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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7시즌 KCC 프로농구가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있다.

올시즌에는 KGC인삼공사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오리온이 2위에 오르며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남은 4강 두 자리를 놓고 30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4위 모비스-5위 동부, 3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3위 삼성-6위 전자랜드의 5판 3선승제 승부가 막을 연다.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차전 기선제압이다. KBL 역사를 살펴봐도 1차전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역대 6강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4강에 진출한 확률은 무려 95%(40회 중 38회)에 달했다. 이번에도 6강에 임하는 4개 팀 모두 1차전 승부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정규리그 6번의 맞대결 및 총 54경기를 통해서 각종 전술들은 이미 완전하게 오픈이 된 상태다. 때문에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감춰놓은 새로운 공격 패턴과 수비에 변화를 주는 전술, 기술적인 부분 등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보다 팀워크와 정신력이다. 6강부터 올라가는 팀들의 경우 체력적인 부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똘똘 뭉쳐 기세를 살리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규리그와는 다른 숨은 요소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플레이오프의 진짜 묘미다.

▶모비스-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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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만 놓고 보면 모비스가 유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정규리그 5승1패(모비스 우세)의 일방적인 맞대결 성적도 결코 무시하기 힘든 데이터다.

모비스는 루키 이종현이 시즌 전 부상 탓에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막바지에 출전 시간을 조절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몸상태가 많이 회복됐을 것으로 예상돼 6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동부 역시 높이에 기본적으로 강점이 있는 팀이기 때문에 이종현이 포스트에서 자기 역할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서 모비스의 운명이 좌우될 확률이 높다.

모비스는 허버트 힐이 시즌 막판 팀에 가세하면서 종전 ‘단신-단신’ 외국인 선수 조합에 변화를 가져갔다. 이종현에게도 상당히 힘이 되는 요소다. 물론 손발을 맞춘 기간이 짧아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높이에서 동부와 대등한 승부가 가능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종현과 힐, 함지훈까지 3명의 선수가 높이 뿐 아니라 체력적인 약점까지 서로 커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모비스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열쇠는 역시 양동근이다. 양동근은 통산 플레이오프 33경기, 챔피언결정전만 무려 31경기를 소화할 만큼 큰 무대 경험이 많은 선수다. 37분을 훌쩍 넘어서는 플레이오프 평균 출전 시간이 양동근에 대한 의존도를 고스란히 설명해주고 있다. 야전 사령관으로서 안정적인 리딩을 변함없이 보여준다면 팀 모비스의 저력도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만 모비스도 올시즌에는 확실한 해결사가 없었다는 점이 다소 걸리는 대목이다. 전준범의 경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복귀를 했지만 몸상태가 100%로 돌아왔다는 확신이 없다. 김효범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등 시즌 도중 변화를 감행했으나 기대 이상의 폭발력이 나오지는 않았다. 플레이오프 반란의 중심에 서 있는 모비스가 보다 확실한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결국 외곽슛이 터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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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는 동부는 전력상 분명 불리한 위치에 있다. 정규리그가 아닌 플레이오프를 위한 전술과 선수 구성 변화 등을 통해 1차전에 더욱 사활을 걸어야 4강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수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윤호영이 부상을 당했고, 김주성 역시 노쇠화가 찾아오면서 과거 ‘동부 산성’의 위용을 온전히 뽐내기 어려운 상태다. 때문에 전통적인 팀 컬러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리바운드왕’ 로드 벤슨의 포스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벤슨 덕에 동부는 올시즌에도 팀 리바운드 전체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공격에서는 허웅이 키 플레이어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 두경민의 발목 상태가 확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팀 내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득점을 해줄 수 있는 국내 선수는 결국 허웅 뿐이다. 실제 허웅은 올시즌 동부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평균 11.8점)을 기록한 국내 선수이며, 모비스와의 맞대결(평균 11.7점)에서는 평균 7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조차 두 외국인 선수 및 허웅이 전부다.

