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길목에 들어섰다. 프로야구 시즌 중 가장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는 시기이자,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절이다.

왼쪽부터 SK 한동민, 최정, 한화의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 스포츠코리아 제공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2017시즌의 홈런왕 경쟁도 그 어느 시즌 보다 뜨겁다. 올해 홈런왕 경쟁은 3파전으로 굳어지는 모양새인데, 그들은 저마다의 매력으로 연일 뜨거운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바로 ‘비룡 듀오’ 최정(30), 한동민(28·이상 SK)과 메이저리거 출신 특급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28·한화)가 그 주인공들.

홈런왕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선수는 최정이다. 23일 현재 25개의 홈런을 때려낸 최정은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40홈런으로 테임즈(당시 NC·현 밀워키 브루어스)와 공동 홈런왕에 올랐던 최정은 올시즌에는 지난해의 페이스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시즌 전반기 정확히 20홈런을 때려냈던 최정은 올시즌에는 7월이 채 되지도 않은 시점에 벌써 24홈런을 때려냈다. 이 정도면 40홈런 경신은 물론 50홈런까지도 가능한 페이스다.

올시즌 최정은 초구와 2스트라이크 이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초구를 노려 7개의 홈런을 때려낸 최정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무려 10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홈런이 10개나 터진 것이 무척 고무적이다. 삼진의 두려움을 딛고 적극적인 스윙에 나서 소득을 올렸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

실제로 최정 역시 “헛스윙 삼진을 당하더라도 2스트라이크 이후 직구는 절대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타격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홈런공장장으로 거듭난 진짜 비결은 한층 원숙해진 스윙. SK 정경배 타격코치는 “최정은 완성된 선수라 할 수 있겠지만, 타구를 길게 끌고 나가는 듯한 스윙이 지난해 보다 더욱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우타자인 최정이 왼쪽 손목을 틀어서 스윙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손목을 틀면 공을 길게 끌고 나갈 수 없다. 스윗 스팟(공이 가장 멀리 나갈 수 있는 방망이 헤드의 정중앙 부분)의 면적을 최대한 활용해 발사 각도를 높이는 어퍼 스윙을 주문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평소 지안카를로 스탠튼, 놀란 아레나도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의 스윙을 최정과 함께 유심히 지켜본다고 밝힌 정 코치는 “손목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부드럽게 끌어가는 모양의 스윙이 요즘 야구의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최정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SK의 한동민(왼쪽)과 최정.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만수 전 SK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은 거포 유망주에서 이제는 어엿한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마음껏 펼치고 있는 한동민 역시 치열한 홈런왕 경쟁의 중심에 서있다. 23일 현재 그는 22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2012년 SK에서 프로 데뷔했지만 주전과는 거리가 있었던 한동민은 힐만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올시즌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거듭났다.

한동민의 잠재력을 이전부터 높이 평가해왔던 이 전 감독은 최근 한동민의 활약을 지켜보며 “이전에 비해 눈빛부터 달라졌다. 이미 힘은 장사인데, 간절함까지 더해져 상당히 많은 홈런포를 때려내고 있다”라고 놀라워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한동민의 약진 배경으로 ‘자신만의 타격 구역 정립’을 꼽았다.

정 코치는 “한동민의 홈런 타구를 살펴보면 우중월 코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단순히 힘과 기술로 홈런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 전략의 승리임을 보여준다. 자신이 자신있어 하는 구역에 들어오는 공은 놓치지 않고 때렸기에 가능했다. 지도하는 나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타구들이 여럿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최정과 마찬가지로 SK의 거포로 통하지만 한동민의 스윙은 선배 최정과 확연히 구별된다. 최정이 스윙을 길게 끌어가며 타구를 멀리 보내는 스타일이라면, 한동민은 빠른 배트 스피드를 적극 활용해 공을 강하게 맞추는 데 특화된 선수다.

두 가지의 스윙 스타일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정 코치는 최정이 홈런 개수에서 한동민을 앞서는 이유 중 하나가 스윙 스타일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배 코치는 “(한)동민이 같이 강하게 맞추는 데 집중하는 타격 스타일은 타구의 순간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비거리에서 손해를 보거나 타구 발사 각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동민이의 홈런수가 살짝 적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과거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린 바 있는 '2년차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 역시 홈런왕 후보 중 한 명. 지난 15일까지만 하더라도 시즌 9개의 홈런에 그쳤던 로사리오는 16일부터 수원 kt와의 3연전에서 8홈런을 집중시켰다. 23일 현재 18홈런.

특히 16일 수원 kt전에서 로사리오는 지난 2000년 박경완(현 SK 배터리코치)에 이어 리그 역대 2번째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28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힘만큼은 검증된 선수라는 것이 로사리오를 향한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한화 로사리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최근 로사리오의 상승세는 스윙이 약간 교정됐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한화 나카시마 타격코치의 설명이다.

그는 “쉽게 본인의 스윙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는 오른쪽 어깨가 많이 나오지 않고 왼쪽팔을 드는 버릇이 줄었다. 팔이 뻗다보니 스윙이 커졌다. 무엇보다 상체가 앞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힘을 빼고 타격을 하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화기애애한 훈련 분위기 역시 로사리오의 상승세에 큰 도움이 됐다. 나카시마 코치는 진솔한 대화 속에서 본인이 문제점을 자각하도록 돕는 것이 강압적 지시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저마다의 매력으로 KBO리그 홈런왕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세 선수들. 이들 중 최후의 순간 미소를 짓게 될 선수는 과연 누가 될까. 불꽃 튀는 거포 3인방의 홈런왕 경쟁은 KBO리그를 관전하는 또 다른 흥미요소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