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KGC인삼공사가 창단 이후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과연 KGC인삼공사가 새로운 왕조를 구축할 수 있을까.

KGC인삼공사는 지난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88-86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GC인삼공사는 7전4선승제의 결승에서 4승2패를 기록해 2011~12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5년 전에는 정규리그 2위에 만족했다면 이번에는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우승으로 장식해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통합 우승은 전신 SBS 시절을 모두 포함해도 이번이 처음이다.

KBL 제공
첫 챔프전 우승 당시 KGC인삼공사는 빠른 리빌딩에 성공하면서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팀이었다. 오세근은 프로데뷔 첫 시즌부터 챔프전 MVP를 차지해 최고의 빅맨 계보를 이을 기세였고, 직전 시즌 신인 1, 2순위로 프로에 진출한 박찬희와 이정현도 미래가 창창했다. 올시즌 리그 최고 에이스로 떠오른 이정현이 당시에는 식스맨으로 뛸 정도였다.

또한 양희종과 김태술은 당시 나이를 감안했을 때 전성기에 접어들 시기였으며, 김성철, 은희석 등 베테랑들과의 신구조화까지 갖춰진 상태였다. 토종 멤버들이 워낙 화려했고, 젊은 피가 많았기 때문에 1회 우승에 그칠 전력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가 다시 우승을 차지하기까지는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오세근이 부상으로 다음 시즌을 통째로 쉰 가운데 2013~14시즌에는 고참들이 은퇴를 했고, 이후로는 김태술과 박찬희가 차례로 팀을 옮겼다. 외국인 선수 복도 줄곧 없는 편에 속했다. 어느덧 양희종이 팀 내 최고참이 될 만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승은 1회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선수단 변화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역시 첫 우승 당시 전력분석을 맡았던 손창환 현 코치와 정태오 트레이너 정도만이 자리를 계속 지켰으며,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거쳤다.

하지만 올시즌 KGC인삼공사는 오세근의 부활과 이정현의 꾸준한 성장, 여기에 6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데이비드 사이먼 역시 처음 KBL에 입성했을 때의 위력을 선보이며 강력한 빅3를 초반부터 구축했다.

양희종이 공격에서의 기여는 더욱 떨어졌지만 수비 존재감은 여전했으며, 키퍼 사익스도 정규시즌 도중 두 차례의 퇴출 위기를 딛고 일정을 거듭할수록 팀에 녹아들었다. 이 밖에 잠재력 넘치는 새로운 젊은 피들이 수혈되면서 다시 한 번 정상 등극의 발판을 마련했고, 몇 차례 고비는 있었지만 결국 위기를 극복해내며 2011~12시즌보다 더욱 완벽한 성과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첫 우승 이후에도 이미 경험했듯 정상을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 최근 몇 년 간 모비스 정도를 제외하면 해마다 우승팀이 계속해서 바뀌는 양상이었고, 모비스조차 KBL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3연패 동안 통합 우승은 한 차례 뿐이었다. 역대 통합 우승 2연패는 1997~98, 1998~99시즌의 현대가 아직까지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 있다.

KGC인삼공사 역시 다음 시즌 다른 팀들의 만만치 않은 도전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KGC인삼공사가 왕조 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올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게 된 이정현과 오세근을 모두 붙잡는 것이 최대 과제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선수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쳐 이번 시장에서 주가가 하늘을 치솟을 것이 당연하며, 프로농구에는 샐러리캡이 존재하기 때문에 팀 전체 연봉 허용 범위 내에서 두 선수 모두를 만족시킬 대우를 해주는 일이 사실상 어렵다. 두 선수가 왕조 건설을 위해 한 발씩 양보해야만 KGC인삼공사의 전력 유지가 가능하다.

사진=박대웅 기자
우승 후 오세근, 이정현 뿐 아니라 양희종이 기자회견장을 찾은 가운데 FA와 관련된 질문 역시 인터뷰 막판 자연스럽게 나왔다. 다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오세근과 이정현을 대신해 양희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양희종은 “우리팀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이정현이다. (오)세근이는 아픈 상황에서도 몸싸움을 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같은 팀메이트지만 놀랄 때가 많다”고 운을 뗀 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장님, 잡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던져 취재진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양희종은 이어 두 선수에게 “1년씩만 계약을 하고 2연패를 한 뒤에 팀을 떠나라”는 농담을 던져 또 한 번 주변을 폭소케 한 뒤 “너무 아쉬운 것은 우리가 2011~12시즌에 우승을 하고 그 좋은 멤버로 다시 우승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팀을 떠난 선수들과는 현재까지도 축하와 위로를 나누는 사이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는 솔직한 속마음을 전했다.

양희종은 본인이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물론 아니지만 “FA 최대어가 팀을 떠나서 잘 된 사례가 없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는 농담 반, 진담 반 표현을 통해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정현과 오세근이 모두 팀에 남아주기를 내심 희망했다.

그렇다면 FA 당사자들의 속마음은 과연 어떨까.

먼저 이정현은 “현재 멤버가 워낙 좋고 신인 때부터 몸담은 팀이라서 애정이 많다. 같이 뛰는게 즐겁다. 워낙 동료들의 BQ가 좋아서 내 실력 역시 많이 늘었다. 끝까지 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세근이와 따로 말하겠다. 양보할 것은 하고 서로 이야기를 잘 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 속에 미소를 지었다.

반면 오세근은 “난 쌍둥이 아빠다. 잘 부탁드린다. 쌍둥이를 키우기가 힘들다”는 농담을 던진 뒤 “(양)희종이 형은 언제 결혼하느냐”는 엉뚱한 말로 질문의 핵심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FA 원소속 구단 협상은 이미 지난 1일부터 시작됐으며 15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KGC인삼공사가 두 선수와 협상하지 못할 경우 16일부터 FA로 공시돼 나머지 구단들도 영입에 뛰어들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함께 남아 진정한 왕조 건설에 도전하는 길과 본인의 확실한 가치를 시장에서 확인해보는 길. 과연 오세근과 이정현은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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