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안양=박대웅 기자] 삼성이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삼성은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2016~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75-6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1차전 패배를 깨끗이 설욕하며 적지에서 1승1패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남긴 채 안방으로 향하게 됐다. 7전4선승제의 시리즈에서 향후 최대 5경기를 치러야 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홈 코트 어드밴티지는 삼성 쪽으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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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양 팀 선수의 격렬한 충돌 및 퇴장 조치가 내려질 만큼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냉정함이 빛난 쪽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8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는 활약으로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타이인 24경기 연속 더블 더블 행진을 이어가는 괴력을 발휘했다. 또한 임동섭이 3점슛 4방을 포함해 18점을 몰아치며 마침내 외곽에서 활기를 불어넣었고, 마이클 크레익(10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과 문태영(12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등이 그 뒤를 받쳤다.

KGC인삼공사는 이정현이 19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데이비드 사이먼(13점 9리바운드)이 4쿼터 초반 퇴장을 당한 가운데 제공권 싸움에서 크게 뒤지며 고개를 숙였다.

▶출사표 : “1차전처럼 vs 서두르지마”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 : 사익스는 2차전 엔트리에 등록하지 않았다. 3차전 이후로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이먼은 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아프지만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 (이)정현 역시 잔부상이 있고, 삼성에 비해 부상자들이 많지만 삼성 역시 지쳐있는 상황이다. 1차전에는 수비에서 잘 해주면서 크레익이 힘을 쓰지 못했고, 라틀리프 역시 속공과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이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사이먼은 공격에서 외곽으로 빠져다보니 안쪽에서 많은 기회가 났다. 부족했던 부분들은 줄이고 1차전과 비슷하게 경기를 풀어가겠다.

-삼성 이상민 감독 : KGC인삼공사는 하던 대로 했지만 우린 야투가 좋지 못했다. 체력적으로 떨어져있어서 슈팅도 짧았지만 서두르는 모습이 많았다. 템포 바스켓을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마음이 급했다. 플레이오프 때 간결한 패스로 좋은 경기를 했는데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한 번에 추격을 하려다가 급한 모습이 있었다. 시소 경기를 선수들이 즐기며 이겨낼 필요가 있다. 나는 선수 시절 10점 차로 지고 있어도 진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조급함 때문에 지는 것일 뿐이다.

▶ 전반전(1·2쿼터) : 이관희 vs 이정현 충돌, 어수선한 분위기

1쿼터부터 양 팀이 뜨거운 대결을 펼쳤다. KGC인삼공사가 사이먼과 이정현의 내외곽포, 삼성이 라틀리프의 골밑 득점을 기록한 이후에는 강력한 수비전이 펼쳐졌고, 양 팀 모두 좀처럼 점수를 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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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사고가 터졌다. 1쿼터 5분 여를 남기고 이정현이 이관희의 밀착 수비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엘보우로 얼굴 아래 부위를 밀었고, 이에 넘어진 이관희가 평정심을 완전히 잃었다. 곧바로 일어나 이정현의 가슴을 엘보우로 가격해 맞대응을 한 것. 이정현 역시 코트에 그대로 쓰러졌고, 코트는 아수라장이 됐다.

비디오 판독을 거친 뒤 이정현은 U파울을 받았지만 보복에 대한 의도가 분명했던 이관희의 경우 비신사적 행위로 인해 퍼스널 파울 이후 퇴장 조치가 내려졌다.

어수선한 상황이 수습된 이후 이정현은 1쿼터에만 8점을 기록하며 KGC인삼공사의 공격을 이끌었다. 삼성은 라틀리프와 문태영의 골밑 득점으로 맞섰으나 외곽이 침묵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해야만 했다. 결국 1쿼터는 KGC인삼공사가 17-14로 앞선 채 마무리 됐다.

2쿼터에도 KGC인삼공사가 근소한 리드를 계속 이어갔다. 사이먼이 라틀리프를 외곽으로 끌고 나오면서 미드 레인지 점프슛 외에 3점슛까지 꽂아 넣었으며 오세근 역시 골밑을 공략하며 그 뒤를 받쳤다. 양희종까지 외곽슛을 쏟아내는 등 시종일관 주도권을 움켜잡았다.

삼성도 임동섭의 외곽포를 통해 반격을 펼쳤지만 전반까지 2점슛 성공률 31.8%(7/22), 3점슛 성공률 20%(2/10)에 머물 만큼 선수들의 야투가 좋지 못했다. 10차례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킨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전반까지는 KGC인삼공사가 36-30으로 여전한 우위를 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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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전(3·4쿼터) : 삼성의 대반격, 급격히 기운 승부

3쿼터 시작과 함께 삼성의 반격이 펼쳐졌다. 크레익의 연속 득점 이후 라틀리프까지 골밑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약 3분 만에 삼성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반면 KGC인삼공사는 사이먼과 오세근의 야투가 계속해서 림을 외면했다.

결국 삼성은 라틀리프의 골밑 맹폭이 이어지면서 3쿼터 5분 만에 오히려 6점을 앞서나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후로도 삼성의 불붙은 기세는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몰랐다. 임동섭까지 외곽슛을 폭발시키며 원정 삼성 팬들의 푸른 물결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도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았다. 이정현이 후반 시작 약 7분 만에 팀의 첫 필드골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고, 이후에도 사이먼과 이정현이 공격을 이끌어나가며 차근차근 반격을 개시했다. 삼성은 3쿼터 막판 실책을 쏟아내면서 경기를 좀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상황을 내려놔야 했다.

