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제어할 선수가 있을까.

삼성은 지난 1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2016~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8-6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완벽한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75%(30/40)를 거머쥐었다.

KBL 제공
승리의 중심에는 라틀리프가 있었다. 이미 전자랜드와의 6강 5경기에서 25.8점 16.2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던 라틀리프는 오리온을 상대로도 골밑을 초토화 시키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총 32분47초를 뛰는 동안 33점 19리바운드를 기록한 라틀리프는 특히 20번의 야투 시도 가운데 15개를 림에 적중시켰고, 공격 리바운드만 8개를 걷어냈다. 1쿼터 초반 오리온의 더블팀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2쿼터부터 침착하게 상대의 수비에 대응하며 전반에 이미 14점 11리바운드의 더블더블을 완성시켰다. 특히 라틀리프는 3쿼터 초반 오리온의 외곽슛이 뒤늦게 터지며 분위기를 자칫 넘겨줄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확률 높은 공격 및 리바운드를 낚아채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일찌감치 꺾었다.

이날 활약으로 라틀리프는 플레이오프 6경기 동안 평균 27점 16.7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정규시즌 커리어 하이에 해당되는 23.6점 13.2리바운드마저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야투 성공률은 무려 64.2%, 자유투 성공률마저 89.3%로 상대 입장에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

사실 전자랜드와 오리온 모두 포워드형 장신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에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료들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본인에게 집중된 수비마저 매 경기 손쉽게 뚫어내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좌측부터 맥클래리, 오예데지, 레더. KBL 제공
지금까지 삼성을 거친 역대 손꼽히는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전혀 없다. 2000~01시즌 삼성에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겼던 아티머스 맥클래리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35.4점 13.8리바운드 5.0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하는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라틀리프만큼의 위력을 보이진 못했다.

또한 2005~06시즌 삼성 마지막 우승의 주역 올루미데 오예데지 역시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21점 16.8리바운드 3.0어시스트 1.8블록을 기록했지만 득점력은 라틀리프에 미치지 못했다.

이 밖에 2007~08, 2008~09시즌 두 차례나 삼성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테렌스 레더도 ‘삼성 레더스’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역대에 손꼽히는 원맨쇼를 선보였지만 성적(2007~08시즌 26점 10.2리바운드 1.8어시스트, 2008~09시즌 28.3점 8.9리바운드 1.4어시스트)을 비교했을 때 라틀리프만큼 상대 골밑을 초토화시킨 것은 아니다.

라틀리프는 맥클래리, 오예데지, 레더가 첫 시즌부터 남다른 임팩트를 뿜어낸 것과 달리 모비스에서의 초반 두 시즌 동안에는 존재감이 뚜렷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KBL리그 3년 차부터 20점-10리바운드를 동시에 넘어서는 엘리트 빅맨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매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2014~15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정규리그 활약은 시작일 뿐이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라틀리프가 플레이오프 일정을 거듭할수록 더욱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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