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소감을 밝히는 주희정(좌).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들 주지우 군(우)은 NBA 선수가 되고 싶은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KBL 제공
[스포츠한국 논현=박대웅 기자] 주희정(40)이 최고의 농구 선수에서 이제는 가족들에게 최고의 아빠와 남편이 될 것을 결심했다.

주희정은 18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 5층 교육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년 동안 프로 선수로서 걸어온 농구 인생을 되돌아봤다.

KBL 출범 두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 1997~98시즌 프로에 데뷔한 주희정은 원주 나래를 시작으로 서울 삼성, 안양 KT&G, 서울 SK 등을 거쳐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 총 20시즌을 소화했다.

정규시즌 통산 1029경기(역대 1위)를 소화한 가운데 평균 8.3점 5.2어시스트 3.3리바운드 1.5스틸을 기록했으며 신인 선수상(1997~98시즌), 챔피언결정전 MVP(2000~01시즌), 정규시즌 MVP(2008~09시즌), 베스트5 4회, 어시스트왕 4회, 스틸왕 2회, 수비5걸 3회, 우수후보 선수상(2013~14시즌), 모범 선수상 2회 등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한 커리어를 남겼다.

특히 누적 부문에서는 통산 어시스트(5381개)와 스틸(1505개)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1위에 올랐으며, 득점(8564점, 5위), 리바운드(3439개, 5위), 3점슛 성공(1152개 2위) 등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처럼 화려한 선수 생활을 거쳤지만 주희정은 스포츠 선수의 특성상 가정에서도 최고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농구공을 내려놓는 만큼 그동안 부족했던 사랑을 가족들에게 전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날 주희정은 가족과 관련된 언급 도중 유독 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주희정은 “아내에게 은퇴를 하면 농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 주희정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농구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먼저 전했다.

또한 주희정은 “첫째, 둘째 아이가 1년만 더 선수생활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더라. 꼭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며 다시 한 번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주희정은 “은퇴를 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변하는 것은 없다. 시즌이 끝났을 때와 똑같이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을 갈 때 데려다줄 수 있는 평범한 아빠처럼 지낼 것 같다. 놀이터에도 함께 놀러가겠다”며 아이들에게 더욱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을 밝혔다.

또한 주희정은 “아내가 당분간 쉬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하지만 대한민국 아빠들은 모두 똑같은 것 같다. 나 역시 어깨가 무겁다. 휴식을 취하겠지만 지도자 공부를 비롯해 미래를 설계해나가도록 하겠다. 그 전까지는 가족들과 원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고생 속에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지만 현재는 하늘나라에 있는 할머니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주희정은 “너무나 감사하다. 어려운 와중에 지병이 심각하셨는데도 손자 하나 잘 키우기 위해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효도다운 효도를 못해드렸다. 평생 죽을 때까지 가슴이 아플 것 같다”며 “매 경기마다 마음 속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빌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잘 해준 것이 없는데 내 이익만 생각하고 그렇게 빌었던 것조차도 이 자리에 서게 되니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다”는 말로 스스로를 자책했다.

주희정은 이어 “늘 할머니를 보고 싶다. 이제는 사실 할머니 얼굴조차 잘 그려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매일매일 보고 싶고, 매 경기마다 기도해왔다. 전생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내가 못다 한 것을 해드리고 싶다. 사람은 언젠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나이가 들어 할머니 곁으로 간다면 그 때는 정말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는 마음을 전했다.

비록 더 이상 할머니에게 효도를 할 순 없지만 이제 그 사랑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주희정이다. 코트 위에서도 최고의 선수가 됐듯 한 가장의 아빠와 남편으로서도 주희정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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