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2017년 드래프트의 전체 1픽을 쥐고 있던 보스턴 셀틱스와 전체 3픽을 가지고 있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지명권을 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필라델피아는 보스턴의 1라운드 1픽을 가져오는 대신 1라운드 3픽을 넘겨줬다. 여기에 LA 레이커스와 새크라멘토 킹스의 1라운드 픽 권리 중 하나도 보스턴에 내주는 것을 골자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만약 2018년도 드래프트에서 LA 레이커스의 2018년 1라운드 지명권이 2순위에서 5순위 사이가 되면 그 지명권은 보스턴이 행사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새크라멘토의 2019년 1라운드 지명권이 그 어떠한 보호 조항 없이 보스턴에게 넘어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로 인해 보스턴은 포지션 불문 드래프트 최고의 재능을 선택하는 대신 기존 자원을 살릴 수 있는 선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드래프트 당일이던 23일 보스턴은 3번 포지션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듀크 대학 출신의 제이슨 테이텀을 지명했다.

필라델피아는 1픽을 가져간 순간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워싱턴 대학 출신의 가드 마르켈 펄츠를 지명했다. 필라델피아의 1번 자리는 주로 TJ 맥코넬과 세르히오 로드리게스와 같은 선수들이 활약했는데 두 명 모두 30분이 안 되는 출전시간에도 5개가 넘는 평균 어시스트에 나쁘지 않은 AST/TO 비율,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패싱 센스를 보여줬다.

필라델피아 지명 후 아담 실버 총재(좌)와 마르켈 펄츠(우). ⓒAFPBBNews = News1
그러나 맥코넬은 3점슛이 전혀 없고, 로드리게스는 슛 거리가 조금 더 길지만 필드골 성공률이 40%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1번 포지션에서의 마무리 능력은 필라델피아에겐 항상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리딩보다는 득점력에서 더 나은 보습을 보여준 1.5번에 가까운 1번 자원 펄츠의 지명으로 앞서 말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펄츠는 대학 무대에서 경기당 35.7분을 소화하며 23.2점, 50%대의 2점슛 성공률을 기록했고, NBA보다 짧다고는 하지만 40%대의 3점슛 성공률을 남겼다. 운동능력까지 NBA 정상급 수준이기에 공격에서 로드리게즈, 맥코넬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농후한 선수다.

이러한 펄츠의 장점은 벤 시몬스의 재능과 결합이 될 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몬스는 부상으로 첫 시즌을 통째로 날리긴 했지만 지명 당시부터 리딩이 가능하고 패싱 센스가 좋은 포인트 포워드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물론 시몬스가 이번 서머 리그는 나오지 않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에 둘의 호흡을 미리 확인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작년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벤 시몬스. ⓒAFPBBNews = News1
펄츠는 시몬스 뿐 아니라 최고의 재능을 지닌 조엘 엠비드와의 호흡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엠비드는 철저한 출전 시간 관리 하에 단 31경기를 뛴 상태에서 시즌 아웃이 됐지만 팀 동료 다리오 사리치, 2라운드 출신의 스틸 픽 말콤 브로그던과 함꼐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다.

적어도 경기를 뛰던 순간만큼은 리그 최고의 슛 블로커였던 엠비드는 공격 시에도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선수다. 골밑 근처에서 위력적이며 3점 라인 바깥에서도 36.7%의 슛 성공률을 자랑하는 현 리그 트렌드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공격 옵션을 가진 센터다. 단점으로는 너무 많은 턴오버가 있지만 이는 엠비드가 이번 시즌 공격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엠비드의 이번 시즌 USG%(한 선수가 코트 위에 있을 때의 공격 점유율)는 36.0%. 이보다 높은 USG%를 기록한 선수는 41.7%의 러셀 웨스트브룩과 뉴올리언스 이적 후 비중이 그나마 줄어서 36.5%를 기록한 드마커스 커즌스 뿐이었다. 더마 드로잔, 제임스 하든, 아이재이아 토마스 등 국내 NBA 팬들이 중계로 접하기 쉬웠던 팀들에서 공만 잡으면 공격을 해결 하는 느낌을 주던 선수들보다도 공격 부담이 많았던 선수가 엠비드였다.

하지만 펄츠, 시몬스가 함께 뛰게 된다면 엠비드의 공격 부담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고, 턴오버 역시 어느 정도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중 생각에 잠긴 조엘 엠비드. ⓒAFPBBNews = News1
이 밖에 수준급 롤 플레이어 로버트 코빙턴이 스틸, 디플렉션, 허슬, 3점슛에서 공헌하고, 사리치까지 올시즌 보여준 활약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이제 필라델피아는 엠비드와 시몬스가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리빌딩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는 샘 힌키 전 단장 체제에서 시작됐던 팀의 강제 탱킹 과정을 버텨온 브렛 브라운 감독에게 NBA 무대에서 제대로 역량을 펼쳐볼 기회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2017~18시즌의 필라델피아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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