 보스턴의 득점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런 활약을 통해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그전까지 시원치 못한 성적에도 팀에서 고군분투하던 인내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았던 셈이다.

▶좋은 선례로 남을 계약

이제 선수로서 피어스가 팀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때는 지나갔다. 하지만 어느 은퇴 선수 부럽지 않은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피어스는 자신을 두고 “평생 셀틱스 일원”이라 말했을 만큼 보스턴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이런 선수가 보스턴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은퇴 경기를 치르는 일은 NBA 역사에서도 특별한 일이다. 상대방에게 얄밉도록 노련하게 득점하면서 2000년대를 수놓았던 NBA 대표 윙 플레이어로서 충분히 받을 가치가 있는 예우다.

NBA 팬들은 한 구단에서 오래 뛴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하지만 여러 사정이 얽히며 오래 뛰었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피어스와 보스턴이 보여준 유대관계는 NBA 팬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주게 됐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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