삼성의 3점 차 근소한 리드 속에 시작된 4쿼터. 하지만 흐름이 삼성 쪽으로 기울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틀리프가 계속해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며 사이먼을 5반칙으로 내보내는데 성공한 것. KGC인삼공사는 부상으로 결장한 사익스 뿐 아니라 사이먼까지 코트를 나가면서 외국인 선수 없이 남은 8분을 소화해야 했다.

예상된 수순대로 골밑은 라틀리프의 놀이터가 됐다. KGC인삼공사도 이정현이 내외곽에서 분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높이의 열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KGC인삼공사는 경기 종료 2분30여초를 남기고 핵심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사실상 3차전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이 막판 집중력에서 앞서며 최종 승리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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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틀립스'의 탈피와 사이먼의 퇴장

지난 1차전에서 삼성은 라틀리프가 전체 77점 중 무려 43점(15리바운드)을 기록하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동료들의 지원이 그만큼 부족했고, 특히 20번의 외곽슛 가운데 림을 통과한 것이 4차례에 그쳤다. 특히 팀의 3점 슈터인 임동섭이 3점슛 성공률 16.7%(1/6)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 삼성은 라틀리프가 28점 14리바운드로 득점이 크게 줄었음에도 14점 차의 완승을 가져갈 수 있었다. 결국 라틀리프에게만 의존하는 경기가 아닌 동료들에게 파생되는 공격이 잘 풀렸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특히 임동섭은 이날 총 4개의 3점슛을 꽂아 넣으며 18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해 라틀리프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팀이 뒤져있던 2쿼터에만 8점을 몰아치며 추격의 불씨를 당긴 것도 임동섭이었으며, 3쿼터 역시 라틀리프와 크레익의 골밑 공격 외에도 임동섭이 고비마다 결정적인 3점슛을 꽂아주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뒤집을 수 있었다.

4쿼터 초반 사이먼을 5반칙 퇴장 시킨 것 역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요소였다. 3쿼터 종료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3점 차의 살얼음판 리드를 달리고 있던 삼성이지만 사이먼이 코트를 떠나면서부터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라틀리프가 적극적인 골밑 공략 뿐 아니라 속공 과정 등을 통해 이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미 3쿼터부터 백투백 경기에 대한 부담 탓인지 1982년생인 사이먼의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반대로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라틀리프가 그 틈을 절묘하게 파고 들었다. 이관희의 퇴장으로 우울한 출발을 해야했던 삼성이지만 사이먼의 퇴장으로 결국 미소를 지은 경기였다.

라틀리프는 경기 후 “사이먼은 워낙 다재다능하고 밖에서도 공격을 할 줄 안다. 특히 3점슛도 갖춘 선수라서 혼자 막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팀 동료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편이다. 완벽히 막는다는 생각은 못하고 더 집중해서 최대한 괴롭히는 수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사이먼보다 높이에서는 낮지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체력에서 사이먼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움직이고 뛰어서 지치게 만드는 게 내 장점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틀 연속 경기였기에 사이먼 발목도 안 좋고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전했다.

▶경기 후 기자 회견

패장 김승기 감독 : 1쿼터는 수비가 잘 됐는데 작전 수행 전달이 잘 안된 것 같다. 좀 더 벌리고 전반을 끝낼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3쿼터에 발이 무뎌졌다. 없을 때 준비를 차곡차곡 했어야 하는데 그런 대비를 많이 못했다. 휴식 기간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하도록 하겠다. (이관희-이정현 충돌 과정에서 선수들이 코트에 난입한 부분에 대해) 징계가 내려지면 받아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프로농구에서 그렇게 후배가 선배에게 달려들어서 가격한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본다. 정해진 룰안에서 파울을 하는 것은 관계가 없지만 이번처럼 특히 에이스를 상대로 그런 파울을 한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나 역시 아무나 내보내서 그렇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것이다. 룰에 어긋난 일은 절대로 시키지 않는다.

승장 이상민 감독 : 어려운 원정에서 마음 같아서는 2경기를 모두 잡고 싶었다. 1차전 패배로 힘들었지만 경기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다. 1승을 안고 하나라도 건지고 간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2차전은 외곽에서 스위치 디펜스를 하면서 최대한 어렵게 슛을 주자는 계획을 준비했다. 무리한 슛을 유도하면서 수비에서 안정이 됐다. 상대가 거칠게 하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수비를 열심히 잘 해줘서 필드골 성공을 낮췄고 제공권도 장악하며 좋은 경기를 했다. (과열된 상황도 있었는데) 이정현이 먼저 파울을 범하며 밀쳤기 때문에 이관희 본인도 화가 났을 것이다. 늘 KGC인삼공사와 치열한 몸싸움 하는데 양희종-문태영 쪽에서 걱정했더니 다른 곳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고의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지만 한 두 번 나온다고 해서 개의치는 않는다. 관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현이가 그런 플레이를 늘 해왔고 많이 당했는데 오늘은 폭발한 부분이 있었다.

▶경기 정보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 28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
임동섭 18점(3점슛 4개) 2리바운드 2어시스트
문태영 12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KGC인삼공사
이정현 19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오세근 15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데이비드 사이먼 13점 9리바운드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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