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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참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국 축구입니다. 기쁨을 주던 U-20대표팀의 월드컵 탈락 이후 제주 유나이티드마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 탈락하며 K리그는 처음으로 8강에 어떤 팀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위안삼으려 했던 국가대표팀의 선전이 필요했는데 지난 8일 가진 이라크와의 평가전은 한숨만 자아내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오는 14일 열리는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한국은 승리가 아니면 월드컵 진출이 어려워지는데 이런 평가전 경기력으론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실패로 돌아간 전반전 3백, 대체 왜?

다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라크와의 전반전에서 슈틸리케호는 처음으로 3백을 썼습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죠. 하지만 전반 40분에서야 첫 슈팅이 나올 정도로 답답한 공격만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3백을 쓰면서 수비에 치중하는 것은 피파(FIFA)랭킹 120위 이라크를 상대할 때, 또한 피파랭킹 88위 카타르를 상대할 때 맞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 입장에서 카타르전 무승부는 패배나 다름없습니다. 무조건 이겨야합니다. 만약 상대가 잘하는 팀이며, 우리가 비겨도 되는 경기라면 수비적인 전술을 실험하는게 의의가 있겠죠.

하지만 무조건 이겨야하는 경기를 앞두고 약팀과의 경기에서 공격숫자를 줄이고 수비숫자를 늘려 수비 전술을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지난 1년간 원정경기 무득점 아닙니까.

지금은 ‘실험’할 단계가 아닙니다. 기존에 써오던 4백 수비라인을 탄탄하게 하고 공격 전술을 재정비할 때죠. 지금은 한경기 한경기가 살얼음판입니다. 그런 경기를 앞두고 부임 2년반동안 해보지도 않은 급작스러운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왜 이제 와서 3백을 실험한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슈틸리케 감독이 왜 3백을 실험했다고 보나’라고 묻지만 솔직히 답을 못하겠습니다. 저 역시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정말 카타르전에서 그런 3백을 쓰려고 한 걸까요. 현재 성공적인 첼시나 토트넘, 국내에는 제주의 3백을 보면 세부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바로 ‘공격을 위한’ 3백을 한다는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방압박도, 유기적인 윙백의 움직임도 없었죠. 3백을 왜 실험한 건지 정확히 얘기하자면 5백에 가까운 코멘트도 없는 상황에서 그저 외부에서 보기엔 대체 3백을 통해 전략, 전술적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의문일 뿐입니다.

이번 3백을 통해 ‘~~해서는 안되겠구나’만 얘기가 되고 있는데 길가다 막힌길을 하나 더 찾으려고 평가전을 한건 아닙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3백 의미에 무실점 해서 좋았다라고 하는데 절대 동의 못하는 평가전 의미 입니다.
  • 연합뉴스 제공
▶비판 감내해야할 슈틸리케호, 충분히 시간은 줬다

당연히 언론이나 팬들은 내용과 결과 위에서 잘했을 때는 춤을, 못했을 때는 비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사정도 있겠고 외부의 힘든 사정도 있겠지만 팬들은 하루 일과에 지장이 있음에도 새벽에 졸린 잠을 참고 눈을 비비고 일어나 TV앞에서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습니까.

축구가 뭐라고 좋은 내용과 결과를 가져오면 환호하고, 잠시라도 힘든 세상사를 잊게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표팀 선수들입니다. 지금은 많은 비판 속에 있지만 분명 좋은 내용과 결과를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다시금 대표팀을 믿고 지지해줄겁니다.

그러나 지난 경기들을 보면 비판을 들어야하는 실망스런 내용과 결과입니다. 지난 1년간 원정경기 무득점, 이라크전 유효슈팅 0개만으로 국민들의 불신은 이미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겼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선수출신이며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슈틸리케 감독을 기다려주고 기회를 줘야한다는 점에서 100% 공감합니다. 단기간에 감독을 평가하는 것에 절대 반대입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2년반이 넘었습니다. 2년반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 시간동안 우린 월드컵에 대한 희망과 미래 한국축구의 발전을 맡겼습니다.

또한 현재 대표팀의 문제가 단순히 이라크전 혹은 3월 A매치에서 중국에게 진 것으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누적되어왔죠.

물론 여론의 흐름에 꼭 따라가는 것이 대표팀을 위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것도 포푤리즘일 수 있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카타르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한국 축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 책임에 대한 여론이 들끓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죠.

▶A급 지도자 라이센스 강의에서 논의된 ‘내가 카타르 감독이라면’

지난 5월 전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A급 지도자 라이센스 교육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과 얘기도 나누고 지도법, 세계 축구의 흐름에 대해 새롭게 배웠습니다.

특히 이번 수강에서는 14일 있을 카타르전을 대비해 조별로 한국 감독이라면, 카타르 감독이라면 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상대팀을 대비하고 경기를 할지 토의해보는 과제를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일단 교육생들끼리 나름의 격론을 펼친 후 ‘내가 카타르 감독이라면’ 한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국의 조급한 심리를 이용하자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한국은 승리하지 못할 경우 월드컵 진출이 위험한 경기이기에 조바심을 낼 것이며 일단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선제실점에 유의하는 경기를 하자는 것이죠. 그러면서 손흥민 위주의 측면공격을 막다가 무실점이 이어지면 한국은 장신 공격수를 이용한 롱볼 축구를 할 때 타켓맨을 막으며 세컨볼에 대한 집중력을 토대로 역습을 노리면 승리할 수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또한 한국은 역습시 뒷공간이 취약하고 측면이 잘 뚫리니 그걸 활용하자고 했습니다.

반면 ‘내가 한국 감독이라면’ 역시 측면의 손흥민과 남태희 등을 활용해 수비적으로 나올게 뻔한 카타르를 측면에서 뚫는것과 세트피스의 정확도로 득점을 만드는 방법이 해답이라고 결론내렸죠. 또한 플랜A와 플랜B를 갖춰 상황에 맞게 쓰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결국 슈틸리케 감독 역시 저희의 의견과 맥락을 같이했다고 봅니다. 물론 결과는 잘 내지 못했지만 말이죠. 이렇게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생각하고 경기 후 결과론으로는 모두가 뭐가 잘못됐다, 잘됐다 얘기할 수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또 쉽지 않은 것이 축구입니다.
  • 연합뉴스 제공
▶카타르전, 당연히 승리할 것… 이라크전이 보약

카타르전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승리’는 축구선배로서 믿는 당연한 가치입니다.

일단 카타르는 동기부여가 약합니다. 사실상 월드컵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국가대표’라는 자긍심빼고는 동기부여가 크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은 꼭 이겨야 되는 상황이라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쟁심을 불타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도 스스로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무조건 승리해야한다는 상황이 주는 긴박감은 120%의 실력을 끌어낼거라고 봅니다. 왜 발등에 불 떨어져야 잘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분명 이라크전에서 경기내용이 좋았다면 여론은 호의적이었을 것이며, 며칠이라도먼저 모여서 운동한 효과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겠죠. 결과론적으로 칼럼도 기분좋게 좋은 방향으로 쓸 수밖에 없었을겁니다. 이 칼럼도 대표팀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바람이 첫 번째일 뿐입니다.

부디 카타르전을 마치고 쓰는 칼럼에서는 도입부에 ‘이렇게 잘하는 팀인데 이라크전에 비판이 많아서 죄송했습니다’라는 사과로 시작하고 싶네요.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가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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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6/11 07:01:39   수정시간 : 2017/06/11 12: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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