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유타 재즈의 비빈트 스마트홈 아레나에서 펼쳐졌던 유타 재즈와 LA 클리퍼스의 경기는 유타 입장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패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타는 고든 헤이워드가 LA 클리퍼스의 1쿼터 팀 득점과 똑같은 21득점을 기록하며 13점차를 앞선 채로 경기의 첫 4분의 1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나머지 3번의 쿼터에서 그 리드를 꼬박꼬박 까먹었고, 결국 106-111로 안방에서 승리를 헌납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4쿼터에만 13점을 폭발시키며 34점 7리바운드 10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한 크리스 폴이었다. 특히 팀이 역전을 시작한 4쿼터 4분 여를 남기고는 연속 9득점을 기록했다. 폴이 왜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폴이 이렇게 홀로 공격시도를 했던 데에는 다른 요소도 하나 작용했다. 바로 팀의 또 다른 축인 블레이크 그리핀이 경기 중 발가락 부상을 당해 코트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그리핀은 부상으로 중간에 나간 3차전을 제외한 1차전과 2차전에서 평균 25점을 책임졌고, 루디 고베어라는 상대 수비의 축이 나간 상황에서 디안드레 조던과 함께 상대 골밑 폭격이 가능한 선수다. 페이스업 공격 또한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핀의 부상은 더욱 폴의 부담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었다.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전선에서 이탈한 그리핀. ⓒAFPBBNews = News1
결국 그리핀은 잔여 플레이오프 일정에서 뛸 수 없게 됐다. 발가락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고베어를 잃은 유타 못지않게 클리퍼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유타 입장에서는 3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분위기 반전을 꾀할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 반전에서 제일 중요한 선수는 바로 유타의 빅맨 데릭 페이버스다.

페이버스는 NBA에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네츠)의 전체 세 번째 지명을 받고 데뷔한 선수다. 그러나 그의 뉴저지 생활은 오래가지 못하였는데 당시 유타의 감독이던 제리 슬로언과 유타의 에이스이던 데런 윌리엄스의 갈등 때문이었다. 말론과 스탁턴 시대를 이끌던 슬로언 감독과 당시만 해도 크리스 폴과 라이벌 관계이던 데런 윌리엄스의 갈등은 결국 슬로언 감독과 윌리엄스 두 명 모두의 유타 생활을 끝나게 하는 원인이 됐다.

페이버스는 데빈 해리스, 2개의 드래프트 지명권, 그리고 현금과 함께 윌리엄스의 트레이드 상대로 유타에 입성하게 됐다. 이 트레이드로 유타의 미래로 낙점된 페이버스는 3년차까지는 벤치에서 주로 출격하다 4년차이던 2013~14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부터 지난해까지 매 경기 평균 1.5개 정도의 블락슛이 가능한 림 보호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평균 약 1개의 스틸도 곁들이며 16점 8리바운드 정도는 책임질 수 있는 빅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부상 악령이 이번 시즌까지 이어졌고 고베어라는 새로운 중심축이 생겨나며 페이버스의 입지는 급격히 흔들렸다. 그리하여 이번 시즌엔 무려 32경기를 결장했고 그로 인해 9.5점 6.1리바운드 0.8블록슛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주전으로 자리 잡은 이후 제일 저조한 성적.

많은 빅맨들이 슛 거리를 늘려가는 리그 트렌드에도 페이버스는 공격에서 미드 레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모든 빅맨이 3점을 시도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루디 고베어라는 중심축이 생긴 상황에서는 분명히 아쉬운 모습이었다.

부상 이후 예년만 못한 페이버스. ⓒAFPBBNews = News1
그리고 지난 22일 펼쳐졌던 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페이버스는 존재감을 상실했다. 슛 시도는 단 3번에 그치며 2득점에 그쳤고 리바운드도 6개만을 수확했다. 하지만 단순히 2득점에 그쳤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원정에서 펼쳐졌던 지난 두 경기에서는 70%대의 필드골 성공률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페이버스를 대체할 빅맨이 로테이션 상에 없는 와중에서 그가 팀 내 최악의+/- 마진을 보여주는 선수라는 점이다. 그의 해당 수치는 71.4%의 필드골 성공률을 보여줬던 2차전에서도 -11이었고, 3차전에서는 -17로 팀에서 제일 안 좋은 수치였다. 유타의 퀸 스나이더 감독이 고베어가 없는 상황에서 트레이 라일스, 제프 휘티같은 다른 빅맨을 주력 로테이션에 포함시키지 않고 페이버스와 보리스 디아우로만 빅맨 로테이션을 가지고 가는 상황이기에 이는 더욱 아쉬운 모습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적어도 이번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클리퍼스의 유니폼을 입은 그리핀이 없다. 결국 유타가 기존의 로테이션에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코트에서 효율성을 보여줘야 할 선수는 바로 페이버스다. 페이버스가 지난 3년간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유타는 승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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