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7 KBO리그가 더욱 날카로워진 눈을 확보했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해왔던 심판 합의 판정 제도 명칭을 ‘비디오 판독’으로 바꿨다. 획기적인 변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설립된 비디오 판독센터에 대한 브리핑 및 시연회를 했다.

먼저 합의 판정이 심판 팀장, 대기심판, 경기운영위원(해당 판정 루심 제외)이 참여하는 형태였다면 올시즌에는 판독센터장을 포함해 총 3명이 비디오 판독에 나선다.

심판실에서 중계방송 리플레이 화면으로 판정하던 방식도 비디오 판독 센터 영상으로 판정한다. 해당 판정 루심과 심판 팀장은 운영요원으로부터 인터컴 장비를 전달받아 착용한 후 판독 결과를 수신해 사인을 낼 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구장에는 판독요원 5명과 보조요원 5명(각 구장당 1명)이 배치돼 중계차 신호 연결, KBO 카메라 및 서버 관리, 인터컴 전달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판독센터에서는 판독관 3명과 판독 엔지니어 3명이 시스템 관리 및 비디오 판독 운영을 맡고 있다.

카메라 역시 숫자가 보강됐다. 2015~16시즌 합의 판정 유형을 살펴보면 도합 70%에 가까운 합의 판정 요청이 1, 2루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KBO는 1루 쪽을 찍는 카메라 2대, 2루 쪽을 찍는 카메라 1대를 배치했다. 판독센터에서는 기존 중계 카메라 7대와 KBO 자체 설치 카메라 3대까지 구장별 10대, 총 50대의 화면을 면밀히 살핀다.

판독 절차도 보다 꼼꼼해진다. 판독센터에서 끊임없이 정밀 판독에 대한 준비를 미리 갖춰놓음으로써 시간을 최소화하며 판독센터 엔지니어는 판독관의 사인에 따라 영상을 찾는다.

이후 판독관은 리플레이할 영상을 선정하고 정밀 분석한 뒤 결과를 도출해 인터컴으로 현장에 결과를 통보한다. 이밖에 판독 엔지니어는 판독에 사용할 영상들을 저장 보관한다.

KBO가 이처럼 최소 3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공정, 신속, 정확, 감시가 비디오 판독센터 설립의 핵심 취지다.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다양한 화면을 활용한 판독의 공정성 확보, 신속한 경기 결정, 부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감시 강화가 가능하다”고 판독센터의 역할을 설명했다.

상암동에 설립된 비디오 판독센터 내부 모습. 판독 엔지니어가 현장에 배치된 10개의 카메라에서 송출되는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새 비디오 판독, 어떤 효과 불러올까

사각 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KBO가 새롭게 설치한 카메라의 경우 고정돼 있어 흔들림이 없다. 또한 판독관들이 여러 각도 중 가장 잘 찍힌 영상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만큼 판정도 보다 공정하고 정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시스템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정금조 센터장의 설명이다.

특히 두 평 남짓한 판독센터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와 전문 판독관들도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자리에 위치해 시스템을 점검한 뒤 경기 내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채 ‘매의 눈’으로 화면을 주시한다.

판독관 역할을 전면에서 책임지고 있는 김호인 전 KBO 심판위원장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화장실에 다녀오는 일조차 사실상 쉽지 않다”며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 중임을 밝힌 뒤 “신속하고 정확한 판독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우선시 돼야 할 것은 정확함이라고 생각한다. 신속함을 위한 노력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보고 판단을 내리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정확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감안하고 이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독센터에서는 신속한 경기 진행을 위해 비디오 판독 요청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요청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

이종완 KBO 판독센터 기술팀장은 “판독 요청이 나올 수 있는 상황까지 모두 예측해 심판이 인터컴을 쓰는 시간에 최대한 맞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평균적으로는 대부분 1분 10초에서 20초 사이에 모든 결정이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KBO 측에 따르면 개막 3연전 동안 나온 총 19차례의 비디오 판독(번복 8회)의 평균 소요 시간은 1분47초다. 지난해 개막 3연전(1분46초)보다 오히려 1초가 지연됐지만 이는 4월2일 잠실 두산-한화전에서 나온 한 차례 비디오 판독이 이례적으로 소요 시간 5분을 넘겨 평균 수치를 훌쩍 높인 영향이 있다. 목표치로 설정한 2분 이내에는 충분히 진입했지만 판독센터에서는 시간을 더욱 단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공정한 승부를 위한 감시의 측면에서도 비디오 판독센터는 큰 기능을 해낼 전망이다.

정금조 센터장은 “과거 승부조작 사례에서 ‘1회 첫 타자 볼넷’과 같은 행위를 현실적으로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자료가 누적되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플레이가 계속해서 반복된다고 판단될 경우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기간 영상 저장이 가능해진 만큼 누적된 통계를 바탕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반복적으로 의심이 되는 플레이에 대해서는 구단과의 상의를 통해 확인 절차를 밟아 승부조작 사태를 근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시즌부터 심판들은 인터컴 장비를 착용한 후 비디오 판독센터로의 판독 결과를 전달받아 콜사인을 낸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보완해야 할 과제들

야심차게 비디오 판독센터를 설립했지만 앞으로 보완할 점도 많다. 먼저 10대의 카메라로도 완벽하게 잡아내기 힘든 사각지대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종완 판독센터 기술팀장은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홈런, 파울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좌우측 폴 주변에 먼저 카메라 설치 설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으며, KBO 역시 현재로서는 예산상의 문제가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호인 전 KBO 심판위원장도 “현장에서 심판이 볼 때와 화면상으로 볼 때 각도에 따라서 홈런 기준의 차이가 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각지대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향후 카메라 숫자가 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다발적으로 비디오 판독 요청이 들어왔을 때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는 김호인 전 심판위원장이 5개 구장 중 중앙에 배치된 3개 구장 총 30개의 화면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양쪽 사이드를 나머지 판독관들이 전담하며 먼저 요청이 시작된 곳부터 정리를 하고 있다.

판독관 3명이 최대한 합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리고 있고, 그동안 여러 실험을 통해 엔지니어 역시 3명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화면의 윤곽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판독 요청까지 쇄도할 경우 어려운 현실에 처할 수도 있다.

KBO는 자체 카메라 숫자를 비롯해 판독 엔지니어 역시 증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금조 센터장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축소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계속 보완해서 점진적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별다른 불만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시스템의 보완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시즌이 종료되면 재평가 후 규칙위원회를 통해 추가해야 할 부분에 대해 논의가 될 것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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