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사익스(좌)와 삼성 크레익(우). KBL 제공.
[스포츠한국 김종민 기자] KGC인삼공사 키퍼 사익스와 삼성의 마이클 크레익 중 백조로 변신할 선수는 누구일까.

KGC와 삼성은 22일 오후 2시30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펼친다.

양 팀은 시즌 내내 오리온과 함께 3강 구도를 펼치면서 정규리그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비록 삼성이 막판 부진에 빠지면서 KGC와 오리온의 양자대결로 굳혀졌지만 삼성도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단점을 보완해왔다.

그러나 쭉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해도 마무리가 안 되면 꽝이다. 하물며 '미운오리'와 '백조'라는 별명을 바꿔 달았던 사익스와 크레익은 말할 것도 없다. 양 팀의 맞대결은 한때는 '미운오리'였던, 한때는 '백조'였던 두 선수의 활약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익스와 크레익은 플레이 스타일부터 이번 시즌 활약상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익스는 시즌 중 2번이나 교체설에 휩싸이면서 미운오리 신세를 지냈다. 사익스는 뛰어난 탄력과 농구 센스, 스피드가 돋보였지만 상대팀의 단신 외국인 선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수도 있는 삼성 때문에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사익스가 모비스에 이어 삼성 골밑도 헤집을까. KBL 제공
그러나 시즌 후반에 접어들면서 사익스의 장점이 살아났고, 단점은 오세근, 김철욱, 김민욱 등 팀 동료들이 잘 메워줬다. 오히려 상대팀에서 사익스를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어 골머리를 썩었고 그렇게 사익스는 백조로 거듭났다. '백조' 사익스는 김승기 감독의 신임 아래 KGC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공헌을 세웠고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반면 크레익은 시즌 초부터 KBL에 센세이션을 가져왔다. 188cm, 117kg에 달하는 거구인 크레익은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골밑을 제압하는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다. 또한 틈만 나면 덩크를 시도하고, 덩크 실패조차도 팬들의 용서를 받는 화려한 플레이는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크레익은 '복덩이' '크끼리(크레익+코끼리)'라는 별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과도한 관심이 독이 됐을까. 크레익은 시즌 후반에 접어들면서 공을 끄는 시간이 많아졌고 기존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실종됐다. 팀이 부진에 빠지면서 크레익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내가 해줘야 한다'는 영웅 심리가 발동해 과욕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크레익은 사익스와 반대로 '복덩이'에서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과연 크레익이 삼성 공격의 '키'가 될 수 있을까. KBL 제공.
이후 삼성 이상민 감독과 면담을 거친 크레익은 플레이오프 5차전에 삭발한 모습으로 나타나 확 바뀐 모습을 보여줬다. 15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팀의 승리를 견인한 크레익은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강백호를 연상케 했다.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도 실수를 자책해 삭발한 뒤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오리온과의 4강에서도 시즌 초반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다시 '백조'로 거듭나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크레익이 챔프전 우승을 팀에 안겨주고 또다시 '백조'로 거듭나기 위해선 도움수비 상황에서 크레익이 공격의 기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일단 크레익이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도움수비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때 삼성은 헐거워진 수비를 활용한 컷인 플레이 혹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와의 콤비 플레이로 공격을 풀어가야 한다. 크레익은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공격을 잘 풀어나갔다. 이날 기록한 8어시스트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턴오버와 무리한 공격시도도 지금처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시즌 막판 하락세의 원인에는 크레익의 실책이 크게 작용했다. 한 번의 실책이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만큼 정해진 패턴에 따라 확실한 득점을 노려야 우승컵에 다가설 수 있다.

반면 사익스는 삼성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만큼 쭉 기세를 유지해야 한다. 사익스는 삼성과의 정규리그 6경기에서 평균 19득점을 기록했는데 그중 11.3득점이 3쿼터에 나왔다. 주로 1쿼터 말미나 2쿼터부터 코트에 나서는 사익스가 몸이 완전히 풀린 3쿼터에 맹활약을 펼친다는 것이다.

삼성이 사익스를 막기 위해 변칙적인 수비 작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수비가 좋은 모비스도 4강에서 사익스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보란 듯이 사익스는 모비스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결국 삼성 입장에서는 사익스에 대한 수비를 위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에 따라 시리즈 전체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과연 KGC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삼성이 오리온에 이어 KGC까지 잡아내고 유니폼에 별 1개를 추가할지는 사익스와 크레익의 두 어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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