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 셀틱스가 워싱턴 위저즈에 123-101 대승을 거두며 PO 2라운드 시리즈에서 3승2패의 우위를 잡게 됐다.

사실 이번 보스턴-워싱턴 시리즈는 맥락을 짚기에 약간 민망한 경향이 있다. 모든 경기에서 홈팀이 승리를 거뒀고 2차전은 연장까지 가긴 했지만 5경기 모두에서 두 자릿수의 점수 차가 난 일방적인 경기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어느 팀에게나 홈경기가 좋은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그 우위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스턴과 워싱턴 서로가 상대 구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AFPBBNews = News1
▶경기장에 따라 크게 갈린 팀 실적

5차전까지 보스턴과 워싱턴이 경기 장소에 따라 어떤 실적을 냈는지는 다음과 같다. 공격지표는 NBA닷컴 기준 100포제션 당 득점이다.

보스턴 쪽에서 보자면 홈과 원정에 따라 공격 실적에 큰 차이가 났다. 반대로 워싱턴 쪽은 수비 실적이 경기 장소에 따라 크게 갈린 셈이다.

보스턴의 정규 시즌 평균 득점이 108.0득점이었고, 홈에서 109.5득점과 원정에서 106.5득점으로 나뉜다. 즉 시즌에는 경기 장소에 따라 큰 차이가 없던 득점력이 이번 라운드에 들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시즌 동안 괜찮았던 보스턴의 홈-원정 성적 균형

53승29패(승률 64.6%) 성적을 통해 지구 1위이자 리그 4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보스턴은 홈과 원정 승률에 있어서도 동시에 리그 4위에 올랐다. 홈에서 30승11패(승률 73.2%), 그리고 원정에서 23승18패(승률 56.1%)를 기록했다. 시즌 성적 리그 4위 안에 들었던 팀들은 모두 홈과 원정 전적에 있어 동시에 리그 5위 안에 드는 균형을 보여줬다.

보스턴은 1라운드 때 홈보다 오히려 원정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홈에서 2연패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했던 보스턴은 1승2패의 홈 전적과 3승무패의 원정 전적을 남겼다. 즉 시카고 불스의 홈 관중에게 연고팀의 승리를 보지 못하게 만들었던 보스턴이다.

반면 시즌 때부터 원래 홈-원정 성적 격차가 컸던 팀은 워싱턴이다. 49승33패(승률 59.8%)로 리그 9위에 올랐던 워싱턴은 홈 전적만큼은 보스턴과 동일한 30승11패를 기록했다. 반면 원정 전적은 19승22패(승률 46.3%)로 리그 공동 10위에 그쳤다.

▶슈팅 정확도와 턴오버에 의해 갈린 승부들

농구 경기의 승부에 관여하는 4대 요소(Four Factors)는 중요도 순으로 슈팅 정확도, 턴오버, 리바운드, 자유투다. 그리고 그 중요도의 순서에 맞게 5경기 모두 슈팅 정확도와 턴오버 관리에서 앞선 팀이 승리했다. 일단 이 두 가지 요소에서 모두 밀리면 사실상 승리는 힘들다.

초반 두 경기 이후로는 양 팀 에이스 가드들의 위력이 빛나지 못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대신 리바운드 장악력은 5경기 내내 워싱턴이 쥐고 있었다. 원래 보스턴은 시즌 때도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75.3%)이 리그 27위에 그쳤고, 시카고와 상대했던 1라운드에서도 리바운드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라운드 5경기 동안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에 있어 워싱턴은 31.1%를, 보스턴은 24.3%를 기록 중이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은 100%에서 상대방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뺀 숫자로서 보스턴은 즉 68.9%에 그치는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참고로 정규 시즌 최하위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이 뉴욕 닉스의 74.1%였다.

그럼에도 보스턴은 홈에서 슈팅 정확도와 볼 관리에 있어 큰 우위를 잡았다. 반대로 워싱턴으로 장소를 옮겼을 때는 야투 난조와 턴오버에서 큰 난관을 겪었다. 3차전에서는 야투율 35.1%과 16턴오버로 인해 27점차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들쭉날쭉한 선수들의 기복

플레이오프가 힘겨운 무대임을 말해주려는 듯 이번 시리즈에 참여한 주요 선수들이 경기별로 기복을 보이고 있다. 5차전에서 본인 경력 플레이오프 최고 득점(29점)을 올려 보스턴 승리의 주역이 된 에이브리 브래들리는 3,4차전에서 저조한 야투율로 각각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보스턴의 에이스 아이제이아 토마스는 2차전 53득점의 영웅 활약 뒤 3차전에서 13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또한 5차전 팀은 승리했지만 토마스 개인으로서는 38.5%의 낮은 야투율을 보였다.

워싱턴의 에이스 존 월은 오히려 패했던 1,2차전에서 좋은 야투율을 보이다가 그 뒤로 썩 좋지 못하다. 그 다음의 주득점원 브래들리 빌은 1차전과 4차전의 20점대 득점 활약 외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은 주전 5인을 5경기 내내 바꾸지 않았고, 보스턴은 선발을 놓고 아미르 존슨과 제랄드 그린을 경기마다 바꾸곤 하지만 반전을 주고 있진 않다. 결국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이 크게 좌우하고 있다.

보스턴 입장에서 이대로 홈팀만 계속 이기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홈경기가 4번이기 때문에 2라운드 통과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지구 결승 라운드에서 시즌과 차원이 다른 위력을 뿜어내고 있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맞붙었을 때가 문제다.

한편 워싱턴은 이제 2연승을 거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양 팀에게 있어 다음 라운드를 생각한다면 원정 경기 하나는 잡을 각오를 해야 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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