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또 실점했다. 최근 6경기에서 3번째 실점 경기이자 한경기 걸러 점수를 주는 오승환이다. 마무리 투수의 최고 덕목이 ‘안정성’이라는 점에서 오승환은 많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역대급’ 시즌을 보낸 지난해를 떠올려보면 확연히 다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오승환은 22일(이하 한국시각) 필라델피아 필리스 원정에서 팀이 7-5로 앞선 연장 10회말 등판, 1이닝동안 23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간신히 세이브를 거뒀다. 물론 세이브를 거둔 점은 좋았지만 실점을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이날 실점으로 오승환은 최근 6경기(6이닝)에서 5실점째를 하게 됐다. 한경기 걸러 점수를 하고 있는 현 상황으로 인해 오승환은 평균자책점은 3.55까지 올랐다. 마무리투수로서 3.55의 평균자책점은 분명 낙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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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02 김병현과 맞먹는 역대급 시즌 보낸 오승환

역대 한국 불펜투수의 메이저리그 최고 성적은 2002년 김병현이다. 현재까지도 한국선수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에 뽑혔던 김병현은 2002년을 정점으로 평가 받는다. 2016년의 오승환은 2002년의 김병현과 비견될 정도로 뛰어났다.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를 기반으로 한 팬그래프 fWAR에서는 2016년의 오승환이 2.6을 2002년의 김병현은 2.5를 기록했다. 간발의 차이로 오승환이 앞선 것. 반면 실점을 기반으로 한 베이스볼 레퍼런스 bWAR에서는 김병현이 4.1로 2.8의 오승환을 압도적으로 앞선다. fWAR이 조금 더 대세로 인정받고 있지만 bWAR에서 김병현이 보인 차이가 1.3이나 된다는 점은 분명 놀랍다.

팬그래프의 조정 평균자책점인 ERA-(100을 기본으로 낮을수록 뛰어남)에서도 두 선수는 동일했다. 김병현과 오승환 모두 47을 기록한 것. 반면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ERA+(100을 기본으로 높을수록 뛰어남)에서는 2002년 김병현은 223을 기록했고 2016년의 오승환은 214를 기록했다. 근소한 차로 김병현이 앞선 것.

결국 오승환은 일반 지표에서는 2002년의 김병현보다 앞섰다. 또한 fWAR에서도 김병현을 넘어 한국 불펜투수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만한 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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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구는 더 좋은 오승환… 문제는 던지면 맞는 변화구

그렇다면 현재의 모습은 왜 이런걸까. 오승환의 전매특허인 ‘돌직구’가 문제인걸까. 아니다. 도리어 지난 시즌보다 현재의 속구가 더 좋다는 것은 기록으로 드러난다(모든 기록은 22일까지).

지난시즌 피안타율이 2할1푼2리였던 오승환의 패스트볼은 올해는 1할8푼으로 무려 3푼이상 더 낮다. 100구당 구종가치에서는 지난 시즌 1.70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95로 더 높다. 구속은 똑같다는 점에서(2016시즌 92.8마일, 2017시즌 92.9마일) 패스트볼이 훨씬 제구도 잘 되고 뛰어나다는 것은 기록이 말해준다.

문제는 변화구다. 세컨드 피치인 슬라이더와 보조 구종인 체인지업이 심각하다. 지난 시즌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1할6푼7리로 오히려 현지에서 ‘돌직구’보다 더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3할7푼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게다가 체인지업 역시 지난해 1할9푼의 피안타율로 매우 효율적인 구종이었으나 올해는 3할1푼6리의 피안타율을 보이고 있다.

즉 속구는 더 좋아졌는데 변화구가 눈에 잘 띄어 맞아나가는 것이다. 현재 오승환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속구는 포기하되 훨씬 잘 보이고 밋밋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타격을 할 수밖에 없다.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위력 차이가 극명한 것이다.

▶잘 보이는 변화구… 내용이 더 안 좋다

변화구가 타자들에게 예전보다 잘 보이는 것은 또 다른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오승환의 공이 타자 방망이에 맞는 비율(컨택트 비율)은 65.7%였지만 올해는 74.1%로 확연히 늘었다. 또한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벗어나는 공이 맞는 비율(아웃 컨택트 비율)은 지난해 53.6%였지만 올해 67.3%로 치솟았다.

즉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던지는 변화구들이 밋밋하다보니 바깥으로 가더라도 타자들이 치고 싶은 공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전체적으로 방망이에 맞는 공이 많아지고 공이 방망이에 맞으면 안타가 될 확률이 많은 것이다.

평균자책점은 3.55는 언뜻 보면 구원투수로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좀 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FIP, xFIP 등으로 보면 내용이 더욱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ERA에 비해 FIP나 xFIP가 낮으면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았고 ERA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ERA에 비해 FIP나 xFIP가 높으면 그동안 운이 따랐고 앞으로 ERA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오승환의 ERA는 3.55인데 FIP는 3.86, xFIP는 4.90이다. ERA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 또한 이닝당 출루허용도 1.39로 적당한 선발투수 수준이다. 불펜투수라면 WHIP가 0.20 정도는 선발투수보다 낮아야함을 감안하면 전혀 좋지 않다. 게다가 피안타율도 2할6푼7리로 작년 1할8푼8리보다 거의 1할 가까이 높다. 9이닝당 홈런 허용율은 작년 0.56에서 현재는 1.09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르기도 했다. 모든 세부지표가 단순 평균자책점보다 더 안 좋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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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후유증, 노쇠화, 단순 부진?

부진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뽑을 수 있다. 먼저 그냥 단순하게 컨디션 난조로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고 여름부터 지난해 몸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충분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오승환일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몸을 일찍 끌어올려야했던 WBC의 후유증 때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오승환은 실제로 이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는데 WBC로 인한 후유증이라면 올 시즌 이 안좋은 모습은 시즌 준비부터 문제이기에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최악인 것은 올해로 만 35세인 오승환의 노쇠화 기미다. 물론 노쇠화를 논하기에는 성적이 그정도론 나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며 35세는 그러기에 충분한 나이다.

또한 다소 특이한 투구폼에 투구동작 중 살짝 멈추기에 타이밍을 뺏기 좋은 투구폼이 첫 시즌에는 통했지만 올해는 분석을 통해 간파됐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아직 오승환은 평균자책점 3.55에 16세이브로 여전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라는 강팀의 마무리다. 그렇기에 지나친 기우인 걱정일지도 모르는 잠시의 부진일지도 모른다. 시즌의 절반 이상이 남은만큼 좀 더 지켜봐야하지만 '위대했던' 첫 시즌만큼의 활약이 아니기에 걱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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