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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모두의 시선이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사령탑은 물론 팀 동료도, 현지 언론들도 일제히 그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는 중이다.

비단 영국 진출 이후 첫 해트트릭(3골)을 달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 공격수의 부상, 그 공백을 대신할 적임자로 ‘첫 손’에 꼽히고 있는 까닭이다.

유독 굴곡이 심했던 올 시즌, 특히 야속하기만 했던 요즘 상황들을 돌아본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팀의 중심과 변방 사이, 그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 있는 입지가 보다 확실하게 갈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흥민에게 이번 시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이유다.

  • ⓒAFPBBNews = News1
뜨거웠던 9월 이후, 차갑게 식었던 기세

올 시즌 출발은 더할 나위 없었다. 지난해 9월, 시즌 첫 경기였던 스토크 시티전에서 2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미들즈브러전에서도 2골을 폭발시켰다. 9월 한 달 동안 리그 3경기에서만 4골1도움을 기록했다. 상승세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CSKA모스크바(러시아)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덕분에 그는 아시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프리미어리그(EPL) 9월의 선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선수로는 손흥민이 처음이었다. 자연스레 팀 내에서는 핵심적인 존재가 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선발 출전의 기회를 받았다.

다만 역할이 뚜렷하지 않았다. 공격수 해리 케인(24)의 부상과 맞물려, 측면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횟수가 점점 늘어갔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다보니 점점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뜨거웠던 9월의 기세는 10월 들어 점점 식어만 갔다. 결국 그는 10월부터 두 달에 걸쳐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슬럼프였다.

입지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선발로는 출전하지만, 가장 먼저 교체되는 경기들이 많아졌다. 12월 스완지 시티전에서 오랜만에 골 침묵을 깨트렸지만, 이내 다시금 침묵이 이어졌다. 뜨거웠던 9월은 이미 지난 일이 됐다. 현지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 ⓒAFPBBNews = News1
전술의 변화, 그 ‘희생양’이 되다

설상가상 팀도 부진에 빠졌다. 결국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 감독이 전술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점점 가닥이 잡혔다. 3-4-2-1 전형이었다. 3명의 중앙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 2명의 2선 공격수,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 1명을 두는 형태였다. 기존 전술과 비교하면 공격자원 1명이 줄었다. 그 희생양이 바로 손흥민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필두로 크리스티안 에릭센(24)과 델레 알리(21)를 중용했다. 지난 시즌 팀의 핵심 공격진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들의 맹활약이 연일 이어졌다. 팀 성적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손흥민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반복됐다. 앞선 3명을 향한 감독의 깊은 신임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경기 막판 시간을 끌기 위해, 혹은 동료가 홈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체카드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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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1월말,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수비수의 부상으로 팀 전술도 바뀌었다.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반전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침묵이 다시 이어졌다. 부상당했던 수비수가 복귀하자 팀 전술은 다시 3-4-2-1 전형으로 바뀌었다. 손흥민은 벤치로 또 밀렸다. 줄어든 입지 속에 161일 만에 결장하는 경기까지 나왔다.

어느덧 현지 언론들도 토트넘의 선발 명단을 예상하면서 손흥민의 이름을 제외하기 시작했다. 12일 밀월(3부리그)과의 FA컵 8강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손흥민이 선발에서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트트릭과 케인의 부상, 찾아온 터닝포인트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기회를 줬다. 에릭센 대신 케인, 알리와 함께 전방에 포진시켰다. 4경기 만에 찾아온 선발 출전의 기회. 손흥민은 놓치지 않았다. 상대의 골망을 세 차례나 흔들었다.

영국 진출 이후 첫 해트트릭이었다. 더불어 1개의 도움까지 더했다. 팀의 6골 가운데 4골에 기여했다.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경기 최우수선수, 평점 10점 만점 등의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 ⓒAFPBBNews = News1
그리고 이날, 케인이 부상을 당해 전반 10분 만에 빠져 나갔다. 현지 언론들은 4주~8주, 혹은 경우에 따라 시즌 아웃 가능성까지도 전망했다. EPL과 FA컵 우승 경쟁이 한창인 토트넘에게는 치명타였다. 자연스레 시선은 케인의 공백을 메울 공격수로 쏠렸다.

케인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손흥민과 빈센트 얀센(23) 둘 뿐이었다. 다만 리그 1골에 그치고 있는 얀센은 손흥민과 비교대상이 되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이 있어 행복하다”며 케인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지 언론들 역시도 케인의 빈자리를 손흥민이 메울 것이라고 일제히 전망했다.

자연스레 손흥민의 선발 출전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우선 3-4-2-1 전형이 유지되면서, 케인의 자리에 고스란히 배치될 공산이 크다. 다행히 지난해 맡았던 전형적인 원톱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스피드와 활동량을 갖춘 손흥민의 스타일이라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역할이다.

  • ⓒAFPBBNews = News1
혹은 전술적인 틀 자체가 4-2-3-1 형태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얀센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고,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 포진하는 형태다. 손흥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무대는 마련됐다. 스포트라이트 역시 자신만을 향해있다.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답답함과 아쉬움을 털어내고, 동시에 팀의 중심으로 파고들어야 할 시기다. 마치 ‘보란 듯이’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손흥민은 19일 오후 11시15분(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리는 사우샘프턴과의 2016~2017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를 통해 시즌 15호골에 도전한다. SBS스포츠 생중계.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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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3/19 07: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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