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박병호(31)가 노리는 1루수 혹은 지명타자 자리의 다른 경쟁자들도 참 못한다. 그러나 박병호도 뛰어나지 않다. 함께 마이너리그에 있던 황재균과 최지만은 승격을 했지만 박병호의 승격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먼저 실패한 니시오카 츠요시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박병호(왼쪽)와 니시오카 츠요시. ⓒAFPBBNews = News1
9일(이하 한국시각) 박병호는 시즌 2호 3루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나머지 타석에서는 2삼진에 그쳤다. 이날로 마이너리그 60경기째를 치렀지만 성적은 처참하다.

타율 0.244 출루율 0.303 장타율 0.391 4홈런 70삼진 최근 10경기 타율 0.242

마이너리그에서도 이런 성적은 매우 곤란하다. 같은 인터내셔널리그 북부에 속했던 최지만은 2할8푼5리의 타율에 장타율 5할5리를 기록한뒤 승격할 수 있었다. 황재균도 타율 2할8푼7리에 장타율은 4할7푼6리 정도를 기록했기에 승격했다. 이 두 선수도 오래 기다린 끝에 승격했음을 감안하면 박병호의 현재 성적으로 승격하기란 쉽지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사실 최지만, 황재균 승격도 마이너리그 성적에 비해서는 운이 좋은 편이었는데 박병호는 '그래도 메이저리그에 가면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도 부족하다.

사실 박병호만 잘하면 승격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당장 미네소타 주전 지명타자인 로비 그로스만은 70경기에서 2할4푼8리의 타율에 장타율은 3할8푼3리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출루율이 3할7푼3리로 뛰어나지만 장타가 필요한 지명타자 포지션에는 어울리지 않다.

주전 1루수인 조 마우어도 장타율은 4할2리에 그치고 있고 현재는 등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등록된 상황. 1루와 지명 백업이 가능한 케니 바르가스도 45경기에서 고작 2할4푼4리의 타율에 출루율도 2할8푼2리에 그치고 있다.

자신의 포지션에 버티고 있는 미네소타 경쟁자들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너리그내의 경쟁자도 신통치 않다.

ⓒAFPBBNews = News1
트리플A팀의 1루 경쟁자인 맷 헤이그는 타율은 2할9푼4리로 나쁘지 않지만 장타율이 4할5리에 그치고 있다.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3루와 외야를 보는 니코 구드럼도 타율은 2할4푼9리일 뿐이며 트리플A팀 주전 3루수인 레오나르도 레기나토도 타율 2할7푼7리에 출루율은 3할2푼2리, 장타율은 3할6푼1리밖에 안된다.

즉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 모두를 둘러봐도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갈만한 선수들이 부진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평균 이상만 해줘도 박병호의 승격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지만 박병호 스스로가 굉장히 부진하며 복을 차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마이너리그에만 있을 수 없는 박병호로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4년 1200만달러의 계약을 맺어 올해가 지나도 여전히 계약의 반이 남아있다. 빅마켓 팀이 아닌 미네소타로서는 600만달러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포스팅비용 1285만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지만 남은기간 600만달러를 주는 것보다 박병호와 남은 계약해지를 얘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한국에서는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남은 계약해지를 한 사례가 있고, 미네소타는 포스팅 비용 500만 달러에 3년 900만 달러로 일본 유격수 니시오카 츠요시를 2011시즌을 앞두고 계약했다. 하지만 2년간 실패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타율 0.258)하다 계약기간 1년을 남겼음에도 상호 계약해지를 했다. 니시오카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미 전례가 있기에 정말 상호 계약해지를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박병호 입장에서도 자신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남은 2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야한다면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분명 기회는 있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다. 경쟁자들이 모두 부진하며 박병호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박병호는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남은 것은 윤석민이나 니시오카의 전철을 밟는 수밖에 없어 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도 계약해지 경험이 있는 윤석민.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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