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KGC인삼공사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의 대업을 이뤄냈다.

37승15패로 정규리그 우승까지 매직넘버 1만을 남겨놓고 있던 KGC인삼공사는 지난 3월22일 2위 오리온이 KCC에게 패함에 따라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숙소에서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로써 KGC인삼공사는 KBL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트로피를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15연승 신화를 이뤄낸 전신 SBS 시절에도 이뤄보지 못한 성과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던 2011~12시즌 역시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성적은 2위였다. 20년의 긴 기다림 속에서 달성한 목표였기에 그 의미는 더욱 뜻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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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산을 넘다

한 시즌 역대 최다승 신기록을 작성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KGC인삼공사가 달콤한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1라운드까지는 팀이 정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5승4패로 5할 승률을 간신히 넘겼다. 두 차례의 6연승과 함께 12월 중반에는 1위까지 올라섰으나 삼성과 오리온 역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주면서 ‘3강 체제’는 일정을 거듭할수록 혼전 속에 빠졌다. 2월 초반에는 1라운드에 이어 또 한 번 3연패 수렁에 빠지며 1위 자리를 다시 넘겨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KGC인삼공사는 시즌 내내 잡음이 많았다. 먼저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마커스 블레이클리, 에릭 와이즈를 차례로 영입하려던 과정에서 단신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에게 두 차례나 퇴출 통보를 했다가 철회하는 등 외국인 선수를 단지 ‘용병’으로 취급하는 모습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김철욱을 비롯해 양희종, 이정현 등 팀내 핵심 선수들까지 거친 플레이로 도마 위에 올랐고, 김기윤, 양희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백업 선수층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김승기 감독이 주전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핵심 전력의 체력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6라운드 시작부터 우승이 확정될 때까지 파죽의 7연승을 질주,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뒷심을 발휘해 오리온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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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주역 홍이장군들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우승 중심에는 단연 이정현과 오세근이 있었다. 팀이 1라운드의 고비를 넘고 2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순항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2라운드에서 평균 18.1점, 특히 4쿼터에만 7.3점을 몰아넣는 해결사 본능을 발휘해 생애 첫 라운드 MVP에 올랐고, 오세근 역시 2라운드 선수 생산성 지수 1위에 이어 3라운드에서는 평균 13.4점 8.1리바운드 4.2어시스트를 기록해 2011~12시즌 이후 5년 만에 월별·라운드별 MVP를 수상했다.

팀의 반등을 이끈 이후 이정현은 시즌 막판 다소 주춤한 모습도 있었지만 52경기를 소화한 시점까지 평균 15.4점으로 국내 선수 득점 1위 자리를 계속해서 지켰다. 이뿐만 아니라 어시스트(5.1개), 리바운드(3.0개), 스틸(1.8개) 등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뽐내며 어느덧 팀을 넘어 리그 최고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오세근 역시 모처럼 건강한 모습 속에 쌍둥이의 아빠가 된 책임감까지 발휘하며 평균 14.1점 8.4리바운드 3.5어시스트 1.4스틸 1.0블록을 기록, 데뷔 시즌만큼이나 강렬한 임팩트를 뿜어냈다. 이정현과 오세근은 3월28일 열리는 KBL 시상식에서도 가장 유력한 MVP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토종 원투 펀치의 활약만 빛난 것은 아니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본인이 KBL리그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KGC인삼공사로 6년 만에 복귀해 오세근과 함께 골밑을 굳게 지켰다.

또한 사익스는 지난 시즌 오리온 조 잭슨과 마찬가지로 역경을 이겨내고 시즌 막판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했다.

이 밖에 양희종은 공격에서의 존재감이 과거보다 떨어졌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여전히 팀의 중심임을 증명해냈고, 문성곤, 전성현 역시 양희종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동안 수비와 3점슛 등 본인의 특기를 살려 빈자리를 훌륭히 채웠다.

‘욱욱 콤비’ 김철욱-김민욱도 골밑 백업 요원으로서 상반되는 스타일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으며, 박재한 역시 남다른 배짱을 통해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임을 보여줬다. 기여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선수단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짜릿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김승기 감독도 2015~16시즌 감독 대행으로 출발해 KGC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전창진 전 감독이 불법 토토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어수선했던 팀을 빠르게 재정비하면서 본인만의 뚝심 있는 색깔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김 감독은 주전 혹사 논란이 따라붙는 상황에서도 승부처라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만큼은 확고한 생각을 꺾지 않았고, 시즌 막판에는 결국 백업 선수들의 활용 방안까지도 찾아내는 등 본인의 방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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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첫 통합우승이다

창단 첫 정규리그 1위에 올랐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결국 2011~12시즌 이후 5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자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뤄보지 못한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 정규리그 1위 역시 진정한 의미를 남기게 된다.

과거와 달리 정규리그 1위 팀이 통합우승까지 차지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실제 2010~11시즌부터 지난 6년 동안 통합우승팀은 2014~15시즌의 모비스 뿐이었다.

불과 지난해에도 KCC가 전신 현대 시절 이후 무려 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만끽했지만 결국 오리온에게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은 사실을 KGC인삼공사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도전자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4위 모비스의 경우 후반기 기세가 상당히 매서웠으며, 플레이오프의 승부사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이 버티고 있는 만큼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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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시드에 속해있는 2위 오리온도 정규리그 승률은 종이 한 장 차이였으며, 3위 삼성은 KGC인삼공사가 맞대결 2승4패로 가장 고전했던 팀이기도 하다. 동부와 전자랜드 역시 6강에서 초반 분위기만 탄다면 판도를 어떻게 뒤바꿀지 알 수 없는 팀들이다.

천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KGC인삼공사는 올시즌을 끝으로 이정현과 오세근이 나란히 FA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에 최고의 전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는 장담을 하기 어렵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반드시 움켜잡아야 한다. KGC인삼공사의 위대한 도전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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