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홈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2경기 연속 80점대로 묶으며 연승가도를 달릴 때만 하더라도 두 팀의 시리즈는 일방적으로 흐르는 듯 했다.

샌안토니오는 1차전에서 대니 그린이 마이크 콘리를 묶었고, 2차전에서는 마크 가솔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2경기 모두 프론트 코트와 백코트의 축인 두 선수의 동시에 봉쇄한 샌안토니오였기에 더욱 쉬운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멤피스의 데이비드 피츠데일 감독이 1, 2차전에서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1차전 29점차 패배에 이어 2차전의 첫 번째 쿼터마저 13점차를 뒤진 상태로 끝마치자 그 다음 쿼터부터 베테랑 빅맨 잭 랜돌프에게 슛 기회를 만들어주는 경기 운영을 시작했다. 이러한 기조를 가져갔던 2쿼터와 3쿼터를 합쳐 멤피스는 점수 차를 조금이나마 좁히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홈으로 돌아온 3차전. 피츠데일 감독은 샌안토니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과는 다른 방식의 선발 구성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랜돌프를 선발로 내세우며 진정한 의미의 ‘베스트 5’를 구성한 것이다.

사실 샌안토니오와 멤피스는 베테랑 빅맨인 파우 가솔과 잭 랜돌프가 각각 벤치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 둘 뿐만 아니라 이른바 세컨드 유닛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 주전급 선수가 이렇게 벤치에서 출격하는 것은 요즘 리그에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기도 하다.

멤피스의 베테랑 빅맨 잭 랜돌프. ⓒAFPBBNews = News1
하지만 피츠데일 감독은 연패 이후에 시즌 내내 대부분 벤치에서 출격하던 랜돌프를 다시 선발 라인업에 넣으며 경기 시작부터 베스트 5를 출격시켰다. 파우 가솔이 여전히 벤치에서 나오던 샌안토니오와는 다른 선택이었고 랜돌프는 3차전에서 16개의 슛 시도 중 무려 9개를 성공시키며 21점을 넣는 것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랜돌프의 활약에 힘입어 멤피스는 3차전에 105점을 넣었는데 이는 멤피스가 플레이오프에서 2015년 4월28일 포틀랜드와의 1라운드 3차전에서 115점을 넣은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경기였다.

그리고 23일에 펼쳐졌던 4차전에서 랜돌프는 기대했던 공격에서는 난조를 보였지만 14점 11리바운드의 더블-더블의 활약을 보여주며 팀의 110-108 승리에 기여했다. 이 날 경기에서 랜돌프가 코트에 있을 때 멤피스는 샌안토니오보다 14점을 더 넣었는데 이는 팀 내에서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이렇게 랜돌프가 주전으로 나오자 랜돌프 대신 기존에 주전으로 나오던 자마이칼 그린의 활약도 오히려 나아지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77경기 중 75경기에 주전으로 나오며 8.9점 7.1리바운드를 기록한 그린은 랜돌프에 비해 수비와 허슬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이고 에너지가 조금 더 넘친다. 농구 통계 전문 사이트인 바스켓볼 레퍼런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록 중 누적 수비 승리 기여도인 DWS(Defensive Win Shares)가 2.6으로 마크 가솔, 토니 앨런에 이은 팀 내 3위였다.

지난 3차전부터 벤치에서 출격하게 된 자마이칼 그린. ⓒAFPBBNews = News1
이렇게 랜돌프보다 수비에서는 분명히 우위를 보이지만 경기의 중요도가 정규시즌과는 다른 플레이오프에서 선발로 나서며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이번 시리즈 1,2차전 도합 8개의 슛을 시도하는 동안 단 2개를 넣는데 그쳤다. 아무리 수비에서 활약이 좋다 하더라도 공격에서의 기여도는 분명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벤치로 다시 내려간 3차전과 4차전에서는 총 15개의 슛을 시도하며 9개를 성공시켰고 수비에서의 기여도는 기존의 모습을 유지했다.

시즌 내내 고수하던 ‘그린 선발-랜돌프 벤치출격’이라는 시스템을 깨고 피츠데일 감독은 랜돌프 선발 출격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홈에서 펼쳐진 2경기에서 랜돌프는 일단 그 믿음에 보답을 했다. 과연 흐름을 탄 멤피스가 2번 시드 샌안토니오를 잡는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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