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자유 계약 시장이 열린 7월의 시작 전에도 LA 클리퍼스는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팀의 가장 큰 스타 2명이 자유 계약 신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 폴(32)과 블레이크 그리핀(28)이 그 두 주인공이다. 두 명 모두 나가는 경우는 물론이고, 한 명만 나가도 앞으로의 클리퍼스에게 큰 파장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현재까지 알 수 있는 결과는 폴이 트레이드를 통해 나가게 됐고 그리핀은 남게 된다는 소식이다.

2011~12시즌부터 6시즌 동안 클리퍼스 소속으로 뛴 폴은 훌쩍 떠나는 대신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퍼스에게 자산을 남겨주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폴은 선수 옵션을 실행하며 자유 계약 신분을 포기했다. 그래서 결국 클리퍼스는 지난 6월28일(이하 현지시각) 트레이드를 통해 휴스턴 로켓츠로부터 무려 7명의 선수와 1장의 2018년 드래프트 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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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클리퍼스는 급격한 추락 대신 나름 괜찮은 성적의 시즌을 맞이하는 연착륙을 이룬 것일까. 이와 비슷했던 NBA 사례와 클리퍼스의 최근 성과들을 통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대스타 한 명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다수 트레이드

한 명의 대스타가 떠나게 될 때 트레이드를 통해 여럿의 선수를 받게 되는 트레이드는 전에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결국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농구는 5인의 단체 종목이지만 크나큰 영향력을 지닌 선수 한 명의 공백은 평범한 여러 선수로 메울 수 없음을 시사해주는 선례들이다.

우선 2007년 7월 케빈 가넷의 트레이드 사례가 있다. 당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가넷을 보내며 보스턴 셀틱스로부터 5명의 선수와 2장의 1라운드 픽을 받았었다. 알 제퍼슨을 포함해 많은 선수들을 받았지만 미네소타는 그 후로 기나긴 암흑기를 보냈다.

2012년 8월 드와이트 하워드가 포함된 트레이드는 4팀이 연계된 대형 트레이드였다. 당시 올랜도 매직은 LA 레이커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덴버 너겟츠와의 4각 트레이드를 통해 6명의 선수와 4장의 드래프트 픽을 들여왔었다. 하지만 역시 올랜도도 그 후 리그 하위권을 맴돌기만 했다.

이렇듯 대스타가 떠날 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들은 있었지만 결국 훗날에 가시적인 도움이 되기는 힘들었다. 재능이 특출한 선수가 아니고서는 전에 있던 대스타의 생산성을 메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퍼스에 들어온 패트릭 베벌리, 샘 데커, 몬트레즐 해럴, 대런 힐라드, 디안드레 리긴스, 루 윌리엄스, 카일 윌트저 중에 폴의 빈자리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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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홀로 전면에 나서게 된 그리핀

그래도 클리퍼스에게 위안이라면 그리핀이 남게 된다는 소식이다. 그리핀은 5년에 걸쳐 1억7000만 달러 가량에 해당하는 계약을 클리퍼스와 다시 맺게 된다고 전해진다. 계약의 크기로 봤을 때 클리퍼스는 그리핀에게 앞으로도 큰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그리핀은 파워 포워드지만 통상적인 파워 포워드가 아니다. 시즌을 거듭하며 그리핀은 가드처럼 플레이하는 성향이 높아졌다. 커리어 초창기엔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을 통해 골밑에서의 힘을 과시했지만 이제는 외곽에서 기회를 도모하는 경우가 잦다.

경기 당 패스 횟수에서도 최근 시즌마다 폴에 이어 팀 내 2번째를 차지해왔으며 어시스트도 평균 5회 근처를 기록해왔다. 이제 폴이 나가게 된 상황에서 그리핀은 볼을 손에 두는 시간이 더욱 늘게 됐다. 이제 플레이메이커로서 그리핀에 대한 진정한 시험대가 열린 셈이다.

다만 최근의 경향을 봤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최근 3시즌 동안 그리핀은 결장하는 경우가 잦았다. 2014~15시즌에는 15경기, 2015~16시즌에는 47경기, 2016~17시즌에는 21경기를 빠졌다. 각종 부상과 질환이 원인이었다. 이 문제 또한 그리핀과 클리퍼스에게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윙 득점원의 교체

클리퍼스의 전력 누수는 폴에서 그치지 않았다. 슈팅 가드로서 전 시즌 팀 내 3번째로 높은 평균 15득점을 올렸던 JJ 레딕도 팀을 나가게 됐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계약 협상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클리퍼스는 레딕이 나간 자리를 다른 득점원으로 채우는 움직임을 보였다. 3각 트레이드를 통해 덴버로부터 다닐로 갈리나리(29)를 영입한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갈리나리도 볼이 자기에게 넘어 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득점원이다. 최근 2시즌 동안에는 평균 득점에 있어 덴버의 선두이기도 했다. 대신 평균 20득점 이상은 넘겨본 적이 없으며 크게 나서는 성향이 아니기도 하다. 그래도 좋은 플레이메이커를 만난다면 득점 효율성에서 상승을 기할 수 있음을 전 시즌 야투율 44.7%를 통해 보여줬다.

다만 갈리나리도 내구성 문제가 컸던 경향이 있다. 시즌 전체를 빠진 2013~14시즌도 있었고 최근 3시즌도 20경기 가량씩 결장했다. 지난 시즌 폴과 그리핀이 동시에 장기 공백을 보이며 고전을 겪었던 클리퍼스에게 우려되는 사항이다.

▶풍랑을 거치게 될 클리퍼스

폴의 이적 소식이 나왔을 때 클리퍼스가 리셋 버튼을 누르리란 예견도 꽤 있었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나름의 해결책으로 버티기를 선택했다. LA라는 큰 시장과 2014년에 새로운 구단주 자리에 오른 스티브 발머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는 조건에서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다만 시기가 안 좋기는 하다.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전력을 거의 유지해낼 전망이다. 게다가 올여름 서부지구 팀들이 전력 강화를 위해 유난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전 시즌의 전력을 클리퍼스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성적 하락이 우려될 수준의 리그 흐름이다.

따라서 폴과 레딕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한 현재의 시도가 만족스런 결실을 맺지 못할 가능성이 제법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리퍼스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폴이 오기 전 원래 터줏대감들인 그리핀과 디안드레 조던의 활약이 중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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