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6~2017 유럽 축구 시즌이 5월을 끝으로 사실상 모두 마감됐다. 유럽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들의 시즌도 마감됐다.

올해는 손흥민(25·토트넘 훗스퍼)의 활약도가 큰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한국에서가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세계에서도 손흥민의 올 시즌에 대한 주목도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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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이후 21년만에 유럽에서 한 시즌 20골 이상을 넣은 선수이면서 올 시즌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한 이달의 선수상 2회 수상자(5월 제외)가 바로 손흥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손흥민의 나이가 7월이 돼야 만 25세가 된다는 점. 아직 10년은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고 전성기 나이를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손흥민이 얼마나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대체 어느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확실하다. 현재의 손흥민 모습이 지속된다면 그가 다다르는 길이 아시아 축구선수가 갈 수 있는 최대치일 것이라는 점 말이다.

▶박지성 넘어 차범근, 그리고 자신마저 뛰어넘은 손흥민의 기록 대잔치

47경기에 21골 6도움, FA컵 득점왕(5경기 6골), EPL 공식 랭킹 15위, 이달의 선수상 2회.

시즌 통합 21골은 1985~1986시즌 레버쿠젠 소속으로 차범근이 세웠던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골(19골)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21년만에 깨진 기록에 차범근 역시 “자랑스럽다”며 까마득한 후배에 찬사를 보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무대 통산 28골로 박지성의 27골을 넘어 잉글랜드 무대 한국선수 통산 최다골 기록도 새로 쓰기도 했다. 또한 박지성과 기성용이 보유한 아시아 선수 한 시즌 EPL 최다골인 8골도 14골로 훌쩍 뛰어넘었다.

스스로를 넘어서기도 했다. 2012~2013시즌 함부르크 시절 리그 33경기에서 기록한 12골이 개인 통산 한 시즌 리그 최다골이었는데 올 시즌 14골로 개인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차범근과 박지성, 자신의 기록을 모두 넘은 최고의 시즌이었다.

단순히 한국과 아시아라는 틀 안에서 잘한 것만이 아니다. EPL사무국에서 매기는 전체 랭킹에서도 수많은 선수들을 넘어 전체 15위를 기록했고 이달의 선수상도 올 시즌 유일한 2회 수상자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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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3.5바퀴-6일당 1경기꼴’ 살인일정 버텨내고 얻은 영광

이 같은 손흥민의 대기록과 활약이 놀라운 것은 그가 세계 어떤 선수도 경험하기 힘든 살인적인 일정을 감내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시즌 시작 전부터 참으로 많이 뛰고 돌아다녔다. 2015~2016시즌 종료와 함께 한국에 갔다 바로 유럽 원정 A매치를 위해 다시 유럽에 갔다. 그리고 휴식기 이후 영국에서 팀의 전지훈련 일정으로 호주까지 이동했다. 호주 친선전 이후 이번에는 올림픽 합류를 위해 브라질로 갔고 브라질에서 경기를 뛴 후 다시 영국으로 갔다.

A매치 시즌만 되면 영국에서 한국을 지속적으로 오갔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이 같은 일정을 소화하긴 했지만 손흥민의 경우 시즌 전 영국-호주-브라질을 오가는 일정이었다. 그 어떤 선수도 경험하지 못한 빡빡한 일정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손흥민은 지난해 1년 동안 총 57번의 공식전에 출전했다. 이는 산술적으로 6일에 한경기 꼴로 경기에 나왔다는 것이며 이를 손흥민은 영국, 호주, 브라질, 한국 등을 도는 지구 3.5바퀴거리를 날아다니며 해낸 것이다.

▶아시아인 최초의 탑클래스 클럽 진출 가능할까?

역대 아시아 선수, 그리고 현재 유럽에 진출해있는 아시아 선수를 통틀어도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이야말로 소위 ‘탑클래스 클럽’으로 여겨지는 팀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아시아 선수일지도 모른다.

물론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현재 카가와 신지(일본)가 도르트문트, 과거에 알리 다에이, 알 카리미(밀란)이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뛴 적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맨유를 제외하곤 시대를 풍미한 클럽은 아니었다.

현재 최고의 클럽이라면 역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그리고 유벤투스(이탈리아),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 생제르망(프랑스)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부침 없이 꾸준히 세계 최고 클럽이면서 아직까지 아시아 선수의 입성을 허락하지 않은 클럽들이다.

손흥민이 계속해서 이런 활약을 보여준다면 아시아인에게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레알 마드리드 혹은 바르셀로나 같은 거대 빅클럽 이적도 마냥 꿈만은 아닐 수 있다. 손흥민 아시아선수로서의 상품성은 물론 실력과 외향적인 모습 모든 면에서 구미가 당기는 선수임이 틀림없다.

EPL
▶해결하지 못한 병역 문제… 2018 자카르타가 승부처

손흥민에게도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해결하지 못한 병역 문제다. 적기는 2014년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대표팀은 무려 26년만에 감격의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그 속에 손흥민은 없었다. 당시 소속팀이었던 레버쿠젠이 끝까지 반대해 차출이 불발됐다.

처음 도전이지만 재도전같았던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8강에 그치며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손흥민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다.

만약 이때마저 금메달을 따지 못해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진지하게 병역 문제로 인해 국내 복귀를 고민해야만 하는 손흥민의 현실이다.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주 상무, 경찰청에서 뛰기 위해서는 만 27세까지 입대해야만 한다(경찰청 입대 나이 만 29세에서 27세로 2016년 변경).

하지만 상주상무는 고졸 이상이만 입대할 수 있어 중졸인 손흥민은 경찰청밖에 갈 수 없다. 경찰청 입대를 위해서는 2019년 여름 이후에는 무조건 K리그에서 뛰어야 입대를 추진할 수 있다.

결국 부상이나 기량감퇴 같은 일이 없는 이상 손흥민을 가로막는 변수는 병역 문제뿐이다.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시아 출신 선수가 갈 수 있는 최대치가 어디인지 손흥민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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