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2016~17시즌 미국 프로농구(NBA)를 제패했다. 이제 농구 팬들의 시선은 골든스테이트가 2010년대를 대표하는 최강의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1980년대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가 매직 존슨-래리 버드의 자존심 대결로 한 시대를 양분했다면 1990년대는 시카고 불스가 수많은 경쟁팀들을 따돌리고 1960년대 보스턴 이후 처음으로 왕조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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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카고는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 1991년부터 1993년까지 파이널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으며, 야구계로 떠난 조던이 복귀한 이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또다시 3연패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조던 곁에는 최고의 2인자 스카티 피펜이 함께 했으며, 2차 3연패 당시에는 리바운드왕 데니스 로드맨까지 가세해 소위 ‘슈퍼맨-배트맨-로드맨’이 한 팀에서 뭉쳤다. 시카고는 1995~96시즌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70승을 돌파(72승10패)하며 NBA 역사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조던의 은퇴 이후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였던 흐름은 레이커스에 의해 다시 한 번 독주 체제로 이어졌다. 레이커스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파이널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새 왕조의 출범을 알렸다.

시카고의 중심을 조던과 피펜이 잡았다면 레이커스에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있었다. 최전성기에 접어든 오닐은 누구도 막지 못할 강한 힘을 앞세워 상대 골밑을 초토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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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30.4점 15.4리바운드 3.2어시스트 2.4블록을 기록하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당시 플레이오프 최고 승률(15승1패)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레이커스의 3연패 당시에는 이들의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길 원하는 ‘Beat LA’ 구호가 늘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3년 연속 파이널 MVP는 오닐의 차지였지만 브라이언트 역시 첫 우승 이후에는 풋내기의 꼬리표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오닐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친 것이 사실이다.

팀의 중심을 점차 본인 쪽으로 옮긴 브라이언트는 오닐이 떠난 이후에도 암흑기를 딛고 2000년대 후반 파이널 2연패를 거머쥐며 레이커스를 2010년대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90년대 불스와 2000년대 레이커스가 나란히 스리핏을 달성했다면 2010년대에는 아직까지 시대를 지배한 팀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마이애미 히트가 2012, 2013년 르브론 제임스-드웨인 웨이드-크리스 보쉬로 연결되는 ‘빅3’를 구축해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단 마이애미는 2연패 달성 전후로 댈러스 매버릭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우승을 내줘 왕조의 상징으로 굳어진 파이널 3연패는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 마침내 골든스테이트가 왕조의 계보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골든스테이트는 2015년에도 40년 만에 래리 오브라이언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파란의 중심에 섰던 팀이다.

정규리그 동안 23.8점 7.7어시스트 4.3리바운드를 기록한 스테픈 커리를 중심으로 팀 평균 110점을 폭발시키는 압도적 공격력을 자랑했고, ‘스몰볼’로는 현대 농구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편견을 보란 듯 깨뜨렸다.

슈퍼스타들이 한 팀에서 뭉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면 골든스테이트는 젊은 선수들의 내부 성장을 통해서 이같은 업적을 이뤄냈다.

이듬해 골든스테이트는 클리블랜드에 막혀 2연패 달성에 실패했지만 실질적인 전력으로는 더욱 강력한 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카고가 보유하고 있던 정규리그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을 넘어 전인미답의 73승(9패) 고지를 밟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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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커리는 사상 최초로 한 시즌 3점슛 400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2년 연속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두 번째 MVP의 경우 조던과 오닐도 이루지 못한 최초의 만장일치였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클레이 탐슨 역시 커리와 함께 스플래시 듀오로서 외곽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고, 드레이먼드 그린도 스몰볼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그 뒤를 든든히 받쳤다. 비록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와의 파이널에서는 3승1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우승을 놓쳤지만 골든스테이트의 미래는 여전히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골든스테이트는 올시즌을 앞두고 케빈 듀란트를 영입하는 파격 행보까지 선보이며 정상 탈환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드러냈다.

최근 3시즌 동안 MVP를 양분한 듀란트와 커리가 한 팀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화제를 끌어모으기 충분했다. 조던-피펜, 오닐-브라이언트에 견줄 수 있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1년 전 정규리그 최다승 팀에 별다른 전력 손실 없이 리그 최고의 선수가 합류했기 때문에 듀란트의 선택을 놓고 비난이 쏟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듀란트는 실력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단지 최강팀에 무임승차하기 위함이 아니라 쟁쟁한 동료들을 몸소 이끌고 가는 운전수 역할을 해내며 개인 첫 우승 및 팀의 정상 탈환 중심에 우뚝 섰다.

실제 정규리그 평균 25.1점 8.3리바운드 4.8어시스트 1.1스틸 필드골 성공률 53.7%로 최고의 효율을 나타낸 듀란트는 부상으로 62경기 출전에 그치는 아쉬움을 겪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총 15경기에서 28.5점 7.9리바운드 4.3리바운드 필드골 성공률 55.6%로 공격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파이널 5경기에서는 매번 30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가운데 평균 35.2점 8.4리바운드 5.4어시스트로 파이널 MVP까지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커리는 2년 전에 이어 파이널 MVP와 또다시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지난해 부상 여파로 부진했던 아쉬움을 털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28.1점 6.7어시스트 6.2리바운드 2.0스틸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탐슨, 그린도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서 든든한 활약을 선보였고, 션 리빙스턴, 자자 파출리아, 자베일 맥기 등 조연들까지 각자 맡은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클리블랜드 역시 전력 보강을 이룬 가운데 제임스를 앞세워 2년 연속 우승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골든스테이트의 벽이 이번에는 너무나도 높았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해 1995~96시즌의 시카고를 넘어 정규리그 새 역사를 썼다면 올해는 2000~01시즌의 레이커스를 넘어 플레이오프 최고 승률(94.1%, 16승1패)까지 갈아치우는 성과를 남겼다. 왕조들의 영원할 것 같았던 업적을 차례로 넘어선 셈이다.

연속 우승만 없을 뿐 최근 3시즌 동안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뽐낸 골든스테이트는 향후 몇 년 간 줄곧 정상권에 위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물론 전력 유지가 쉬운 것은 아니다. 먼저 그동안 염가계약을 맺어왔던 커리가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 이미 5년 총액 2억500만 달러를 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궈달라, 리빙스턴, 파출리아, 맥기, 이언 클락, 데이비드 웨스트의 계약이 함께 만료된다는 점에서 샐러리캡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FA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듀란트가 페이컷을 감수한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다. 우승의 행복과 가치를 느낀 듀란트 입장에서는 왕조 건설의 기회가 찾아온 만큼 돈보다 명예를 우선 가치로 둘 가능성이 높다.

이미 팀원 모두가 역할 배분에서도 기꺼이 희생을 해왔기 때문에 스리핏 달성을 위한 핵심 전력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과연 골든스테이트가 시카고와 레이커스를 잇는 왕조로 우뚝 서며 2010년대를 지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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