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문태종(오리온)과 문태영(삼성)이 2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다시 만난다.

오리온과 삼성은 11일 고양체육관에서 2016~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를 펼친다.

이번 시리즈 최대 키 플레이어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른 이승현과 올시즌 외국인 선수상을 차지한 리카르도 라틀리프라고 볼 수 있지만 문씨 형제의 대결에도 많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L 제공
2009~10시즌 형보다 1년 일찍 KBL 무대를 밟은 문태영은 3년 동안 LG에서 남다른 득점력을 뽐냈지만 이 기간 플레이오프(6경기)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할 만큼 외로운 에이스였다. 반면 문태종은 2010~11시즌 KBL 입성 직후 곧바로 전자랜드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타짜로서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형제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 동생이 웃는 날이 더 많아졌다. 2012~13시즌에는 모비스로 팀을 옮긴 문태영이 전자랜드 문태종을 4강에서 3연승으로 꺾은 뒤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먼저 손에 넣었다.

문태종이 LG로 팀을 옮긴 이듬해에도 형제의 명암은 뒤바뀌지 않았다. 물론 정규리그에서는 나란히 40승14패를 기록한 가운데 상대전적에서 앞선 LG가 1위에 올랐고, 정규리그 MVP 역시 문태종의 몫이었지만 그 시즌의 최종 승자는 결국 모비스였다. 이번에는 무려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관문에서 모비스와 LG가 만난 가운데 6차전 혈투 속에 문태영이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특히 문태영은 6경기 평균 22.2점 8.0리바운드 1.7어시스트 2.2스틸의 성적을 기록하며 기자단 투표 81표 중 73표를 획득,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동생의 거침없는 질주는 2014~15시즌까지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4강 길목에서 모비스와 LG가 리턴매치를 펼쳤고, 1차전을 LG가 가져가며 문태종의 복수극 꿈이 부풀어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데이본 제퍼슨이 ‘애국가 몸풀기 및 손가락 욕설’ 파문으로 퇴출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고, 결국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또 한 번 문태영의 모비스가 최종 승리를 따냈다. 모비스는 동부를 4연승으로 꺾고 3년 연속 정상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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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시즌만큼은 형도 기어이 우승 반지 수집에 성공했다. 비록 플레이오프 맞대결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삼성으로 팀을 옮긴 문태영은 6강에서 KGC인삼공사에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문태종이 합류한 오리온은 6강과 4강에서 동부와 모비스에 전승을 쓸어 담으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결국 정규리그 우승팀 KCC와의 대결에서도 4승2패로 승리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당시 문태종은 21분여의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56.8%의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며 10.2점 4.5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해 KBL 입성 후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의 한을 풀었다.

형제의 대결이 2년 만에 다시 성사된 가운데 그동안 두 선수는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때마다 팀의 승패 여부를 떠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쳐왔다. 총 14번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문태영은 평균 18.2점 7.5리바운드 2.6어시스트, 문태종은 15.9점 4.0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주요 기록에서는 전반적으로 문태영이 근소하게 앞서 있지만 문태종 역시 정확한 외곽슛과 클러치 활약만큼은 동생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발휘했다.

올시즌 두 선수는 나란히 커리어에서 가장 좋지 못한 기록을 나타내며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여전히 해결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형제의 대결에 시선을 고정할 필요가 있다.

정규리그 6번의 만남에서는 문태영이 11.4점 3.8리바운드 2.4어시스트, 문태종이 11.2점 4.0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어느 누구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올해가 플레이오프 마지막 대결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 형제의 승부 역시 그 어느 해보다 팽팽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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