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실내=박대웅 기자]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이 KBL 사상 처음으로 선수, 코치, 감독의 자리에서 모두 챔프전 정상에 오른 인물이 됐다.

KGC인삼공사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88-86으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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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KGC인삼공사는 7전4선승제의 결승에서 4승2패를 기록해 2011~12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당시에는 정규리그 2위에 그쳤다면 올시즌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프전까지 석권하며 진정한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구단이 첫 통합 우승의 경사를 누렸다면 김승기 감독은 말 그대로 겹경사를 누렸다. 이번 우승으로 선수-코치에 이어 감독으로도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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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감독은 지난 2002~03시즌 TG삼보(현 동부)에서 현역 시절 첫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가드진에는 허재(현 대표팀 감독)와 데이비드 잭슨이 주목을 받았지만 김승기 감독 역시 묵묵히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3점슛 성공률 55.6%(10/18)를 기록하는 등 평균 6.0점 2.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소금같은 역할을 했다.

2007~08시즌에는 동부에서 전창진 감독을 보좌하며 코치로서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현역 총 9시즌 가운데 전신을 포함해 동부에서만 6시즌을 보낸 김승기 감독이었기 때문에 후배들을 아우르는 역할은 그의 몫이었으며, 경기 외적인 부분과 식스맨들의 훈련 등을 책임지며 명품 조연으로서 책임을 다해냈다. 그가 전창진 사단의 중심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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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의 수장으로서도 김 감독이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5년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논란(이후 무혐의 처분)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대행체제로 갑작스럽게 한 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김승기 감독은 오랜 코치 경험을 살려 팀 분위기를 빠르게 정비했고, 첫 해에는 정규리그 4위, 플레이오프 4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결국 2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시즌 우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김승기 감독 역시 많은 고생을 했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에게 정규시즌 두 차례나 퇴출 통보를 했다가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감독에게도 팬들의 따가운 시선이 모였다.

또한 국내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로 도마 위에 올랐을 때에도 수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고, 이는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이정현-이관희의 충돌 사태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다소 부적절한 발언을 남겨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이 밖에 선수들의 체력 안배 등 감독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의문 부호도 따라붙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김승기 감독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로테이션 활용을 비롯한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기 시작했다. 뚝심 있는 본인만의 확고한 지도 철학 및 선수들에 대한 믿음 부여를 통해 단지 우승이라는 결과 뿐 아니라 육성 면에서도 성과를 냈고, 단기전에서의 용병술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아마 시절 ‘터보 가드’로 이름을 높였던 김 감독은 프로 출범 이후 줄곧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있는 농구 인생을 걸었지만 결국 선수-코치-감독 모든 자리에서 실리를 챙기며 올시즌 가장 빛나는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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