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LG가 '코트의 신사' 김진 감독과 결별한다.

LG 관계자는 12일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김진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결재 과정이 남아 있어 공식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구단 측에서는 지난 10일 김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 입장을 이미 통보했다.

지난 2011년 LG의 6대 사령탑에 내정된 김진 감독은 총 6시즌 동안 LG 지휘봉을 잡았지만 결국 팀이 염원했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김진 감독이 6년 간의 도전을 마치고 LG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KBL 제공
SK에서 감독 생활을 마친 이후 1년 4개월의 시간 동안 미국 LA에서 선진 농구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돌아온 김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은 직후 한국형 트라이앵글 오펜스에 빠른 트랜지션을 가미시키는 농구를 선보일 것을 선언했다. 김 감독 부임 전까지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도 매번 큰 경기에서 눈물을 삼켰던 LG로서는 2001~02시즌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스)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 감독의 플레이오프 경험에 높은 기대를 가졌다.

실제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록 첫 시즌은 21승33패, 두 번째 시즌 역시 20승34패에 머물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 감독은 2013~14시즌 믿기 힘든 반전 드라마를 작성했다.

김종규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한 것을 비롯해 귀화혼혈선수 문태종과 계약을 했고, 모비스에서 직전 시즌 커티스 위더스-로드 벤슨 트레이드의 후속 조항에 따라 김시래까지 가세하면서 단숨에 다크호스 반열에 올랐다. 특히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의 맹활약까지 더해지면서 LG는 그 시즌 40승14패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진 감독은 2013~14시즌 LG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재계약 이후 그 이상의 벽을 넘어서진 못햇다. KBL 제공
창단 1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LG는 당시 4강 플레이오프에서 kt를 상대로 3승무패를 기록하며 이번에는 통합 우승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2승4패로 패해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김진 감독의 영광도 정규리그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2014~15시즌을 앞두고 3년 간 연봉 4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한 김진 감독은 이후 정규리그 4위로 또 한 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고, 6강에서 오리온에 3승2패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으나 결국 4강에서 모비스에게 또 다시 2승3패로 아쉽게 패해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 시즌에는 제퍼슨이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스트레칭을 하는 한편 본인의 SNS에 손가락 욕설 사진을 올리는 등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고, 결국 LG는 4강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 그를 전격 퇴출시키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LG의 플레이오프 진출도 2014~15시즌에서 멈추게 됐다. 지난 시즌 21승33패로 8위에 그친 LG는 올시즌 역시 23승31패의 초라한 성적에 그치며 6강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올시즌에는 정규리그 단 한 경기 만에 레이션 테리를 제임스 메이스로 교체한 것을 비롯해 마이클 이페브라 대신 마리오 리틀을 영입하는 강수를 던졌지만 새로운 두 외국인 선수 모두 개인 플레이와 잦은 실책으로 기량에 비해 팀에 큰 힘을 주지 못했다.

1월의 마지막 날에는 더 큰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주장 김영환과 다음 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kt에 넘기고 조성민을 받아오는 빅딜을 성사시킨 것. 하지만 조성민 영입 직후 시작되는 듯 했던 상승세도 결국 김종규의 부상, 뒤이어 조성민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위력이 반감됐고, 김시래가 상무에서 전역했지만 끝내 6강 싸움에서 또 한 번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김진 감독은 유재학 감독(568승), 전창진 전 감독(426승)에 이어 역대 정규리그 승수 순위 3위(415위)에 올라있지만 결국 LG의 오랜 꿈을 현실로 이뤄내지는 못했다. 이충희, 김태환, 신선우 등 전임 감독들이 정규리그 준우승에 막힌 것과 달리 17년 만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그 이상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본인이 맡은 3번째 팀에서 물러나게 됐다. LG에서 6시즌 동안 남긴 성적은 157승167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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