허웅은 프로 3년 차로서 경험이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루키였던 2년 전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비록 팀이 4연패를 당해 허무하게 우승을 놓쳤지만 마지막 4차전에서 홀로 20점을 폭발시켰고, 이러한 경험이 프로 2년 차에 기량발전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허웅이 안정된 플레이를 얼마나 침착하게 해내느냐에 따라서 동부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이 밖에 윤호영의 전력 이탈로 함지훈 매치업에 대한 김영만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정원, 서민수, 김태홍 등이 인해전술로 그 자리를 채워줘야 한다. 파울이 나오더라도 최대한 밀착 수비를 가져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삼성-전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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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삼성이 전력상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비스-동부전과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정규리그에서 전자랜드를 5승1패로 압도했다. 그러나 전자랜드도 선수 구성을 보면 만만치 않다. 플레이오프 특성상 승부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손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삼성은 선수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선수들이 정규리그 막판보다는 시즌 초반의 모습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즉 개인이 아닌 팀워크를 다졌을 때 정상까지 넘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은 화려한 멤버로 정규리그 우승까지 전망되기도 했지만 3위로 주저앉았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한 채 개인플레이가 다소 많이 나오면서 뒷심이 아쉬웠다. 김태술의 경우 리그 일정을 거듭하면서 타팀에게도 분석이 됐고, 점차 체력적인 어려움을 드러냈다. 마이클 크레익은 화끈한 팬 서비스도 좋지만 플레이오프에서만큼은 승리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농구는 큰 경기일수록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이상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보다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야전 사령관 김태술이 코트 위에서 선수들의 역할을 훌륭히 조율해낸다면 4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조직력이 플레이오프에서도 갖춰지지 않는다면 이변의 희생양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 ‘나’보다는 ‘팀’을 위해 하나가 될 필요가 있는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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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는 삼성과 비교했을 때 포워드 라인 신장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다. 정효근, 차바위 등이 문태영, 임동섭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전자랜드는 외곽 슈팅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무서워지는 팀이다. 정규리그에서도 긴 연승과 연패를 자주 반복하는 등 분위기를 유독 많이 탔기 때문에 여러 차례 강조했듯 1차전 기선제압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삼성과 달리 팀플레이가 좋은 만큼 상대의 빈틈을 무조건 공략해야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

큰 변수는 역시 ‘양날의 검’ 켈리다. 켈리는 공격력이 좋지만 유도훈 감독 특유의 수비 농구 중심에 설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선수다. 삼성이 공격에서 켈리 방면을 적극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키플레이어가 김태술이라면 전자랜드는 박찬희가 팀을 지휘해야 한다. 올시즌 프로 데뷔 첫 어시스트왕에 등극한 박찬희는 아웃넘버 속공 상황을 자주 만들어낼 뿐 아니라 돌파 역시 날카로운 선수다. 단 3점슛 성공률이 17.7%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다. 삼성 측에서 박찬희의 외곽슛을 버리는 수비를 들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다양한 전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삼성과 전자랜드의 맞대결은 양 팀 가드를 더욱 확실하게 봉쇄하는 쪽이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

▶팀의 강점, 기본에 충실하라

‘최고의 공격은 최고의 디펜스’라는 말이 있다. 너무 공격에만 치중하면 수비를 잘 풀어내기 힘들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단단한 팀일수록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분위기를 단숨에 가져올 외곽슛과 속공 등 공격 역시 등한시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6강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어느 팀이든 공수에서의 밸런스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각 팀마다 강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다.

또한 큰 무대라고 해서 지나치게 부담을 가져도 안 된다. 많은 감독들이 가장 강조하는 기본 요소로 리바운드와 더불어 실책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플레이오프는 흐름을 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실책 하나가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8일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통해 각 팀들의 뜨거운 신경전이 펼쳐지면서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과연 6강 플레이오프 첫 관문을 뚫고 KGC인삼공사, 오리온과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다투게 될 팀은 어디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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