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결국 생각하기도 싫었던 카타르에게 패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15일부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용수 기술위원장의 동반 사퇴가 있었죠. 새로운 기술위원회가 꾸려진 후에야 후임 감독이 선임될 것인데 하마평에 몇몇 감독들이 언급됩니다.

하마평에 오르는 감독들에 대한 저의 견해, 그리고 앞으로 한국 축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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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사퇴를 본 소회, 차기감독의 조건

저 역시 한국축구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사퇴 순간 뉴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동반 사퇴 기사를 접하고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늘 월드컵 예선을 치르다보면 고비가 있기 마련이고 그 고비가 이번엔 길었고 험난했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왔고 ‘카타르만 이겼다면 넘겼을 고비인데’ 하며 아쉬워했습니다.

현재 여론은 뛰어난 감독 역량에 적정한 연봉과 축구발전을 시킬 수 있는, 여론의 눈높이도 맞추어야하고, 위기 극복을 해서 월드컵 진출을 꼭 해낼 수 있는 감독을 원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준을 100% 만족시킬 카드는 없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가장 우선시 되야 하는 차기 감독의 역량은 매끄러운 위기관리로 러시아 월드컵 진출을 이뤄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기술위원회에서도 까다롭게 감독의 조건 프레임을 언급한 것이겠죠.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후보군 중 저와의 인연, 그리고 제가 봤던 감독님들의 특징과 견해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김병지가 보는 허정무, 김호곤, 정해성, 박항서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저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대표팀에서 함께 하고 2008년 대표팀에서도 함께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첫 번째 선수 선발 조건은 뛰어난 경기력과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단적인 예로 2008년 제 나이는 38세였지만 당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자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저를 대표팀에 선발했었습니다.

또한 용장이십니다. 선수들에게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심어주시는 분이죠. 정말 지기 싫어하시는 분으로 기억합니다. 일각에서는 현장에서 오래 떠나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지도력의 감각은 경험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월드컵 16강, FA컵 우승 3차례가 말해주듯 토너먼트에서의 절대적 강자라는 것을 생각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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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저와 함께 팀에서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 말로는 지장이며 덕장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선수들의 장점을 잡아내 경기장에서 120% 발휘하게 해주는 감독입니다. 모두가 활용법에 고민하는 김신욱이 가장 잘했던 때가 바로 울산에서 김호곤 감독과 있었던 때가 아닙니까.

또한 ‘철퇴 축구’처럼 팀 컬러를 확실하게 만들 줄 아는 분입니다. 나이는 걸림돌이 아닙니다. 아르센 벵거, 파비오 카펠로같은 명장도 나이가 많지만 지도력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정해성 현 대표팀 수석코치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했습니다. 코치와 선수의 관계였는데 워낙 대표팀에 오래 계신 분이기에 대표팀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아는 분입니다. 현재 대표팀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분이죠.

또한 대표팀 코치로서 여러 감독들과 함께 해서 장점의 경험을 발휘할 수 있고, 모든 감독들이 선택할 정도면 얼마나 능력이 있으신 분인지 말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박항서 전 상주 감독도 2002 월드컵에서 수석코치와 선수로서 함께 했습니다. 승부사적 기질이 넘치시는 분입니다. 박항서 감독을 보면서 ‘괜히 히딩크 감독이 가장 신뢰하신 분이 아니구나’할 정도로 그의 능력에 놀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박항서 감독이나 정해성 감독 모두 2002 월드컵을 함께 하신 분인데 월드컵 4강의 대단한 업적의 길을 이미 걸어보신 분이기에 대표팀을 알고 운영하는 것과 모르고 운영하는 것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홍명보, 왜 언급 안 되나…두 번째 기회 줘야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실 수도 있지만 홍명보 감독에 대한 언급도 해야 할 것입니다. 홍 감독도 후보군에 들어가는 인재입니다. 2002년 4강 신화 때 주장이었고 4강 신화만큼 값진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감독으로서 동메달을 따낸 분입니다.

물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맛봤지만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는 사회가 올바르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 학교를 다니든 직장을 다니든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저 역시 K리그 706경기 최다출전, 최다클린시트, 꽁지머리보다 현재는 ‘드리블’이 은퇴 후 더 많이 회자됩니다. 하지만 팬분들의 이해와 코믹으로 받아주시는 너그러움으로 이제는 ‘윙병지’라는 닉네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패와 아픔은 극복하면 더 성숙해집니다.

모든 축구인이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인정하는 것이 홍명보 감독입니다. 단 한 번 더 주어지는 기회는 축구인생을 걸 승부수가 될 지도자의 길입니다. 현재 대표팀 멤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 인재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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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서 확실한 성과 있는 신태용,최용수…국민 성원이 곧 위기극복

많이 언급되는 젊은 감독으로는 신태용과 최용수 감독이 있습니다. 저와 선수시절을 함께한 인물들인데 선수시절에는 감독을 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화려하게 잘해낼지는 몰랐습니다. 많이 놀랐죠.

두 감독은 모두 K리그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감독입니다. 신 감독은 성남을 아시아 정상에, 최용수 감독 역시 fc서울을 K리그에서 정상으로 올리며 맡았던 팀을 최고에 올려놨습니다. 그것 이상의 능력 평가 뭐가 더 있을까요.

압니다. 이 언급한 후보군 중에 전국민을 100%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요. 하지만 지금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당장 히딩크 감독이 와야만 충족이 될 듯합니다. 대표팀은 늘 고비가 있어왔습니다. 제가 있었던 2002 대표팀도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히딩크 감독 별명이 ‘오대영’이었겠나요. 물론 잘못한 것은 정신차릴 수 있게 비판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에 대한 격려와 응원은 꼭 필요합니다. 지난 2002 월드컵을 돌이켜 보면,국민들의 격려와 응원속에 고난을 버티고 이겨 4강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대표팀을 깨우는 것은 훌륭한 감독, 지원, 뛰어난 선수선발 입니다만, 더 중요한 동기부여는 국민들의 성원입니다. 믿음을 보내며 응원해주는 뜨거운 함성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가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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