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광'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첫 개혁의 단추는 스포츠…'공정한 스포츠 생태계 복원'을 바라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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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지난 4월 11일과 5월 1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체육계에서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첫 모임이었던 지난달에는 체육인 2000여 명을 대표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체육인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수영 아시안게임 5관왕 최윤희 한국여성스포츠 회장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또 지난 1일에는 무려 1만명의 체육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언식을 열었다.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을 비롯해 전 테니스 선수 이형택, 김경수 대한축구협회 중등연맹 회장 및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승부에서 인류의 승리를 가져온 이세돌 9단까지 나서 지지를 선언했다.

엄밀히 말해 호소에 가까운 지지였다. 한국 스포츠계가 더 이상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이들의 바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처럼 많은 스포츠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바로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인 최순실 게이트가 스포츠계 전반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로 포장이 되어 한국을 널리 알리겠다고 만들어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대기업과 재벌의 부를 긁어모으기 위한 돈주머니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특기생 입시 비리 및 승마 특혜 지원은 이른바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 관계를 포기)라 불리는 젊은이들의 꿈을 짓밟았다.

무능한 상속자의 학벌 포장, 그리고 박근혜, 최순실의 개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도구, 알면서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돈으로 안정을 산 대기업의 부정에 의해 한국 스포츠는 가장 큰 희생양이 됐다. 승마협회,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더블루K까지 각종 단체들의 비리가 얽히고 설키면서 사람들은 체육계를 비리집단, 국정농단에 협력한 조직, 불공정한 세력으로 매도했다.

한국 스포츠의 발전에 온 몸을 바친 체육인들은 스포츠가 다시금 공정성을 되찾고 자율성을 보장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의 첫 단계로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 조성'을 외친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지난 10일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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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관심 많은 대통령, 문재인은 야구 명문고 출신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특히나 야구를 사랑하고 좋아했다. 그는 경남 거제 출신으로 부산에서 성장했다.

부산 남항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명문인 경남중을 거쳐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 트로피를 24번이나 들어올렸고 롯데의 상징인 이대호의 출신 학교로 유명한 야구 명문 경남고에 진학했다.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문재인은 경희대 법대를 다닐 때 학년 대항 야구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우승을 따냈고 사법 연수원 시절에도 그는 4번 타자로 뛰었다. 말 그대로 '4번 타자 야구대통령'인 셈이다. 그가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 전해진 몇 가지 일화가 있다.

지난 1980년, 특전사로 군복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문재인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신군부가 5·17 비상계엄 조치를 발동하자 복학생 대표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잡혀 청량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그 시기 철창 안에서 사법고시 2차 합격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영부인이 된 김정숙 여사가 경남고의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 소식이 담긴 신문을 들고 면회를 간 일화는 잘 알려져있다.

문 대통령은 경남고 후배이자 롯데의 영원한 레전드인 최동원(작고)과의 각별한 인연도 소개한 바 있다. 1988년 당시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최동원은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구성을 위해 법적인 도움을 받고자 당시 부산 지역의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선배 문재인 변호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선거운동에서 각 지역의 민심을 잡고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영·호남의 통합을 위한 '야구 유니폼 선거 운동'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22일 부산에서 유세 운동에 나선 문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현역 시절 '악바리'로 불렸던 롯데 출신의 박정태에게 선물 받은 야구방망이와 롯데 유니폼을 직접 입고 부산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민주당의 텃밭이자 표심의 향방이 가려지는 호남 지역에서도 문 대통령은 '야구'로 민심을 끌어모았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해태 시절 '오리 궁둥이' 강타자로 알려진 김성한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김응용 감독의 손을 잡고 만세를 불렀다. 물론 여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해태'가 쓰여진 빨간 유니폼을 입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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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스포츠로 풀어내는 대통령 될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운동 시절 "박근혜 국정 농단의 시작은 체육 농단이다. 스포츠 정신에 핵심인 공정성을 다시 세우고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드리겠다"라고 밝히며 지난 정부 내내 고개만 숙였던 체육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보이지 않은 큰 보탬이 됐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각종 스포츠 공약을 내세우며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로운 스포츠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생활체육시설 대폭 확대 등을 통한 스포츠 참여기회 확대를 비롯해 ▲ 공정한 스포츠생태계 조성 ▲ 체육특기자 입시전형의 획기적 개선 ▲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지원 ▲ 체육인 복지 증진과 체육지도자의 처우 개선 ▲ 스포츠산업 육성과 스포츠를 통한 일자리 창출 ▲ 남북체육교류 재개로 남북의 화해협력 등 7대 체육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스포츠로 꼬였으니 스포츠로 푸는 것이 해답이다. 미국은 4대 스포츠(MLB, NBA, NFL, NHL) 우승팀이 매년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로 백악관에 가서 대통령과 만난다. 퇴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메이저리그 시카코 컵스를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자신을 "컵스팬 중의 최고의 팬이다"라고 소개하며 선수들을 환대했다.

'괴짜' 트럼프 대통령의 스포츠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유명 골프 선수들과 함께 라운딩을 하는 것은 물론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트 쿼터백인 톰 브래디의 광팬으로 알려진 그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패트리어트 유니폼을 보고 아이처럼 즐거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 국가의 지도자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우리도 상상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KBO리그 우승팀이 청와대 초청을 받아 대통령의 환대를 받는 것을 현실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성사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 스포츠 전체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또한 스포츠뿐 아니라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얼룩진 문화·예술계에 드리울 수 있는 의혹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훌륭한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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