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휴스턴 로켓츠에게 114-75 대승을 거두며 4승2패로 PO 2라운드 시리즈를 통과했다.

이로써 휴스턴은 2012~13시즌 제임스 하든을 영입한 뒤로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시도한 우승 도전에 다시 실패했다.

마지막 6차전은 샌안토니오의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까지 발목 상태로 인해 결장한 상태임에도 휴스턴이 일방적으로 패해 그 충격이 더 컸다. 그래서 결국 휴스턴은 자신들이 몇 년에 걸쳐 유지해온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휴스턴에는 리그의 다른 팀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요소들이 있다. 그 요소들은 전통적이고도 통상적인 농구 관념과는 대치되는 면도 있어 실패할 경우 강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강력한 시즌 MVP 후보이기도 했던 하든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매우 초라하게 끝났다. ⓒAFPBBNews = News1
▶모리볼

휴스턴의 농구단장 대럴 모리는 통계 분석을 기반으로 NBA에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이런 경력답게 농구 통계 분석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골밑과 3점 구역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팀에 주입했다. 이런 체제에 대해 MLB에서 통계 분석 토대로 유명했던 머니볼과 모리 단장의 이름을 따서 만든 명칭이 모리볼(Moreyball)이다.

휴스턴은 2013~14시즌부터 줄곧 경기 당 3점 시도에 있어 리그 첫 번째에 올랐다. 올시즌은 리그 2번째 팀(33.9회)과 경기 당 무려 6.4회나 차이나는 40.3회의 3점슛을 시도했다. 또한 바스켓 바로 아래의 제한구역에서의 시도도 리그 1번째는 아니더라도 늘 수위권에 있어왔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변함이 없다. 2라운드 동안 휴스턴은 시즌 때보다도 많은 경기 당 42.3회의 3점슛을 시도했다. 그리고 제한구역 안에서 야투 27.5회를 시도했다. 이에 따라 결국 미드레인지에서는 불과 6.2회만 시도했다. 반면 상대팀 샌안토니오는 평균 3점슛 시도를 26.0회, 미드레인지 구역 시도를 20.3회를 남기며 대조적인 구도를 남겼다.

골밑은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집중 공략할 가치가 높다. 어느 팀에게나 골밑은 가장 선호하는 구역이다. 한편 3점 구역은 성공 확률은 가장 낮지만 2점보다 1점을 더 얻기 때문에 기댓값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3점슛 확률이 너무 떨어지면 결국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플레이오프처럼 단기전에다가 선수들이 받는 압박이 커지는 무대에서는 높은 3점슛 적중률이 나오기 힘들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이런 우려가 이번 시리즈에서 현실화됐다.

2라운드의 6경기에서 휴스턴은 33.3% 이하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할 때마다 졌다. 경기마다 30회를 훌쩍 넘기는 3점슛 시도를 하는 팀에게 있어 3점슛 온도는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

한편 휴스턴이 선호하는 골밑 공격에 있어서도 또 다른 특성과 맞물려 실패를 맞본 면이 있다.

▶스몰볼

휴스턴은 코트 위에 빅맨 1명만을 내세우는 작은 라인업, 스몰볼을 선호한다. 게다가 든든히 골밑 득점을 챙겨줬던 네네가 4차전에 부상을 당하면서 휴스턴은 강제적으로 스몰볼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스몰볼은 기동성 있는 선수들이 많은 강점을 살려 상대 수비를 정신없이 흔들다가 슈터에게 오픈 기회를 제공해주는 전략에 최적화됐다. 이 스몰볼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관건은 골밑에서 어느 정도 버텨줘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휴스턴은 이 점에 있어 실패했다.

시리즈 동안 샌안토니오는 통상적인 2명의 빅맨 라인업을 주로 이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스턴의 빠른 움직임에 곤욕을 치르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샌안토니오가 꼬박꼬박 우위를 챙긴 양상 하나가 리바운드였다. 이길 때든 질 때든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에서는 줄곧 앞섰다.

2라운드 동안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샌안토니오는 30.3%, 휴스턴은 20.7%를 기록했다. 특히 네네가 빠진 5,6차전에서 샌안토니오는 자신들이 실패한 슛 중 각각 32.1%와 34.1%를 다시 리바운드로 회수했다.

또한 샌안토니오는 시즌 동안 크게 비중을 많이 갖지 못하던 골밑 득점 기회를 이번 시리즈에서 많이 가졌다. 시즌 동안 제한구역에서 경기 당 23.2회 시도해 14.5개를 성공시켰던 샌안토니오는 2라운드 동안 31.1회 시도해 20.0개 성공시켰다. 반대로 휴스턴은 시즌 31.1회 시도에서 27.5회로 줄었다.

리그 3위의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서부지구의 격심한 플레이오프 경쟁률이 또 휴스턴의 앞을 가로막았다. ⓒAFPBBNews = News1
▶모든 짐이 맡겨진 볼 핸들러

2011~12시즌부터 전 시즌까지 휴스턴을 이끌었던 케빈 맥헤일 감독도 볼 핸들러에게 재량을 맡기는 성향이 강했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강한 성향을 가진 인물이 현재의 댄토니 감독이다. 또한 이렇게 볼 핸들러가 공격의 시작과 끝을 관장하도록 맡기는 전략은 제임스 하든의 성향과도 일맥상통한다.

1라운드에서 휴스턴은 자신들과 거의 똑같이 러셀 웨스트브룩에 모든 것이 맡겨진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 우위를 가졌다. 하든과 웨스트브룩이 코트에 없을 때 경기력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반대로 샌안토니오는 레너드에게 맡겨진 짐이 크기도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기여 비중이 휴스턴보다 크다.

게다가 시즌 동안 평균 14.9득점을 올렸던 핵심 벤치 인원 루 윌리엄스가 7.3득점에 그치는 부진마저 겹치며 하든의 짐은 커졌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5차전까지 샌안토니오를 괴롭히던 하든의 위력이 6차전 급격히 떨어졌다. 하든이 부진하자 휴스턴의 공격은 득점가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변화의 가능성

NBA닷컴에 따르면 휴스턴은 정규 시즌에 100포제션 당 111.8득점으로 리그 2위의 공격지표로 마감했다. 리그 최강 공격력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113.2)와 그리 큰 차이도 아니다. 이토록 강한 득점력을 자랑했던 휴스턴이 2라운드 시리즈에서 100포제션 당 105.1득점에 그쳤다.

물론 단기전이라 100포제션 당 81.5득점에 그친 6차전 한 경기의 영향이 컸다. 5차전까지는 100포제션 당 109.4득점으로 샌안토니오(107.5)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6차전의 크나큰 부진은 휴스턴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단면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휴스턴의 주요 선수 명단은 트레이드가 없다면 다음 시즌에도 이어진다. 출전 시간 평균 10분 이상 선수 중에는 네네만이 자유 계약 신분이 된다. 따라서 선수 구성 변화는 아직 예상하기 힘들다.

구단의 운영진도 계속 이어진다면 현재 휴스턴의 전략 체계는 큰 변화를 거치기 어렵다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네네가 있던 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다음 시즌 성공 가능성의 변수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23세 주전 센터 클린트 카펠라가 얼마만큼 성장하는지도 중요하다. 현재 휴스턴의 독특한 체제도 결국 유능한 빅맨의 존재가 절실히 중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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