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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나가고 곧바로 유력 차기 감독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다.

그도 그럴 것이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15일 슈틸리케 감독과 동반사퇴를 하면서 차기 감독의 조건으로 1.시간이 부족하니 내국인이 맡을 수밖에 없다 2.월드컵 최종예선을 경험해본 감독 이라는 특정인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내국인 감독 중 월드컵 최종예선을 경험해본 감독은 사실상 허정무 부총재 밖에 없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을 경험한 최강희 감독은 전북 감독이다. 코치로 범위를 넓히면 정해성, 박항서가 포함될 수 있고, 월드컵 본선으로 넓히면 홍명보, 차범근 감독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허정무 부총재가 감독을 맡는 수순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인데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첫째, 근본적으로 허정무 감독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국을 구해낼 능력을 가졌다고 보지 않는다.

선수로서 매우 뛰어났던 허정무는 당연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만 보자.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포항 감독을 맡을 당시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이 부임 직전인 1992년 우승을 했던 팀이 포항이다.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디펜딩 챔피언팀은 6개팀 중 4위로 추락했다. 1994년 3위, 1995년에는 2위로 나아지는 모습이었지만 당시 포항에는 최전성기의 황선홍, 홍명보가 있었다. 한국축구사를 통틀어도 최고인 선수를 두 명이나 최전성기에 데리고 있었지만 허 감독은 포항을 끝내 리그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이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전남 감독을 맡았지만 역시 리그 우승은 없었다. 그래도 1997년 리그 준우승, FA컵 우승으로 성과를 냈고 이를 바탕으로 차범근 감독 이후 국가대표 감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초의 A대표팀 외국인 감독인 거스 히딩크를 데려와야 했던 것은 허정무 감독이 못했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때의 대표팀과 히딩크 감독때의 대표팀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월드컵 4강’이라는 단어로 설명가능하다. 이후 전남에서는 2006, 2007년 연속으로 FA컵 우승을 하긴 했지만 극단적인 수비축구와 ‘무정무’로 불릴 정도로 무승부가 많은 팀 스타일로 비난이 많았다.

이후 국가대표 감독을 다시 맡아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일궈냈다. 이는 두 번째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이후 월드컵 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았지만 11위, 13위, 9위라는 부진한 성적만 보이다 물러났다. 그리고 무려 5년간 감독직을 맡지 않아 현장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FA컵 우승을 제외하곤 그 어떤 우승컵도 들지 못했고 포항 시절처럼 멤버가 상당히 좋았음에도 성과가 거의 없었다. 또한 인천 감독을 하면서 드러난 수많은 문제점처럼 현대 축구에 더 이상 허정무식 축구가 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였다. 게다가 공한증을 가지고 있던 중국에게 역사상 첫 패배를 헌납하기도 했던 것이 허정무호였다.
  • 스포츠코리아 제공
둘째,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성과는 ‘운’이 많이 따라 포장된 것이라 여긴다.

물론 사상 최초의 원정 월드컵 16강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일단 멤버가 매우 좋았다. 2010년 월드컵 멤버는 2002 한일월드컵 멤버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면서도(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이운재, 차두리 등) 2002년 성과만큼 빛나는 성과를 올린 2012 런던 올림픽 ‘세대’가 시작하는 단계(기성용, 정성룡, 박주영, 이청용 등)였다. 이정도로 좋은 멤버가 서로 겹친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또한 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사실 똑같은 성적이었고 실질적으로 2006년이 더 인정받아야 마땅했다. 2006년과 2010년은 똑같이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골득실도 -1로 똑같았다. 심지어 2006년에는 당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에게도 비겼다. 그럼에도 2006년은 실패했고 2010년은 성공했다. 똑같은 성적인데도 2006년은 실패했고 2010년은 성공한 것은 단순히 ‘조 상황’밖에 없다.

게다가 2010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전을 기억해보라. 골대 바로 앞에서 골키퍼도 없는데 밖으로 날린 야쿠부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16강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치명적인 실수가 상대에게 나오는 것은 ‘운’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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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제 위기라도 젊고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세대가 하는 것이 옳다.

분명 한국 축구는 위기다. 이럴 때 베테랑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젊고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세대가 위기도 풀어나가야 한다. 이미 12년 전에 기술위원장을 하셨던 이용수를 기술위원장에 맡겨 결국 이런 사태가 오게 했는데 이걸 풀겠다고 또 베테랑이 나서면 대체 젊은 세대는 언제 경험을 쌓고 위기관리 능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대표팀 감독, 클럽팀 감독,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코치, 선수 모두로서 이미 해볼 것을 다 해본 분이다. 그런 분이 또 다시 요직인 대표팀 감독을 한다면 자연스레 젊고 유능한 지도자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된다.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는 “이제 정치도 40대들이 하는 것이 맞다”며 “그래야 장년층, 노년층이 더 많은 한국 사회에 젊은 층과 중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허정무만한 감독이 없다면 허정무 감독이 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 가능한 후보군은 있다. 그러니 하마평에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아니겠는가. 노장에 대한 예우도 필요하지만 그 예우가 대표팀 감독 자리를 줄 정도까지 돼서는 곤란하다.

분명 허정무 감독의 업적은 인정하고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대표팀 감독을 하기에 문제가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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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6/16 06: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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