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실내=박대웅 기자] 삼성이 끝내 정상의 문턱 앞에서 주저앉았다.

삼성은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2016~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86-88로 패했다.

이로써 삼성은 7전4선승제의 이번 시리즈에서 2승4패가 돼 우승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지난 2008~09시즌 이후 8년 만에 역대 5번째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당시 KCC에게 우승을 내준데 이어 이번에는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을 막지 못해 눈물을 쏟아야 했다. 2005~06시즌 이후 11년 만의 대권도전이 또 한 번 미뤄지게 됐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정규시즌 KGC인삼공사와의 맞대결에서 4승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삼성은 원정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1승1패의 만족스러운 성과를 남겼지만 3차전 패배로 주도권을 다시 뺏기고 말았다. 4차전에서 다시 한 번 승부의 균형을 맞춰 우승 향방을 미궁 속에 빠뜨렸으나 이후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 채 2연패를 당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이번 플레이오프 전 경기(16경기) 더블더블 행진을 이어왔고, 특히 이번 챔프전에서 평균 29점, 13.8리바운드 3.3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선수들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다.

마이클 크레익과 문태영, 임동섭 등이 팀이 승리한 경기에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냈지만 전체적으로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가 컸고, 외곽에서 확실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골밑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잦은 실책으로 자멸한 경기도 있었으며, 경기 운영에서 아쉬움을 남긴 순간도 있었다.

6차전에서는 벼랑에 몰린 삼성 선수들 모두가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 숨막히는 혈투를 시종일관 이어갔지만 경기 종료 2초를 남기고 이정현에게 결승골을 내줘 최후의 희망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삼성의 준우승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했다. 삼성은 정규리그 3위로 4강 직행 티켓을 아쉽게 내려놔야 했고, 결국 6강부터 플레이오프 일정을 소화해왔다. 특히 6강에서 전자랜드가 특유의 끈끈한 농구를 앞세워 삼성을 위협하면서 무려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3승2패로 힘겹게 1라운드를 통과한 삼성은 오리온과의 4강 역시 5차전 끝판 승부를 벌였고, 20일 동안 10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정신력을 발휘해 기어이 디펜딩 챔피언 오리온을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KGC인삼공사와도 4차전까지 팽팽히 맞서는 등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지난 2008~09시즌 KCC가 플레이오프 풀 경기(17경기)를 치른 끝에 우승을 차지했던 기적이 삼성에게는 아쉽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6차전이 특히 너무나도 아쉬웠다.

하지만 삼성은 이상민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2014~15시즌 최하위에 머문 암흑기를 딛고 지난해 정규리그 4위 및 4강 진출, 올시즌 정규리그 3위 및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매 시즌 도약하는 모습을 보인 팀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만 놓고 삼성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먼저 삼성의 미래를 이끌 임동섭과 김준일이 곧 상무로 동반 입대를 하며, 주희정과 문태영 등 노장들이 기량 유지의 문제를 떠나 당장 FA가 된다. ‘양날의 검’ 마이클 크레익과의 재계약 여부까지 감안하면 틀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올시즌만 놓고 보면 삼성은 분명 전통의 명가로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고,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이상민 감독과의 3년 재계약을 일찌감치 체결하며 미래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감독 역시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올시즌 팀을 훌륭히 이끌었기 때문에 FA 시장에서 구단이 의지를 나타낸다면 다음 시즌 여전히 강력한 삼성의 저력을 지켜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