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천안=김명석 기자]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가 다시 한 걸음 앞서 갔다. 대역전패를 당했던 지난 2차전의 아픔을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 고스란히 돌려줬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29일 오후 7시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3-1(12-25, 25-23, 25-22, 25-18)로 꺾고 2승째(1패)를 거뒀다.

0-2로 뒤지던 경기를 2-3으로 역전패했던 이틀 전의 아픔은 반복되지 않았다. 첫 세트만큼은 12-25로 크게 내주면서 흔들린 대한항공은 2세트 이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왕좌까지는 단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사전 기자회견

-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 “문성민과는 특별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다만 훈련을 보니 리듬을 찾는 것 같다.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대니는 홈에서 기량발휘를 해주는 선수다. 오늘은 조금 기다려줄 것이다. 가스파리니의 공격을 다 막지는 못 한다. 욕심이다. 대신 그를 부담스럽게 만들 것이다.”

-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 “어제(28일) 오전에는 휴식을 취했고, 오후에 1시간 반 정도 연습을 했다. 이후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커피를 마신다고 분위기 전환되겠나. 말 한 마디면 된다. 1, 2차전을 잊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가스파리니의 서브는 스트레스를 조금 줬다. 에이스를 노리기보다는 상대가 속공을 못할 정도면 된다고 얘기했다.”

▶선발라인업 : 문성민-김학민, 나란히 선발 맞대결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 라이트로 나섰고, 대니와 박주형이 레트프 역할을 맡았다. 최민호 신영석이 센터진을 구축했고, 노재욱이 세터 역할을 맡았다. 여오현 박종영은 리베로로 대기했다.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를 라이트 공격수로 내세웠다. 김학민 정지석이 레프트로 힘을 보탰고, 최석기 진상헌이 센터진을 구축했다. 세터는 한선수, 리베로는 백광현 김동혁이 각각 맡았다.

▶1세트 : 25-12, 압도적이었던 현대캐피탈의 기세

팽팽할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2차전 대역전승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현대캐피탈은 1세트부터 대한항공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문성민의 백어택 등을 앞세워 초반부터 점수를 벌리기 시작한 현대캐피탈은 세트 중반 한때 15-6까지 크게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한 번 오른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실수를 찾아볼 수 없는 공격과 블로킹, 서브 등 한치도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세트포인트 상황에서 터진 문성민의 서브득점을 앞세워 1세트를 따냈다. 25-12, 두 배가 넘는 스코어가 1차전의 양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2세트 : 대한항공의 반격, 승부는 원점으로

2세트 초반 궁지에 몰린 대한항공이 반격에 나섰다. 가스파리니의 2연속 서브득점 등을 앞세워 리드를 잡았다. 무기력했던 1차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문성민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의 기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대한항공이 달아나면, 현대캐피탈이 쫓아가는 양상이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 선봉에 섰다. 막판 집중력에서 대한항공이 앞섰다. 김철홍의 블로킹으로 세트포인트 상황을 만든 뒤, 가스파리니가 마무리지었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3세트 : 기세 오른 대한항공, 승리에 한 걸음 더

3세트에서는 두 팀의 기세가 정면으로 맞섰다. 팽팽히 맞선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접전이 거듭 이어졌다. 세트 초반에는 현대캐피탈이 기선을 제압했지만, 대한항공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팽팽했던 흐름은 20-20까지 이어졌다.

균형은 대한항공이 깨트렸다. 가스파리니의 오픈과 상대의 범실, 정지석의 오픈으로 내리 3점을 따냈다. 이어 가스파리니의 2연속 후위공격이 현대캐피탈의 진영에 내리꽂혔다. 세트스코어 2-1, 대한항공이 한 걸음 앞서 갔다.

▶4세트 : 흔들리지 않은 대한항공의 집중력

치열했던 2, 3세트의 흐름은 4세트에서도 이어졌다. 승리에 한 세트만을 남겨둔 대한항공과 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 모두 물러설 수 없었다. 세트 중반까지 14-14로 맞서는 등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의 절실함보다, 2, 3세트를 내리 따낸 대한항공의 기세가 더 앞섰다. 상대의 범실과 김철홍의 블로킹 등을 앞세워 균형을 깨트렸다. 문성민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의 반격이 이어졌지만, 대한항공의 집중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진상헌의 속공과 블로킹, 정지석의 퀵오픈 등을 앞세워 점수차를 벌려갔다. 반전은 없었다. 대한항공이 4세트를 잡아내며 이날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종료 : ‘짜릿한 역전승’ 대한항공, 우승에 ‘-1승’

대한항공이 2차전 대역전패의 아픔을 털어냈다. 1차전을 13점차로 내주며 기세가 완전히 꺾이는 듯 보였지만, 전열을 재정비한 2세트부터 대반격에 나서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5판3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 그 왕좌에 오르기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4차전은 내달 1일 오후 2시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다.

▶현대캐피탈의 패인, 불가피했던 문성민의 기복

경기를 앞두고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면서도 “훈련 모습을 보니 리듬을 찾아가는 것 같더라.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1차전 부진 이후 2차전에서 완벽히 부활에 성공했던 기세가 3차전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최 감독의 기대에 문성민은 확실하게 부응하는 듯 했다. 첫 세트에서만 홀로 9점을 책임졌는데, 공격성공률이 85.71%에 달했다. 1개의 블로킹과 2개의 서브득점 등을 더해 팀의 25-12 승리에 앞장섰다. 물론 이후에도 그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팽팽했던 2세트에서도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3점을 책임졌다.

다만 3세트부터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공격성공률이 36%대로 뚝 떨어졌다. 그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없었다. 박주형 8점, 외국인선수 대니 6점 등에 그쳤다. 문성민의 기복은 현대캐피탈에게 치명타였다. 3, 4세트를 내리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결국 현대캐피탈도, 문성민도 웃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 “3세트 신영수 서브 때 타이밍을 끊지 못한 내 판단미스였다. 내 경험 부족이 패인이다. (1세트 완승 이후)분위기가 넘어간 것은 2세트부터 늘어난 범실, 그리고 상대 서브가 워낙 잘 들어왔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만족스럽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싶지는 않다. 이틀 휴식이 우리에게 행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 “어렵게 시작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양 날개가 적재적소에 들어가서 자기 몫을 잘 해줬다. 덕분에 어느 정도 잘 버텨낸 것 같다. 컨디션 나쁜 선수를 살릴 수 있는 선수가 바로 한선수(세터)다. 감독은 편하다. 선수만 바꿔서 넣어주면 알아서 잘 한다. V리그 후반부터 챔프전까지 꼭 현대캐피탈에 이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정작 못 이기더라. 마음을 비우고 4차전에 임할 것이다.”

▶경기정보

- 대한항공 3 (12-25, 25-23, 25-22, 25-18) 1 현대캐피탈

- 대한항공 : 가스파리니 25점, 김학민 11점, 진상헌 9점
- 현대캐피탈 : 문성민 30점, 최민호 10점, 박주형 8점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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