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효자 용병’ 브렛 필이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무대에서 3년을 뛰며 평균 20.3홈런, 통산 타율 3할1푼6리를 때려냈음에도 재계약에 실패했고 메이저리그 도전에도 실패하며 쓸쓸히 유니폼을 벗은 것. 올해로 만 33세의 나이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만약 필이 한국인이었어도 은퇴를 했어야 할까. 물론 필이 부상이 심각한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개인 사정으로 야구를 더 할 수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록으로 따져서 그의 야구선수로서의 가치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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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그리고 2016시즌 성적으로 본 필의 위치

필은 2014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KIA에서 활약했다. 3년간 연평균 122경기 출전, 타율 3할1푼6리 20.3홈런 84.3타점을 쓸어 담았다. 도루도 연평균 11개 정도는 해주며 쏠쏠했다. 1루수로서 거포 유형은 아니었지만 정확성, 파워, 스피드까지 갖춰 ‘효자’라 불리기 충분했다.

선수의 가치를 알아볼 때 직전시즌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2016시즌 필은 3할1푼3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37개의 2루타로 2루타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20홈런 86타점으로 3년 평균 수준을 해줬지만 수비에서 에러가 13개나 나오면서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세이버매트릭스 관점으로 보면 필은 엄청 뛰어난 외인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에서 2.12를 기록했는데 이는 300타석 이상 들어선 1루수 9명 중 5위였다(스탯티즈 자료). 전체 타자로 놓고 봐도 WAR에서 타자 중 48위에 해당했다. 또한 지난 3년간 기록한 WAR도 6.94로 한 시즌에 WAR 2.5도 못해준 선수였다. 제한된 타자 외국인 선수로서는 분명 아쉬운 기록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외국인 타자’로서 필은 방출돼도 할 말이 없는 선수임은 맞다.

▶필이 만약 한국인이었다면?

그러나 만약 국적란에 필이 미국 국적이 아닌 대한민국 국적으로 표기된 선수였다면 어땠을까?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필은 300타석 이상 들어선 1루수 9명 중 5번째로 잘하는 1루수이며 3시즌간 WAR을 6.94나 기록해준 선수가 된다.

단적으로 지난 3년간 1루수 포지션에서 기록한 WAR 6.94는 이승엽(8.17) 바로 다음인 전체 6위에 해당하는 누적성적이다. 지난 3년간 기록한 61홈런은 김태균(62홈런) 보다 딱 하나 덜 친 홈런 숫자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성적을 낸 선수와도 직접적 비교가 가능하다. 필과 지난 3년간 가장 비슷한 성적을 거둔 1루수는 SK의 박정권과 두산의 오재일, LG의 정성훈 정도다.

2014~2016년 3년간 성적


브렛필 : 타율 0.316 출루율 0.362 장타율 0.521 61홈런 OPS 0.883 253타점 WAR 6.94
정성훈 : 타율 0.312 출루율 0.399 장타율 0.449 28홈런 OPS 0.848 168타점 WAR 7.01
박정권 : 타율 0.290 출루율 0.353 장타율 0.504 66홈런 OPS 0.856 238타점 WAR 5.83
오재일 : 타율 0.295 출루율 0.392 장타율 0.549 44홈런 OPS 0.941 146타점 WAR 6.06

필은 올해로 만 33세, 정성훈은 37세, 박정권은 36세, 오재일은 31세다. 정성훈은 지난 시즌 3할2푼2리의 타율에도 1루수지만 고작 6홈런에 그쳐 7억원에 재계약했다. 박정권은 4년 30억원의 계약이 2년차로 진행 중이며 오재일은 1억980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정성훈보다 4살 어리고, 박정권보다 3살 어리며 오재일보다 2살 많지만 홈런을 지난 3년간 17개, 타점을 107개 더 해냈고 WAR을 1이나 더 쌓은 브렛 필은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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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부족한 선수들, 한국국적이기에 받는 이득

물론 수비력의 문제나 몸상태 등 여러 부분에서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필이 만약 한국선수였다면 오재일보다는 높은 2억원 이상의 연봉은 물론 FA였다면 박정권의 4년 30억원 이상 더 받았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오직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필은 재계약되지 못했고 더 이상 팀을 찾지 못해 은퇴했다.

필의 은퇴가 시사하는 바는 최근 불거진 선수협의 메리트 문제 등과도 연관될 수 있다. 이렇게 능력 있고 한국에서 보여준 것도 많은 선수는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재계약하지 못했다.

반면 필보다 보여준 것이 적고 혹은 비슷한 선수들은 최소 연봉 2억에서 많게는 7억원 수준의 돈을 받고 있다. 오로지 한국 국적의 선수이기에 가능한 대우다. 외국 선수라서 역차별을 받는 KBO리그다.

행여 메이저리그처럼 외국인 제한이 없는 리그였다면 필은 33세에 은퇴를 택하기보다 국내에서 준수한 1루수로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국적을 가지지 못했기에 33세에 은퇴를 택할 수밖에 없는 선수보다 경쟁력이 모자라면서 권리와 대우만 바라서는 곤란하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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