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하 한국시각)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95-111로 패하며 골든스테이트와의 시즌 전적을 0승4패로 마치게 됐다.

골든스테이트는 바로 전 시즌까지 오클라호마시티의 에이스로 존재했던 케빈 듀란트(29)가 옮겨간 팀으로 두 팀 사이엔 깊은 사연이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73승이란 대기록을 남겼던 팀에 스타 선수가 또 들어온 셈이었고, 오클라호마시티는 스타 선수로 러셀 웨스트브룩(29)만 남은 처지가 됐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소위 원맨팀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으며, 시즌 막바지에 이른 현재 그런 모습이 숫자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016~17 오클라호마시티의 1인 집중도

21일 현재 웨스트브룩은 70경기에 걸쳐 평균 31.4득점을 기록 중이다. 올시즌 NBA 개인 득점 전체 1위의 기록이다. NBA 역사에서 개인 평균 31.4득점은 그리 놀랄 만큼 높은 득점은 아니다. 평균 31.4득점보다 높은 개인 득점이 최고 50.4득점을 포함해 그동안 30차례에 걸쳐 나왔다.

올시즌 웨스트브룩에게 유달리 무거운 짐이 맡겨진 오클라호마시티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공격 기회 사용 빈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평균 출전시간(34.7분) 리그 19번째에 있는 웨스트브룩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평균 야투 시도(24.1회)와 2번째로 많은 자유투 시도(10.7회)를 기록 중이다. 평균 턴오버(5.4개)도 리그에서 2번째로 많다.

코트 위에 나온 시간 동안 야투 및 자유투 시도와 턴오버를 통해 웨스트브룩은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 기회 중 41.9%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공격 기회 사용 빈도를 보여주는 숫자가 유시지 퍼센티지(Usage percentage, 이하 USG%)이며, 웨스트브룩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USG%를 기록 중이다. 심지어 NBA 역사에서도 가장 높은 USG%를 기록 중이다.

NBA 통계 사이트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올시즌 웨스트브룩의 USG%는 종전 최고 기록보다도 훌쩍 높은 숫자를 찍고 있다. 다음은 60경기 이상에 평균 30분 이상 뛴 NBA 선수들 중 USG% 상위 5번째 안의 개인 시즌들이다.

이처럼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웨스트브룩의 손에서 좌지우지되는 비중이 정말 높다. 그러나 웨스트브룩 아래에 놓인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 앨런 아이버슨도 저마다 만만치 않은 원맨팀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에 2005~06시즌 브라이언트, 1986~87시즌 조던, 2001~02시즌 아이버슨의 소속팀들을 놓고 각각 어떤 모습이었는지 비교해보고자 한다.

▶2005~06시즌 LA 레이커스

1999~00시즌부터 2001~02시즌까지 3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샤킬 오닐이 2004년 여름 팀을 나간 후 레이커스는 3년에 걸쳐 브라이언트에게 공격이 집중된 시기를 보내야 했다. 특히 2005~06시즌은 그 정도가 유독 심화된 순간이었다.

브라이언트는 2005~06시즌에 경력 중 가장 많은 평균 야투 시도(27.2회)와 자유투 시도(10.2회)를 남겼다. 이를 통해 평균 35.4점을 올렸고 팀의 평균 99.4점 중 35.6%를 차지했다. 역사적인 81득점 경기를 포함해 브라이언트는 해당 시즌 50득점 이상 경기를 6번 남기기도 했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2005~06시즌 레이커스는 100포제션 당 108.4득점을 올리며 공격지표 8위를 기록했다. 공격 측면에서 꽤 괜찮은 시즌이었다. 다만 수비지표(105.7)는 15위 중위권에 머물며 45승37패(승률 54.9%)의 성적을 남겼다.

▶1986~87시즌 시카고 불스

1986~87시즌은 조던이 프로 3년차에 24세가 되는 시기였다. 당시에는 완숙미가 떨어지는 모습도 있었으며 그 때문인지 가장 매섭게 공격에 나섰음에도 승리는 많이 챙기질 못했다.

조던에게 최고의 파트너라 불리는 스카티 피펜이 들어오기 전의 시카고였고, 조던을 제외하면 평균 10득점 이상 선수가 찰스 오클리(14.5점)와 존 팩슨(11.3점) 2명뿐이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 조던은 커리어 최다 평균 야투 시도(27.8회)와 자유투 시도(11.9회)를 남겼다.

1986~87시즌 조던은 생애 최고 득점인 37.1점을 올려 시카고의 평균 104.8득점 중 35.4%를 차지했다. 한편 당시 시카고는 100포제션 당 108.6득점을 올리며 23개 팀들 중 12위에 올랐다. 수비지표(107.6)도 비슷한 11위에 올랐던 시카고는 40승42패(승률 48.8%)의 성적을 남겼다.

▶2001~02시즌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2000~01시즌에 시즌 MVP를 차지한 아이버슨이었지만 그때만큼의 성과가 이어지지 못했다. 2001~02시즌에는 경력 중 가장 많은 평균 야투 시도(27.8회)와 5번째로 많은 자유투 시도(9.8회)를 통해 생애 2번째로 높은 득점(31.4점)을 올렸으나 야투율(39.8%)은 2번째로 가장 낮았다.

아이버슨의 개인 득점이 팀 득점(91.0)의 34.5%를 차지한 가운데 필라델피아의 해당 시즌 공격지표(102.1)는 리그 23위에 그쳤다. 전 시즌 13위에 올랐던 공격지표(103.6)에 비해 큰 순위 하락이다. 때문에 수비지표(100.3)는 4위의 상위권이었지만 43승39패(승률 52.4%) 성적으로 만족해야 했다.

유독 골든스테이트에게 약한 오클라호마시티지만 그 외에는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2016~17시즌 오클라호마시티

21일 현재 오클라호마시티의 성적은 40승30패(승률 57.1%)다. 아직 12경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위에 나열된 팀들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대량 득점원에 집중된 공격 체제 속에서 선전하는 셈이다.

시즌 전에는 오클라호마시티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도 의견이 분분했을 만큼 전망이 썩 밝지 못했다. 역대 3번째로 높은 USG%를 기록했던 웨스트브룩의 2014~15시즌 오클라호마시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전례도 있다. 당시 성적은 45승37패(54.9%)였다.

하지만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의 성적엔 웨스트브룩과 듀란트가 동시에 빠졌던 16경기를 감안해야 한다. 그 16경기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5승11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웨스트브룩과 듀란트가 같이 출전한 경기에서 18승9패였으며 듀란트 결장에 웨스트브룩만 나온 경기에선 22승17패(승률 56.4%)였다.

즉 2014~15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웨스트브룩의 원맨팀 상황에 있을 때 올시즌과 비슷한 승률의 표본을 남겼던 셈이다. 애초에 이번 시즌은 서부지구 8위가 5할 승률을 못 넘길 페이스에 있어 45승만 거둬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상황이지만 웨스트브룩의 원맨팀은 그보다 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신 공격과 수비로 나눴을 때 성적은 수비 쪽의 힘이 더 컸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지표(108.4)는 14위에 그쳐있지만 수비지표(107.7)가 10위에 올랐다.

웨스트브룩이 70경기 중 팀 내 득점 선두 63회, 어시스트 선두 69회, 리바운드 선두 45회에 올랐던 팀의 상황을 감안하면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성적은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