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샌프란시스코 황재균(30)의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가히 한국 메이저리그 진출사에 길이 기억될 환상적인 경기였다.

데뷔를 중심타선인 5번 타순으로 한 것도 놀라운데 두 번째 타석에선 투수 땅볼로 타점을 올리더니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3-3 동점을 깨는 결승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가 홈런인 특별한 기록을 세운 황재균은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며 경기 MVP에도 선정되는 ‘완벽한 데뷔전’을 가졌다.

그렇다면 황재균을 비롯한 다른 한국 메이저리거들의 데뷔전은 어땠을까. 모두에게 ‘처음’은 특별한 법이다. 그 특별한 ‘처음’을 누구보다 더 특별하게 보낸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데뷔전’과 관련된 일화를 살펴본다.

왼쪽부터 박찬호, 김병현, 황재균, 최희섭, 추신수. ⓒAFPBBNews = News1

▶박찬호 : 특별했던 특별하지 않은 데뷔전

1994년 4월 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LA다저스의 경기에 낯선 동양인 투수가 9회 등판한다. 이미 팀이 0-6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패전처리.

올라오자마자 첫 두 타자에게 모두 볼넷을 내주며 강속구와 역동적인 투구폼이 무색한 제구력을 선보였다. 이후 2타점 2루타까지 맞으며 흔들렸지만 나머지 3타자를 삼진-땅볼-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1이닝 2실점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바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의 데뷔전 결과였다. 한국인이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1이닝 2실점의 결과는 매우 좋지 못했다.

하지만 박찬호의 놀라운 데뷔 이후 2017년 6월 황재균까지 21명의 한국인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영원히 기억될 1호 메이저리거의 데뷔전은 특별하지만 특별하진 않았다.

마운드에 올라 예의바른 인사로 메이저리그에 큰 화제가 됐던 박찬호. ⓒAFPBBNews = News1

▶김병현 : 20살 신인의 1점차 세이브 상황서 데뷔전

박찬호의 성공 이후 많은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그들 중 김병현은 분명 달랐다. 성균관대에 재학중이던 김병현은 대학 1학년만 마치고 곧바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25만달러의 계약을 맺는다. 현재까지도 225만달러의 계약금은 아시아 아마추어 계약금 역대 1위일 정도로 엄청난 인정을 받았다.

만 20세에 마이너리그에서 미국생활을 시작한 김병현은 단 2개월만에 마이너리그 루키레벨부터 트리플A까지 격파했고(마이너리그 22경기 평균자책점 2.19) 1999년 5월 30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진다.

데뷔전 상대는 뉴욕 메츠였는데 이 상황이 지금봐도 황당하다. 이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스무살 신인에게 애리조나는 8-7로 간신히 앞선 9회말 마무리를 맡긴 것.

김병현은 두 타자를 범타로 막은 후 맞이한 당대 최고 타자 마이크 피아자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데뷔전에서 1이닝 무실점 1탈삼진 세이브를 기록한다. 황재균 이전에 가장 화려한 데뷔전을 가진 선수라면 단연 김병현일 수밖에 없다.

김병현의 1999년 데뷔전 투구 모습. ⓒAFPBBNews = News1

▶최희섭 : 첫 선발 경기서 메이저리그 첫 안타가 홈런

최초의 한국인 ‘타자’ 메이저리거였던 최희섭은 3년의 마이너리그 생활 후 2002년 9월 4일 확장로스터 때 승격해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7회 대타로 나오며 데뷔전을 가졌다. 당시에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진 최희섭에게 특별했던 것은 첫 선발경기다.

4경기 연속 대타로만 나오며 계속 삼진과 범타로만 물러났던 최희섭에게 2002년 9월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원정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 명령이 떨어진다.

메이저리그 첫 선발경기라 긴장했는지 첫 두 타석에서 무기력했던 최희섭은 7회 드디어 솔로홈런을 쏘아 올린다. 이날 팀의 유일한 득점의 주인공이 최희섭이었고 황재균 이전에 메이저리그 첫 안타가 홈런인 한국 선수는 바로 최희섭이었다.

최희섭의 2002년 데뷔전 홈런 모습. ⓒAFPBBNews = News1

▶추신수 : 트레이드 되자마자 첫 경기서 친정 상대로 결승 홈런

현재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맏형이지만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스토리는 눈물없인 듣기 힘들 정도로 구구절절하다. 2001년 마이너리그생활을 시작해 6년이 지난 뒤에야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던 추신수는 데뷔를 해서도 당대 최고 타자이자 포지션 경쟁자인 스즈키 이치로에 밀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다.

결국 2006년 7월 추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됐고 트레이드가 되자마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주전 우익수를 꿰찬다. 그리고 클리블랜드 데뷔전 상대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시애틀이었다.

2006년 7월 29일 클리블랜드 데뷔전을 가진 추신수는 시애틀의 친한 동료이자 에이스인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6회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뽑아낸다. 자신을 7년이나 보유하고도 제대로 쓰지 않고 트레이드 시킨 친정팀 시애틀을 향해 쏘아올린 이 홈런은 이날 경기 유일한 득점이었고 클리블랜드는 추신수 덕에 1-0으로 승리한다.

지금은 아시아 홈런 2위(158홈런, 6월 29일까지)이자 초고액 연봉자인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이자 클리블랜드 데뷔전은 7년간 몸담았던 시애틀을 향한 한풀이였다.

추신수의 클리블랜드 트레이드 후 모습.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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