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일(이하 한국시각) 류현진은 감히 2017시즌 최고투를 펼쳤다. 단순히 기록적인 것을 넘어 내용의 깔끔함 등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외신에서도 “시즌 최고투를 펼쳤다. 흔들리지 않았다”며 칭찬을 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대체 어떤 투구를 펼쳤던 것일까. 요약하자면 패스트볼 비중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대신 2014시즌 호투의 원동력이었던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2013시즌 호투를 하게했던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섞어 던진 것이었다. 이런 투구 패턴이야말로 어깨 부상을 당한 류현진이 향후 걸어가야 할 이상적 미래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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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1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동안 77구를 던지며 1실점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을 기록했다. 7회 자신의 타석에서 대타 교체되며 경기를 마친 류현진은 팀이 1-1로 맞선 상황에서 7회초를 마무리해 노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쳤다. 평균자책점은 3.91로 다시 3점대로 돌아왔다.

이날 경기에서 부진한다면 류현진에게 정말 ‘다음 선발 등판’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성적부진으로 생애 첫 불펜 강등을 경험한 상황에서 2선발 알렉스 우드가 어깨부상으로 잠시 이탈해 류현진이 임시 선발로 나섰기 때문. 부진한다면 다음부턴 임시선발로 나오는 것도 제한될 수 있었다.

벼랑 끝에서 류현진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런 호투의 비결은 다름 아닌 ‘변화구 투수’로의 변화였다.

이날 류현진은 총 77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중 패스트볼이 21개, 체인지업이 24개, 슬라이더가 19개, 커브가 13개였다. 즉 패스트볼을 27%, 체인지업을 31%, 슬라이더를 25%, 커브를 17% 비율로 던진 것이다.

이는 그동안 류현진이 던지던 투구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기에 놀라웠다.

1일 STL전 류현진 투구 패턴 (총 77구) *모든 기록은 브룩스 베이스볼 참고
패스트볼 21개 27% 체인지업 24개 31% 슬라이더 24개 25% 커브 13개 17%

류현진 ML 통산 투구 패턴
패스트볼 52% 체인지업 21% 슬라이더 15% 커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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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볼을 절반 이상 던지고 나머지를 변화구 구종으로 던지던 예전의 류현진은 1일 세인트루이스전 없었다. 패스트볼은 52%에서 21%로 30% 넘게 비중을 줄였다. 대신 변화구 구종으로 73%의 나머지 투구 비중을 메웠다.

그러다보니 경기 내내 당연히 빠른 공에 익숙한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은 타이밍을 놓친채 방망이를 생각보다 빨리 냈다. 땅볼과 힘없는 뜬공이 나온 이유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전성기 시절 평균 패스트볼 구속인 91.18마일보다 오히려 더 빠른 91.49마일을 기록했다. 슬라이더도 평균 83.86마일에서 훨씬 빠른 87.68마일짜리 고속 슬라이더였다. 2014시즌 중반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에게 배웠던 그 고속 슬라이더다.

즉 이날 류현진은 우려와 달리 패스트볼도 전성기와 다름없는 구속이었고, 2015시즌 유용하게 썼던 고속 슬라이더에 원래 주무기인 체인지업, 그리고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커브가 모두 잘 들었기에 호투가 가능했다. 반대로 말하면 하나라도 이날 경기같지 않을 경우 부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류현진은 더 이상 패스트볼을 전체 투구의 절반 이상을 던지던 자신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패스트볼은 곁다리로만 쓰는 변화구 투수로 변했고 이 변화는 더 이상 예전처럼 싱싱한 어깨로 필요한 순간에는 94~5마일까지 끌어올리던 자신이 아님을 인정하고 새로운 류현진으로의 변화를 뜻한다. 이 변화는 류현진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이상적 미래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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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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