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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하늘은 어찌하여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

삼국지 연의에서 오의 대도독 주유는 36세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는 순간 이 같은 탄식을 내뱉었다. 끝내 도달하지 못한 라이벌 제갈량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이 담긴 한탄이리라.

아사다 마오(27·일본)도 그랬을까. 전 일본의 염원에 부응한 주니어시절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시작인 시니어부터는 번번이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은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혔던 그녀다.

마오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역대급 재능과 실력을 지녔고 다른 시대에 활동했다면 세계 1위를 도맡을 수 있었을 터. 그러나 피겨 역사를 통틀어 최고였던 김연아와 라이벌 관계가 정립되면서 마오는 끝내 비운의 선수로 남은채 지난 10일 쓸쓸히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 ⓒAFPBBNews = News1
▶‘동계올림픽=피겨’로 여기는 전 일본의 아이돌 ‘마오짱’

마오 이전에 아라카와 시즈카가 일본에 있었다. 시즈카는 2006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일본 최초의 피겨 금메달을 따냈다.

일본은 1998 나가노 올림픽때 5개의 금메달을 따내긴 했지만 평소에는 금메달 1개를 따내기도 버거울 정도로 동계 스포츠가 약한 국가였다. 그런 국가에서 시즈카를 통해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자연스레 일본인들의 마음속에는 ‘동계올림픽=피겨 스케이팅’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마치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쇼트트랙’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 등장한 것이 아사다 마오였다. 앙증맞은 외모에 주니어 세계 대회를 휩쓸며 단박에 열도를 사로잡았다. 단순한 피겨 스케이터가 아닌 아이돌과 다름없는 일본의 소녀 아이콘으로 전국민적 인기를 구가하며 스타반열에 올랐다.

▶주니어 때는 한수 아래였던 김연아, 시니어에서 역전

마오는 최고였다. 이것은 어린 시절의 김연아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2004~2005시즌 김연아는 마오와 붙어 모조리 패했다. 그러나 2005~2006시즌 주니어 세계 선수권에서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마오를 은메달로 밀어내고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내자 한일 양국 모두 충격에 휩싸인다.

피겨 불모지 한국은 그리 유명하지 않던 김연아가 믿기지 않는 성과를 낸 것에 놀라워했고 일본은 자신들의 마오가 한국 무명의 선수에게 진 것에 충격을 받았다. 마오 역시 시상식 이후 은메달을 집어던지며 분함을 삭히지 못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마오가 실수했기에 김연아가 이긴 것’이라며 애써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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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부터두 선수의 희비는 엇갈렸다. 시니어에 올라와서도 마오는 김연아와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등에서 매번 맞붙었지만 역대 전적 4승9패라는 열세만 보였다. 9패 중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있었다.

▶운명의 2010 올림픽, 개인 최고점 세운 마오, 세계 신기록으로 응수한 김연아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은 두 선수 모두에게 절정의 나이에 최상의 기량을 가진 생애 단 한 번 있는 진검승부였다. 마오가 먼저 연기를 했다. 마오는 그동안 실수가 잦았던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등 최고의 모습을 보이며 쇼트 1위 겸 개인 최고인 73.78점을 받았다.

그러나 곧바로 다음에 연기를 펼친 김연아가 피겨 역사상 가장 화려한 무대로 78.50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무려 5점 이상의 차이였고 마오는 단 3분만 1위에 기뻐한 2위가 됐다.

쇼트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은 순서가 바뀌어 김연아가 한 다음 순서였다. 하지만 먼저 연기를 한 김연아가 150.06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웠고 총점 228.56점으로 세계신기록을 달성해버렸다.

김연아 다음 경기를 해야 할 마오 입장에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58점 가량을 받아야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마오는 주니어 때도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하며 131.71점에 그쳐 열도를 실망에 빠뜨렸다. 최종 점수 205.50. 1위 김연아의 228.56점에 무려 23점 이상 모자랐다.

당시 만해도 여자 선수가 200점대를 넘는다는 것 자체가 보기 힘든 엄청난 점수였다. 마오의 205점은 평소 같으면 엄청난 점수지만 김연아가 신의 영역이라봐도 무방한 228점을 따내면서 2위에 그쳤다. 동메달이었던 캐나다의 조아니 로셰트가 202.64점으로 마오가 3점이나 앞섰다는 것을 감안하면 마오가 못한 게 아닌 김연아가 너무 잘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마오의 몰락, 그리고 은퇴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도 놀라운 성과지만 끝내 김연아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마오 본인이나 일본의 실망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동계올림픽=피겨스케이팅’으로 여기는 일본 입장에서 은메달도 아쉬운데 금메달을 내준 곳이 라이벌 한국이라는 점에서 오죽했겠는가.

마오는 밴쿠버 올림픽 이후 방황했다. 세계대회에서 5위로 밀리기도 하고 2010~2011시즌에는 세계선수권 6위, NHK트로피 8위 등 단 한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1년 말 어머니의 사망까지 겹치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그 사이 일본대회에서 김연아의 기록을 깬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나 ‘일본측의 밀어주기’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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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14 소치 올림픽에도 출전했으나 충격의 엉덩방아 찧기 실수 등으로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김연아는 아쉬운 은메달을 따낼 때 마오는 6위에 그치며 선수생활 마지막 올림픽을 마쳤다.

마오는 선수생활 유지와 은퇴 속에 고민하다 복귀를 선택했지만 최근 2017 세계피겨선수권에서 일본이 출전권 2장만 얻으면서 10일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하늘은 어찌하여 마오를 낳고 또 김연아를 낳았는가

소치 올림픽 이후 마오는 오랜 라이벌 김연아에 대해 “김연아는 매우 훌륭한 선수다. 주니어 시절부터 같은 아시아인이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그렇기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연아 역시 소치에서 마오가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보이자 자신 역시 눈물을 보이며 남다른 관계일 수밖에 없는 둘 사이를 짐작케 했다.

마오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뛰어난 피겨 선수였다. 그러나 동시대에 하필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김연아가 라이벌로 활동했다.

그러다보니 마오를 언급할 때 김연아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오의 은퇴에 기해 김연아 때문에 그녀가 과소평가 되거나 혹은 미운 이미지로 기억된 건 잊어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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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4/15 0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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