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최근 3시즌 중 2회의 우승을 거두는 동안 스테픈 커리(29)는 최고 공헌자의 전리품을 얻지 못했다.

2번의 우승에서 파이널 MVP는 모두 커리를 비껴갔다. 2014~15시즌에는 안드레 이궈달라(33), 이번 시즌에는 케빈 듀란트(29)에게 파이널 MVP의 영예가 돌아갔다.

이 사실은 어딘가 아이러니한 성격이 있다. 현재 골든스테이트가 리그 최고의 강호로 올라선 데에는 누구보다 커리의 공이 가장 컸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2014~15, 2015~16시즌 2회 연속 정규리그 MVP가 커리였다는 사실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럼에도 3시즌 연속 파이널 MVP 투표에서 커리는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올시즌은 듀란트에게 만장일치, 전 시즌은 르브론 제임스(33)에게 만장일치 투표가 이뤄졌다. 그리고 2014~15시즌엔 준우승에 그친 제임스조차 표를 얻었지만 커리에겐 전혀 표가 가지 않았다. 왜 이토록 인연이 없는 것일까.

다행이라면 커리는 파이널 MVP 트로피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다. ⓒAFPBBNews = News1
▶파이널 MVP는 파이널 무대에 한정

일단 파이널 MVP는 7전4선승제 마지막 시리즈 안에서의 활약에 한정해 공적을 판단하는 성격이 있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소속 지구를 통과하는 과정 동안 활약은 큰 의미가 없다. 여기에서 커리는 불리함을 겪었다.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서부 팀들을 상대하는 3라운드 동안 커리는 평균 28.6득점 5.6어시스트 5.5리바운드 1.9스틸을 통해 골든스테이트 인원 중 최고의 활약을 했다. 평균 25.2득점의 듀란트는 부상으로 인해 2경기를 결장한 흠이 있었다.

2014~15시즌에도 서부 팀들을 상대하는 동안 커리의 기록은 29.2득점 6.4어시스트 4.9리바운드 1.9스틸로 최고의 활약을 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커리를 뛰어넘는 인상적인 국면을 만든 다른 골든스테이트 선수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파이널에서는 커리보다 돋보이는 인상을 남긴 선수들이 나왔다. 우선 올시즌 파이널에서는 듀란트가 5경기 모두에서 경기 내 또는 팀 내 최고의 활약을 했다. 2014~15시즌 파이널에서는 커리가 주춤한 경기들도 있었고 거의 모든 공격을 도맡아 하던 제임스를 담당했던 수비수로서 이궈달라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4~15시즌 파이널은 커리의 0표 획득에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올시즌 파이널은 듀란트의 활약을 부인할 구석이 전혀 없었다. 승리한 4경기뿐만 아니라 패배한 1경기에서도 가장 선전한 골든스테이트 선수는 듀란트였다.

▶파이널에서 집중 표적이 되는 커리

듀란트의 맹활약이 나온 한편으로 이번 파이널 커리의 기록은 어딘가 아쉬운 면이 있다. 평균 기록은 26.8득점 9.4어시스트 8리바운드 2.2스틸로 흠잡을 것 없어 보이지만 44.0%의 야투율과 38.8%의 3점슛 성공률은 평소 명성에 비하면 아쉬웠다.

우선 무엇보다 구멍 난 경기가 있었다. 골든스테이트가 패했던 4차전에서 커리는 30.8%에 그친 야투율에 3점슛은 9번 시도에 2개(22.2%)만 성공시켰다.

클리블랜드의 수비 전략에 커리는 볼 핸들러로서 적합한 대응을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이런 경향에 대한 이유를 꼽자면 클리블랜드가 커리에게 꾸준히 2명 이상의 수비수를 붙임과 동시에 거친 접촉을 기한 점이 있다. 커리가 드리블로 리듬을 갖추고 슛하는 기회를 줄이려는 시도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클리블랜드가 재미를 봤다. 무서운 3점슛의 커리는 1차전과 3차전 2번만 나왔다.

커리에 대한 수비력 집중은 지난 2시즌의 파이널에서도 나왔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도 볼을 갖지 않고 움직일 때도 파울 판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할 만큼 거칠게 몰아붙였다.

▶승리를 위해 움직인 커리

강하게 달려드는 클리블랜드의 수비에 대해 커리는 옳은 대응을 보여줬다. 자신의 외곽 슈팅이 뜨겁지 않더라도 이길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5차전 3점슛이 4차전과 똑같은 22.2%에 그쳤음에도 전체 야투율은 50%에 달했는데 이는 골밑 돌파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볼을 다룰 때 외곽에서 스크린을 이용하는 대신 안쪽에서 스크린을 이용해 레이업을 올리곤 했다.

또한 자신에게 주로 수비가 몰리는 점을 이용해 시리즈 동안 꾸준히 패스에 힘을 썼다. 정규 시즌 79경기 출전 동안 10어시스트 이상을 8번 기록했던 커리는 파이널 5경기 동안 4번 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다. 파이널 전의 플레이오프 동안엔 커리가 10어시스트 이상 기록한 적이 없다.

자신이 아닌 동료가 파이널 MVP 트로피를 수상할 때마다 커리는 기쁜 표정으로 축하해줬다. 무엇보다 승리를 중요시하는 커리의 성격에서 자연스런 모습이다. 만약 또 커리가 파이널에 오르더라도 파이널 MVP를 장담하기 힘든 것이 이런 성격에서도 기인한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

골든스테이트가 2000년대 만년 하위 팀에서 현재와 같은 NBA 강호이자 인기 팀이 되기까지 커리는 초석이자 중심이었다. 상대 팀들의 수비 설계에서 최우선 표적도 커리가 꼽히곤 한다.

포인트 가드로서 파이널 MVP에 선정됐던 선수들은 몇몇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즌과 플레이오프 전체에 걸쳐 팀의 전면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포인트 가드는 찾기 어렵다. 파이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기들을 했지만 결국 골든스테이트를 대표하는 선수를 한 명으로 국한하자면 커리다.

골든스테이트의 연고 도시 오클랜드에서 16일 우승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대로에 운집한 팬들이 행진하는 각각의 골든스테이트 구성원에 환호를 보내게 된다. 이때 올시즌 파이널 MVP 듀란트에게 향하는 외침에 못지않은 환호를 커리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단지 아쉬운 것은 명시적인 기록상의 영예가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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