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부상만 없었다면 정말 압도적인 신인왕 후보였던 조엘 엠비드가 시즌 아웃으로 잔여 시즌을 뛰게 못하게 되는 것이 확정됐다.

당시 [NBA 현미경]에서는 다리오 사리치, 버디 힐드 그리고 말콤 브로그던을 새로운 신인왕 후보로 소개한 바 있다. 이후 5월20일(이하 한국시각)에 발표된 NBA 어워즈의 신인왕 최종 3인 후보에는 사리치와 브로그던, 그리고 단 31경기를 뛴 엠비드의 이름이 올랐다.

결국 27일 열린 NBA 어워즈에서 브로그던이 엠비드와 사리치를 꺾고 생애 단 한 번만 차지할 수 있다는 신인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다른 두 경쟁자인 엠비드와 사리치는 같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소속이고, 똑같이 201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은 선수들이다. 모두 로터리 픽 지명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신인왕 수상에 실패했다는 또 다른 공통분모를 가지게 됐다.

2017 NBA 신인왕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브로그던. ⓒAFPBBNews = News1
반면 브로그던은 2016년 드래프트 지명자이며 2라운드 전체 36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브로그던 이전에 그 보다 낮은 순번으로 지명돼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는 1957~58시즌 8라운드 60번픽으로 지명됐던 우디 솔즈베리가 마지막이다. 이때는 현재와 드래프트 방식도 달랐고 또 NBA의 팀도 동부에 4개팀, 서부에 4개팀이 전부였던 시기다.

드래프트에서 NBA 팀들이 2라운드까지만 선수를 뽑게 된 1990년 드래프트 이후 신인왕 수상자는 모두 로터리 픽 지명자였다. 지금의 형태와 큰 틀에서는 비슷해졌던 1966년 이후 가장 낮은 순번의 신인왕은 1라운드 18번 지명자였고, 그는 현재 방송 해설자로 활약하는 마크 잭슨이다.

즉 이번 브로그던의 신인왕 수상은 NBA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만한 사건이다. 1992년생으로 1994년에 태어난 신인왕 경쟁자이자 2014년 드래프트 출신인 엠비드와 사리치보다도 나이가 많은 브로그던은 엘진 베일러, 데이비드 로빈슨과 함께 만 나이 기준으로 24세 생일을 보냈던 시즌에 신인왕을 거머쥔 3번째 선수가 됐다.

브로그던은 엠비드처럼 혼자의 힘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는 아니다. 75경기 중 28경기를 출장하며 81경기 중 36경기를 주전으로 출전한 사리치보다도 적은 총 출장 경기 및 선발 출장 경기 수를 기록하긴 했지만 브로그던은 2차 스탯에 나타나는 효율성 부분에서 필라델피아 듀오보다 더 나은 선수였다.

우선 토니 스넬, 미르자 텔레토비치, 자바리 파커, 크리스 미들턴처럼 경기당 3개가 넘는 3점슛을 시도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2.6개를 평균적으로 시도하며 40%가 넘는 3점슛을 기록한 브로그던은 이 높은 3점슛의 성공률만으로도 이미 팀의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포의 좋은 도우미가 됐다.

또한 공격 욕심을 부리지 않는 동시에 자기 밥그릇도 확실히 챙기는 선수가 브로그던이었다. 공격점유율을 나타내는 USG%가 18.5%로 밀워키에서 800분 이상 출전한 선수 중 7위에 그쳤다. 하지만 평균득점은 10.2점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1번이 아닌 2번으로 분류되는 선수임에도 4.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키드 감독이 우리 팀의 포인트가드라고 말할 정도로 리딩 분담이 컸던 아데토쿤포, 포인트가드라 할 수 있는 매튜 델라베도바에 이은 팀 내 3위였다. 즉, 보조 리딩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선수였다.

이번 시즌 말콤 브로그던은 팀의 알토란 같은 선수였다. ⓒAFPBBNews = News1
이러한 효율성을 바탕으로 누적 승리기여도인 WS는 4.1로 팀 내 3위였다. 참고로 엠비드와 사리치의 합산 WS가 2.9다. 물론 엠비드는 31경기만 뛰어서 WS를 쌓기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브로그던이 나머지 두 신인왕 후보들보다 팀 승리에 훨씬 더 기여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시즌 막판 밀워키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기위해 보여준 상승세에 브로그던이 일조한 것 역시 기자들의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압도적인 괴물의 느낌이 나지도 않았고 나이도 많았으며 지명 순위마저 한참 뒤인 브로그던이 더 뛰어난 재능덩어리로 평가받던 엠비드와 사리치를 누르고 신인왕이 됐다. 나이가 있는 신인이라 엄청난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브로그던의 신인왕 수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수상이었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