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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이정현과 이관희가 차례로 팔꿈치를 사용해 서로를 쓰러뜨렸다. 경기가 공중파로 생중계가 되는 상황에서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이었다.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독들의 경기 후 인터뷰 내용도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삼성과 KGC인삼공사는 지난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2016~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는 삼성이 75-61로 승리를 따내며 시리즈 전적을 1승1패 원점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서 내용은 상당히 어수선했다. 이미 챔피언결정전에 앞서 뜨거운 신경전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도가 지나친 장면들이 농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쿼터 5분 여를 남긴 시점에서 사고가 터졌다. 임동섭과 교체돼 코트를 밟은 이관희가 이정현을 밀착 수비했고, 이정현이 이관희의 수비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팔을 사용해 이관희를 강하게 밀쳤다. 휘슬이 울린 뒤였지만 이관희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이정현의 가슴 부위를 팔꿈치로 가격, 직전 상황에 대한 보복을 했다.

결국 비디오 판독 이후 이정현에게는 U파울, 이관희에게는 퍼스널 파울 및 퇴장 명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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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의 충돌 뿐 아니라 양 팀 벤치 멤버들이 코트 안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KBL 경기규정집 39조 2항에 따르면 싸움 또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벤치에 있는 선수는 코트로 들어올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장준혁 심판 부장은 이에 대해 추가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소 ‘멋쟁이 신사’를 응원가로 사용하는 이정현이지만 그는 이전부터 플라핑으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번에도 신사답지 못한 장면을 통해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한 이관희도 성숙하지 못한 대응을 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양 팀 선수의 충돌을 둘러싼 감독들의 입장 역시 실망스러웠다.

먼저 삼성 이상민 감독은 “(이정현이) 먼저 파울을 범한 뒤 밀쳤기 때문에 이관희 본인도 화가 났을 것이다”고 운을 뗀 뒤 “관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현이가 그런 플레이를 늘 해왔고 많이 당했는데 오늘은 그에 대해 폭발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 하지만 이 감독은 “1패를 안고 있는 분위기였다. 물론 고의적으로 그런 모습이 나오면 안 되겠지만 한두 번 나온다고 해서 개의치는 않는다”는 언급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관희는 다분히 의도성을 지닌 채 휘슬이 불린 이후 이정현에게 보복을 가했고, 자칫 큰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한두 번조차도 나와서는 안 될 위험한 모습이다.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의 발언은 더욱 큰 논란의 소지가 담겨 있었다.

김 감독은 “징계가 내려지면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하지만 프로농구에서 그렇게 후배가 선배에게 달려들어 가격한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본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코트 안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에서 선배와 후배를 논한다는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선배가 후배를 가격하는 것 역시 절대 나와서는 안 될 모습이다.

또한 김 감독은 “정해진 룰 안에서 파울을 하는 것은 관계가 없지만 이번처럼 특히 에이스를 상대로 그런 파울을 한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나 역시 아무나 내보내서 그렇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것이다. 룰에 어긋난 일은 절대로 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역시 문제가 많은 발언이다. 마치 이상민 감독이 이관희에게 이와 같은 행동을 지시한 것으로 단정을 내려버린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 KGC인삼공사 역시 그동안 김철욱, 양희종, 이정현 등이 상대 선수에게 거친 반칙을 범해 제재금을 부과 받았으며, 김철욱의 경우 삼성과의 경기에서 임동섭의 발을 걸어 올시즌 최고 제재금 200만원을 낸 선수다. 이러한 일들이 경기 도중 정해진 룰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여러 차례 누적돼 왔고, 이번 이관희의 돌출 행동 역시 이정현의 사전 파울이 있었기 때문에 비롯된 일임을 감안하면 김 감독의 입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나 다름없다.

결승 무대인만큼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본인의 선수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겠지만 양 팀 사령탑 모두 보다 신중한 발언을 남길 필요가 있다.

팬들은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우승을 보길 원한다. 물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과정에서 때로는 거친 파울이 나올 수도 있고, 경기가 과열될 수는 있다. 하지만 오직 최선을 다한다는 명목 하에 상대에게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플레이가 반복돼서는 곤란하며 어떠한 이유에서든 보복 행위 역시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

결국엔 코트 위의 동업자다. 3차전부터는 페어플레이 속에 명승부가 펼쳐질 수 있도록 양 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환기를 시켜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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