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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동부가 FA 최대어 이정현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동부는 FA 원소속 구단 협상 마감일인 16일 김주성과 1년 간 보수 총액 2억원(연봉 1억4000만원, 인센티브 6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주성은 지난해 4억5000만원에서 절반 이상 연봉이 삭감된 것을 흔쾌히 수용했다. 동부 측은 “김주성이 첫 면담에서 팀 사정에 맞게 보수를 정해주면 구단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팀을 먼저 생각해준 점에 고마움을 전했다.

김주성 역시 “보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15년 간 내 중심으로 팀을 이끌어 왔다면 올 한해는 팀이 새롭게 변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역할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김주성의 보수 총액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박지현과 김봉수는 은퇴 후 스카우터와 매니저로 새출발하게 됐다. 허웅과 김창모의 군입대까지 포함하면 동부는 총 5명의 선수만으로도 지난 시즌 대비 6억4000만원의 샐러리캡 여유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기존 샐러리캡 소진율이 94.7%였기 때문에 채우지 못했던 금액까지 더한다면 최소 7억7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 기존 선수들의 연봉 삭감 여부에 따라 이 금액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투자에 마음만 먹는다면 시장에 나오는 대어 FA도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2016~17시즌 동부는 정규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모비스에 3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스윕을 당했다. 리빌딩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결국 김영만 감독(현 LG 코치)과의 결별을 택했다.

하지만 리빌딩마저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던 것이 사실이다. 윤호영이 아킬레스건 수술로 다음 시즌 개막전 출전마저 불투명한 상태고, 허웅의 군입대로 가드진 역시 무게감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김주성 또한 후반기부터 페이스가 더욱 내려갔기 때문에 다음 시즌은 말 그대로 중심이 아닌 보조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주성이 샐러리캡 여유를 늘이는데 큰 힘을 보태면서 극적으로 전력 보강의 길이 열렸고, 현재로서는 KGC인삼공사와의 계약이 불발된 이정현의 영입까지도 내심 기대해 볼 수 있는 입장이다. 이정현이 허웅의 공백을 채우고도 남을 기량을 갖췄기 때문에 당장 다음 시즌 성적 향상은 물론 리빌딩 역시 빠르고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물론 오리온을 비롯해 kt, 삼성 등이 이정현 영입의 강력한 경쟁팀이 될 수 있지만 신인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상범 감독이 새롭게 동부 지휘봉을 잡은 점도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동부는 수년간 굳어져왔던 산성의 시대를 뒤로하고 다이내믹한 팀으로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 샐러리캡을 비워내며 FA의 큰 손이 될 준비를 마쳤고, 시장에는 팀의 새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가 나왔다. 동부의 결정을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좋은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이정현 영입에 사활을 걸어볼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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