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이하 한국시각) 러셀 웨스트브룩(29·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이 피닉스전에서 23득점 12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올리며 역사적인 기록을 확정지었다. 79경기를 소화한 웨스트브룩은 시즌 동안 총 2503득점 843리바운드 82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앞으로의 일정 결과에 상관없이 시즌 트리플더블을 확정지었다.

8일 현재 웨스트브룩은 평균 31.7득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이 시즌 트리플더블은 1961~62시즌에 오스카 로버트슨이 평균 30.8득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를 통해 달성한 지 55년 만에 나온 NBA 역사 2번째 위업이다.

웨스트브룩의 41회 트리플더블 경기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32승9패를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또한 단일 시즌 최다 트리플더블 횟수도 1961~62시즌에 로버트슨이 남겼던 41회에 현재 웨스트브룩도 41회로 타이를 이뤄 나머지 3경기 중 트리플더블이 또 나오게 된다면 단독 최다 기록으로 오르게 된다.

이처럼 대단한 업적인 웨스트브룩의 기록을 놓고 [NBA현미경]은 그 숫자들 안을 더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

▶웨스트브룩과 로버트슨의 차이

많은 NBA팬들이 웨스트브룩의 시즌 트리플더블을 놓고 현대 농구에서 이런 기록을 봤다는 점에서 놀라고 있다. 즉 과거 1960년대 로버트슨의 기록도 정말 대단하지만 현대 농구에선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기록이기 때문이다.

우선 1961~62시즌 로버트슨은 평균 44.3분을 뛰었을 정도였고, 동일 시즌 이보다 많이 뛴 선수들이 평균 48.5분을 뛰었던 윌트 체임벌린을 포함 4명이나 더 있었다. 정말 많은 시간을 뛰는 추세의 시기였다. 반면 올시즌에는 가장 많은 평균 출전시간이 카일 라우리(31·토론토 랩터스)의 37.7분일 정도로 차이가 있다.

또한 1961~62시즌 리그의 경기 당 필드골 시도가 107.7회였다면 올시즌은 85.4회다. 공격 기회 횟수가 크게 줄어든 현대 농구이기 때문에 시즌 트리플더블은 과거보다 더욱 상상하기 힘든 기록이다.

평균 출전시간에서 8일 현재 웨스트브룩은 리그 19번째의 34.8분을 기록 중이다. 약 10분여의 출전시간 차이지만 로버트슨과 거의 비슷한 평균 기록을 냈다. 36분 당 기준으로 통일해 환산했을 경우 로버트슨은 25.0득점 10.1리바운드 9.2어시스트이며, 웨스트브룩은 32.8득점 11.0리바운드 10.8어시스트다.

▶평균 31.7득점의 의미

올시즌 개인 평균 득점 순위에서 웨스트브룩의 31.7득점은 제임스 하든(28·휴스턴 로켓츠)의 29.2득점에 넉넉한 차이로 앞선 1위에 올라 있다. NBA 역사 속에서는 27위에 해당하는 평균 득점이다. 팀 안에서는 2번째 최다 득점자 빅터 올라디포(25)의 16.1득점과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웨스트브룩이 출전시간 동안 소비한 득점 기회는 역사적이다. 야투 및 자유투 시도와 턴오버를 통해 코트 위에 있는 동안 팀의 공격 기회를 사용한 정도를 보는 숫자로 유시지 퍼센티지(Usage percentage, 이하 USG%)가 있다. NBA 통계 전문 사이트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웨스트브룩의 USG%(41.7%)는 역대 최고치다.

최근 클러치 역전 대활약 등으로 웨스트브룩이 득점 기회를 확실하게 살렸다. ⓒAFPBBNews = News1
한편 이처럼 많은 득점 기회를 사용하면서도 동료 패스의 도움은 크게 받지 못했다. 웨스트브룩의 야투 성공 중 동료의 어시스트로 연결된 야투는 18.6%만 차지했다. 리그에서 평균 25득점 이상 올린 선수 11명 중 하든의 17.6% 다음으로 낮은 비중이다.

