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올시즌 모든 일정이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끝났다. 리그 1,2위 간의 대결로 상당한 기대를 받았던 NBA 서부지구 결승에서 샌안토니오는 4연패를 당하며 물러나야 했다.

공수 양 진영에서 샌안토니오에게 큰 영향력을 지닌 카와이 레너드가 1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며 빠진 뒤로 서부지구 결승은 크게 기울었다. 따라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시리즈 스윕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 입장에서는 현재 뿐만 아니라 당장 다음 시즌을 놓고 고민할 부분이 있다. 라마커스 알드리지(32)가 생각 이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서부지구 결승의 마지막 4차전 4쿼터에 알드리지는 아예 코트에 나오지도 못했다. 승부가 완전 갈린 시점이 아니었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샌안토니오의 코칭스태프는 출전시키지 않았다. 다음 시즌을 앞둔 여름 동안 샌안토니오와 알드리지 사이의 불협화음을 예고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알드리지와 샌안토니오 모두에게 큰 고민이 생긴 플레이오프였다. ⓒAFPBBNews = News1
▶무거운 에이스의 짐

레너드의 결장은 지구 결승뿐만 아니라 2라운드의 마지막 경기 6차전에도 있었다. 당시에 알드리지는 61.5%에 달하는 야투율로 34득점을 올리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PO 1라운드부터 있던 어느 정도의 부진 의혹을 씻을 수 있었다.

또한 서부지구 결승 1차전에서 45.8%의 야투율로 28득점을 올린 알드리지는 레너드가 부상으로 빠지기 전까지 샌안토니오가 앞선 점수를 내도록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레너드 부상 이후로 알드리지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2차전부터 3경기 동안 알드리지는 38.5%의 야투율로 총 34득점을 올렸다. 3차전 18득점 외에 2,4차전은 각각 8득점에 묶였다. 2015년 여름에 팀에서 가장 큰 금액으로 계약했던 선수로서 맡은 몫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장기 실종

알드리지는 페인트 구역 밖의 외곽 슈팅 시도 지분이 크기 때문에 원래 야투율이 높은 빅맨이 아니다. 23일까지 플레이오프 동안 알드리지가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시도한 야투 112회는 플레이오프 참가 NBA 선수들 중 가장 많다.

정규 시즌에서도 미드레인지에서 572회를 시도하며 모든 NBA 선수들 중 6번째에 오를 정도로 외곽 슈팅을 선호한다. 그리고 선호하는 만큼 안정적인 정확도를 경력 동안 선보였다.

미드레인지는 알드리지의 야투 중 절반에 달하는 중요한 슈팅 지점이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플레이오프 동안 알드리지의 미드레인지 슈팅이 말을 안 들었다. 최근 시즌들에서 줄곧 미드레인지 야투율이 40%를 넘겼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33.9%에 그쳤다. 지구 결승에서는 25.9%로 폭락했다.

이로 말미암아 알드리지를 통한 공격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포스트 공격에서도 적극성을 보이지 못하며 팁인 외에는 빈곤한 골밑 득점을 보였다.

▶코트 위 적자의 존재감

공격 진영의 부진과 함께 수비에서도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최근의 알드리지는 시즌 때 코트 위 영향력과 큰 차이를 보였다. 샌안토니오는 시즌 동안 알드리지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 경기 당 3.8점차로 상대방을 앞섰다. 팀에서 5번째로 높은 마진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동안에는 알드리지가 코트 위에 있을 때 샌안토니오가 경기 당 2.8점차로 밀렸다. 이는 팀에서 대니 그린(-2.9) 다음으로 가장 큰 적자다. 더욱이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는 팀 내 최악의 마진(-19.8)을 알드리지가 기록했다.

▶향후 고민

알드리지가 이렇게 고전을 겪은 이유는 플레이오프 동안 코트 위 마진 7.7을 기록했던 레너드의 부재가 컸다. 레너드가 탈 없이 뛰었더라면 크게 노출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문제다. 또한 원래의 주전 포인트 가드 토니 파커의 부재로 인해 적시적소의 패스를 적게 받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워낙 중요하고 이목이 집중된 무대에서 보여준 부진이었기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의 샌안토니오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시즌의 전망이다. 알드리지는 2017~18시즌까지 거액 계약에 묶여있기 때문에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진다. 올시즌 레너드가 기량을 만개시킨 시점에서 샌안토니오는 계속해 성적을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전력 누수는 큰 타격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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