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윌리엄스(왼쪽)가 안드레 로버슨(오른쪽)을 앞에 두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식스맨’은 5명이 출전할 수 있는 농구 경기에서 6번째 선수를 뜻하는 단어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슈퍼스타급 선수들이 평균 40분 정도를 출전하기도 했으나 현재 리그 흐름에서는 가장 많은 평균 출전시간을 기록한 선수가 약 37분대에 그쳐있다. 때문에 식스맨의 가치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6번째 선수인 식스맨뿐만 아니라 이른바 ‘세컨드 유닛’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현 리그다. 이러한 식스맨 혹은 세컨 유닛의 중요성이 잘 나타났던 경기가 바로 지난 휴스턴 로켓츠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경기였다.

휴스턴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도요타 센터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에서 오클라호마시티를 115-111로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던 팀은 오클라호마시티였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러셀 웨스트브룩이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턴오버 9개를 기록했던 웨스트브룩은 이 날 경기에서는 51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모든 쿼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꾸준히 이끌었다. 세금과 같은 턴오버도 4개로 시즌 평균보다 적게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미친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웨스트브룩은 2차전에서도 결국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기록지만을 놓고 봤을 때 휴스턴에서 제일 인상적인 기록을 기록한 선수는 역시 제임스 하든이다. 35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하든은 2차전에서 웨스트브룩과 달리 모든 쿼터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2쿼터 막판 자유투 유도등을 통한 득점을 쌓기 전까지의 전반전의 모습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1쿼터에 자유투를 제외한 필드골 4개를 시도해서 1개를 넣는데 그쳤고 실책은 2개나 기록했다. 2쿼터도 막판 급격히 감을 찾기 전까지는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하든도 사람이기에 경기 사이에서도 감각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휴스턴의 공격 조립 과정에서 하든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다섯 중 하나가 아니다.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부임 직후 “하든이 우리 팀의 포인트가드다”라고 선언했을 정도로 하든은 예년에 비해서도 공을 많이 쥐고 경기를 한다.

이런 하든이 제 몫을 못할 경우 그의 역할을 100%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메워줄 선수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에이스의 공백을 무색하게 할 선수는 리그 전체를 둘러봐도 많지 않다.

휴스턴의 경우를 보면 패트릭 베벌리, 트레버 아리자는 수비, 허슬, 3점슛, 리바운드 가담 등 많은 부분에서 뛰어나지만 공격을 혼자 만들어나갈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클린트 카펠라는 림 근처에서 받아먹는 공격 외에는 별다른 옵션이 없는 선수다.

위의 선수들은 지난 시즌에도 휴스턴과 함께했던 선수들인데 이들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휴스턴의 모리 단장 이하 구단 운영진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에릭 고든, 라이언 앤더슨 등의 선수들을 영입하며 야심차게 올시즌을 시작한 휴스턴이다. 하지만 앤더슨 역시 혼자 공격을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의 선수는 아니다. 결국 하든이 없을 때 공격을 이끌 적임자로 처음에 영입된 선수는 바로 고든이다.

고든은 시즌 초반 벤치 에이스로 자리 잡은 후 2017년이 시작될 때 3점슛 성공수에서 스테판 커리보다 우위를 점하며 리그 전체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뜨거운 슛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고든은 2017년을 맞이한 후 조금씩 식기 시작했다. 2017년 첫 날부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고든이 성공시킨 3점슛은 총 54개로 리그 공동 14위에 그쳤다. 물론 리그에서 14번째로 3점슛을 많이 넣는 선수에게 3점을 적게 넣었다고 질책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거듭난 휴스턴은 하든이 코트에 없거나 부진할 경우 그를 대체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선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들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것은 바로 레이커스의 벤치 에이스이자 리딩 스코어러이던 루 윌리엄스였다.

11월 이후 급격히 추락한 레이커스에 있던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레이커스에서의 58경기 중 선발 출장은 단 1경기였다. 하지만 30%가 넘는 USG%(코트 위에 있을 때의 공격점유율)을 기반으로 평균 18.6점을 기록하고 있었고, 3점슛도 매 경기 2개 이상 기록해주는 선수였다. 무엇보다도 LA 클리퍼스의 자말 크로포드처럼 속칭 '죽은 공'을 가지고도 득점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선수였기에 휴스턴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선수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윌리엄스를 휴스턴은 코리 브루어, 타일러 에니스에 드래프트 지명권을 얹어주며 레이커스에서 데려왔는데 막상 휴스턴에 온 이후 정규 시즌에서는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레이커스에서와 달리 USG%도 25%대로 하락했고 거기에 3점슛 성공률이 30% 초반대로 떨어졌다. 거기에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한 것도 무려 8번이었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레이커스 시절에 같은 경우가 단 3회였던 것을 생각하면 공격 기회를 나눠야 할 선수들이 더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해도 분명 아쉬운 수치다.

하지만 20일, 2차전에서 윌리엄스는 왜 휴스턴이 자신을 데려왔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전반전을 보냈다.

1쿼터 막판 거의 버저비터에 가까운 3점슛을 성공시켰고 이것을 포함해 8점을 기록했는데 슛 실패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든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2쿼터에도 8점을 기록하며 하든이 감을 찾을 때까지 팀을 어느 정도 지탱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윌리엄스가 버텨준 덕에 결국 휴스턴은 15점차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는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벤치 에이스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한 윌리엄스. 그가 2차전만큼만 해준다면 휴스턴이 더 높은 단계를 향해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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