▶평균 10.4어시스트의 의미

올시즌 평균 10어시스트 이상 기록한 선수는 3명이며 웨스트브룩은 그 중 3위다. 그리고 NBA 전체 역사에서 평균 10.4어시스트는 66위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그리 특출한 숫자가 아닌 듯해도 팀 내에서의 비중으로 보면 역사적이다. 한 선수가 코트 위에 있는 시간 동안 동료들의 야투 성공 중 그 선수의 어시스트로 연결된 야투의 비중을 보는 숫자가 있다. 어시스트 퍼센티지(이하 AST%)라고 하며 바스켓볼 레퍼런스에서는 웨스트브룩의 AST%(57.4%)가 역대 3번째에 올라 있다.

일면 봐서는 엄청 많은 어시스트 수가 아니지만 나머지 동료들이 웨스트브룩의 패스에 의존하는 정도가 아주 높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USG%와 이 AST%의 조합에 있어 올시즌 웨스트브룩은 NBA 역사에서 정말 독보적인 존재다. 역대 최고치의 USG%와 역대 3번째의 AST%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렇게 동시에 높이 기록한 사례는 매우 적다. 동일 시즌 동안 USG%에서 35%를 넘기면서 ASG%를 40% 넘긴 개인 시즌은 3번 밖에 없다. 올시즌과 2014~15시즌의 웨스트브룩, 그리고 2008~09시즌 드웨인 웨이드 뿐이다.

▶평균 10.7리바운드의 의미

올시즌 개인 평균 리바운드 순위에서 10.7리바운드는 전체 11위에 올라 있다. 그리 높은 순위가 아니지만 웨스트브룩이 190cm 신장의 포인트 가드임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190cm 신장 이하 선수 중 평균 10리바운드 이상은 NBA 역사에서 올시즌 웨스트브룩뿐이다. 그 다음으로 많았던 경우는 1988~89시즌 팻 리버의 9.3리바운드였다.

슈팅에 실패해 떠오른 볼들 중 잡아낸 비중을 의미하는 리바운드 퍼센티지(이하 REB%)를 통해 보면 웨스트브룩의 숫자는 더욱 대단하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서 개인 REB%를 검색할 수 있는 1970~71시즌부터 196cm 이하 선수들 중 웨스트브룩이 가장 높은 17.0%를 기록했다. 그 다음이 196cm의 1971~72시즌 조니 그린(14.5%)이었다.

▶리바운드 숫자의 쟁점

사실 웨스트브룩의 리바운드 숫자를 놓고 논쟁이 있긴 하다. 포인트 가드 웨스트브룩이 이렇게 잡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다. NBA닷컴에 따르면 웨스트브룩의 리바운드 중 80.4% 가량이 상대와의 경합을 통해 잡은 리바운드가 아니라고 나와 있다.

특히 수비 리바운드의 경우 상대의 슈팅이 실패했을 때 상대 선수들이 딱히 리바운드를 노리지 않고 돌아가서 손쉽게 리바운드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때 동료의 밀어주기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은 슈팅이 실패하기 전부터 볼이 떨어질 방향을 잘 포착하는 장면이 많다.

한편 웨스트브룩이 수비 리바운드를 노리느라 수비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관점도 있다. 물론 웨스트브룩이 수비에 쏟는 에너지가 적은 것은 맞다. NBA닷컴에 나온 수비 때 웨스트브룩의 시간 당 움직인 거리 3.52마일(약 5.7km)은 팀 내에서도 가장 적고 NBA 전체 가드들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이런 웨스트브룩의 수비 에너지 저하를 리바운드 집착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웨스트브룩이 리바운드 잡을 때 생긴 상대방 야투 실패는 대부분 웨스트브룩과 대치하던 선수가 던진 슈팅이 아니었다. 즉 리바운드 잡기 용이한 상황은 많았어도 굳이 무리해서 잡는 리바운드는 아니었다.

▶현실로 다가온 대기록

시즌 초 웨스트브룩의 평균 트리플더블 기록이 나왔을 때만 해도 시즌 끝까지 가리란 믿음은 클 수가 없었다. 워낙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인트 가드의 두 자릿수 리바운드는 잘 와 닿지 않는 숫자다. 하지만 총 820리바운드를 820어시스트보다 먼저 채운 웨스트브룩이다.

또한 평균 30득점 이상을 올리면서 10어시스트 이상 기록하는 것 자체도 1972~73시즌 타이니 아치볼드의 34.0득점 11.4어시스트 이후 44년만의 성과다.

개인 기록 측면에서 이렇게 한 선수에게 집중된 경우를 갖고 고군분투와 독불장군 사이에서 견해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NBA 역사에서 지워지기 힘들 대기록이라는 사실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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