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좌완 선발에 김현수 결장’, ‘우투수임에도 결장’ ‘오랜만에 나온 김현수, 대타 안타’

지난 4월, 그리고 5월초까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 소식을 전하는 국내 언론의 헤드라인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김현수가 나오느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시즌 중반부터는 ‘우완 선발=김현수 출전’이라는 나름 확실한 공식이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좌완 선발 때 제외되는 것은 물론 우완 선발 때도 심심찮게 제외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김현수는 팀 내 15명의 야수 중 출전경기수 11위(팀 30경기 중 16경기)에 그치고 있다. 물론 9명이서 하는 야구의 특성상 11위는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뒤에 있는 4명이 세 번째 포수인 페냐(2경기 출전), 두 번째 포수 백업 칼렙 조셉(14경기), 부상을 당해 한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조이 리카드(14경기), 내외야 백업 라이언 플라허티(9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플라허티를 빼고 일반 야수 중에 김현수보다 적게 나온 선수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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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타율 3할2리에 출루율은 3할8푼2리에 달했던 김현수의 입지는 초반 왜 이렇게 좁아진 것일까. 결국 문제는 활용도의 문제와 함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트레이 만치니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대수비+대주자로서 활용가치 인정 못 받는 김현수

볼티모어 내에서 김현수에 대한 시선은 ‘우완 투수일 때 선발 좌익수로 쓸 수 있는 선수’와 함께 ‘우투수 대타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선수’라는 딱 두 가지 역할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현수가 출전한 16경기 중 우완 선발일 때 선발로 12경기, 교체로 1경기, 좌완선발일때는 선발이 내려간 이후 대타 출전이 3경기다. 올 시즌 팀이 우완선발을 상대로 17경기, 좌완선발을 상대로 13경기 중 우완선발일때는 출전율이 76%(13/17), 좌완 선발일때는 23%(3/13)인 셈이다.

주목해야할 점은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타자’로서만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현수의 좌익수 수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현지 언론이나 팀 분위기는 적다. 국내에서 나쁘지 않았던 주루플레이 능력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한 듯 하다. 오로지 방망이로만 김현수를 평가하고 있는 모양새.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김현수를 제외한 나머지 외야수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단 볼티모어는 아무리 부진해도 중견수 아담 존스와 지명타자 마크 트럼보는 확정이다. 우익수 자리에는 우투수일때는 무조건 세스 스미스, 좌투수일때는 조이 리카드가 서며 좌익수에는 기본적으로 우투수일때 김현수 혹은 트레이 만치니, 좌투수일 때는 만치니가 선다.

벤치에 주로 앉는 선수는 리카드, 크렉 젠트리, 김현수인데 리카드와 젠트리는 대수비 혹은 대주자로서 활용되는 것은 물론 플래툰때 선발로 인정받고 있다. 젠트리는 23경기 출전 중 8경기만 선발로 나왔고 나머지는 모두 경기 후반 대수비 출전이다. 리카드 역시 13경기 중 5경기만 선발로 나왔고 나머지는 모두 일단 대수비, 대주자로 나왔다 타석에도 들어섰다.

리카드와 젠트리는 모두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를 가지고 있는 선수. 아무래도 크고 느린 주전 우익수와 좌익수인 스미스와 만치니가 지쳤을 때 경기 후반 들어가 수비를 강화하는데 잘 쓰일 수 있다.

그러나 김현수의 경우에는 오로지 ‘타자’로서만 인정받고 있고 대수비 출전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볼티모어는 오로지 김현수를 ‘우투수가 나올 때 안타와 출루를 기대할 수 있는 제한된 좌익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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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갈 때 변화는 필요없다?

볼티모어는 현재 30경기를 한 상태에서 20승 10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에 올라있다. 말이 2위지 아메리칸리그 전체 승률 2위(0.667)이자 메이저리그 전체를 따져도 3위다. 이렇게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데는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의 지도력을 무시할 순 없다.

애초 볼티모어는 강팀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사실 늘 시즌 전에는 ‘이번에는 쉽지 않을 팀’에 항상 분류되는 볼티모어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 부임 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고, 세 차례 플레이오프 진출과 한 차례 디비전 우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 역시 볼티모어는 큰 영입없이 힘들거라는 관측이 나왔음에도 현재 20승 10패로 잘하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이기에 그럴 수 있지만 잘하고 있는 쇼월터의 정책에 변화를 가할 필요는 없는 볼티모어 수뇌부다.

실제로 김현수가 아니라도 만치니라는 유망주의 성장이 돋보이고 어차피 김현수는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연봉 420만달러의 팀내 연봉 순위 13위 정도의 선수기에 안달나서 김현수를 쓸 필요도 없다.

또한 김현수가 크게 불만을 표출하지도, 팀내에 녹아들지 못하는 선수도 아니며 지난 시즌 타율 3할을 기록할 정도로 필요할때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선수다. 일각에서 주장되는 김현수를 트레이드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현수를 트레이드했을 때 받아올 수 있는 매물보다 김현수를 데리고 있을 때 손해보지 않는 것들을 고려한다면 볼티모어 입장에서는 김현수를 트레이드할 이유도 딱히 없다.

▶만치니의 성장이 가장 큰 걸림돌

그 어떤 이유보다 가장 김현수의 출전시간이 줄어든 것은 결국 만치니의 성장이다.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더로 볼티모어가 직접 뽑은 만치니는 4년만에 마이너리그를 뚫고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20홈런을 때려내며 인정받았고 특히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무려 30경기에서 3할3푼3리의 타율에 장타율 6할로 쇼월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스 스미스나 마크 트럼보를 중용하는 쇼월터 감독의 성향을 보면 알지만 기본적으로 쇼월터 감독은 거포 스타일을 좋아한다. 좌익수 포지션만이 리카드와 김현수로 단타 위주였는데 이 포지션을 거포로 바꿀 수 있게 해준 것이 만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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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만치니는 자신들이 키운 프랜차이즈 스타에 아직 만 25세의 어린 선수다. 그런 만치니가 4월에만 홈런 5개를 뽑아내는 등 파워를 보여주니 얼마나 이쁘겠는가. 만치니의 20경기 출전은 그대로 김현수의 출전 횟수를 갉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김현수가 인내해야한다. 만치니가 나름 잘하고 있지만 신인들의 초반 돌풍 후 날이 더워질 때 부진한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또한 리카드나 젠트리는 결국 ‘타격’이 중요한 코너 외야수에서 주전의 자리를 꿰차기는 힘든 선수다. 오로지 방망이로만 평가받고 있는 김현수지만 자신이 필요로 하는 그날까지 좀 더 기다려야한다. 물론 기다림이 너무 길어져 김현수조차 지칠 수도 있지만 인내밖에는 답이 없는 답답한 현실이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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