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5패.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최근 7경기 전적이다. 앞선 59경기에서 50승9패(승률 84.7%)라는 드높은 성적을 올리던 팀에게 일어난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골든스테이트는 전 시즌을 연패 없이 보냈다. 그리고 연패 없이 보낸 정규 시즌 연속 경기수로 2015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6경기라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장 연속 기록은 1997~98시즌 12번째 경기부터 1998~99시즌 24번째 경기까지 유타 재즈의 95경기였다.

이런 대단한 위업을 세우고 있던 팀이 최근 2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각각 2연패와 3연패를 남겼다. 이렇게 갑작스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워싱턴전에서 케빈 듀란트(29)에게 닥친 부상을 꼽을 수 있다.

리그에서 부상 피해가 가장 적었던 골든스테이트에게 듀란트의 부상은 실로 큰 손실이었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현재 팀의 부진을 오롯이 듀란트의 공백 탓으로 돌리기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골든스테이트는 너무나 잘하고 있었다.

▶듀란트 부상 공백 전후 골든스테이트의 실적

우선 최근 5패 중 12일(이하 한국시각) 샌안토니오전은 양 팀 모두 부상과 휴식을 이유로 주력 선수들을 다수 빼고 치렀다. 때문에 실질적인 전력이 모두 참여했던 마지막 경기인 11일 미네소타전까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이 더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듀란트가 경기 시작 2분도 안 돼 부상으로 빠진 1일부터 11일까지 6경기와 그 전의 59경기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공격 및 수비지표, 즉 100포제션 당 득실점은 NBA닷컴 기준이다.

공수 양면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던 듀란트의 공백으로 공격과 수비 양쪽 수치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으나 공격 쪽 붕괴가 그 예상을 넘어섰다.

▶평소보다 힘든 일정이라는 변수

듀란트가 온전히 있더라도 골든스테이트 입장에서 최근 일정은 힘든 면이 있었다. 우선 시즌 59번째부터 63번째까지 5경기 연속으로 동부 원정길에 올랐다. 그 가운데 앞선 필라델피아전과 워싱턴전, 그리고 뒤쪽의 뉴욕전과 애틀랜타전이 연일 경기들로 묶여 있었다.

이 탓에 7일 안에 5경기라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게다가 태평양 연안 쪽 도시를 연고로 둔 팀이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도시들을 이동하는 중에 거친 날짜 배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닥친 듀란트의 무릎 부상에 팀이 미처 적응할 여유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만하다. 골든스테이트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는 듯 동부 원정길의 마지막 두 경기인 뉴욕전과 애틀랜타전을 연일 경기 시리즈였음에도 모두 승리했다.

문제는 그 뒤 하루 건너 배정된 홈경기 보스턴전과 원정 미네소타전을 모두 패했다는 점이다. 일단 11일 미네소타전에 연이어진 12일 샌안토니오전에서 주력 선수 4명을 제외시키며 휴식을 줬고, 그 2일 뒤인 15일에 홈경기를 가지게 돼 체력 문제의 이유는 없게 됐다.

▶리그 최고 백코트 듀오의 침체기

2014~15시즌부터 명실공히 리그 최고의 백코트 듀오로 인정받은 커리와 클레이 탐슨(27)의 최근 동시 부진이 심상치 않다. 앞서 언급한 힘든 일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부진일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단 단지 듀란트의 공백으로 인해 수비 압박이 이 2명에게 쏠리게 된 결과라 말하기엔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와이드 오픈 상황에서 야투 적중률이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커리의 슈팅 슬럼프가 전에 없는 장기화를 거치고 있다. ⓒAFPBBNews = News1
NBA닷컴에는 슛을 할 때 가장 가까운 수비수와의 거리별로 야투 성과가 나와 있다. 2피트(0.6m)씩 구분해 수비수와의 거리 0~2피트부터 와이드 오픈의 6피트 이상 거리까지 야투율을 볼 수 있다. 듀란트 부상 전과 후로 커리와 탐슨의 대표적 공격 무기인 3점슛 성과를 수비수와의 거리를 놓고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3월1일 이후로 수비수와 6피트(1.8m) 이상 떨어진 상태에서 커리가 총 20회, 탐슨이 총 18회의 3점슛을 던졌다. 그리고 각자 단 5개와 3개만 와이드 오픈 상황에서 성공시켰다.

이를 통해 커리와 탐슨의 슈팅 컨디션이 분명 평소와 심각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듀란트 부상 이후 팀의 승패가 커리의 3점슛 온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리그 1위 성적 유지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커리의 3점 슈팅은 2월 초부터 기복이 컸고 낮은 대역의 경기가 훨씬 많았다. 2월2일부터 커리가 치른 17경기 중 33% 이하의 3점슛 성공률이 10회나 나왔다. 반면 5할 이상의 높은 대역 3점슛 성공률은 4회만 나왔다.

▶갑자기 혼돈에 빠진 리그 최상위권 판도

부진에 빠진 골든스테이트에 대비해 리그 2위 팀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최근 9연승을 포함, 맹렬한 추격을 했다. 마침 12일 치러진 맞대결에서 골든스테이트가 패해 경기차는 더욱 좁혀졌고 결국 0.5경기차가 됐다. 3월 시작 직전만 해도 4.5경기차나 나던 두 팀의 거리가 이제는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좁혀졌다.

물론 12일 맞대결에서 주력 선수들을 대거 휴식시킬 만큼 골든스테이트는 조급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 시즌 73승이란 대기록에 선수들의 여유가 희생됐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의 휴식을 통해 커리와 탐슨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듀란트 없이도 아슬아슬하게나마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다면 순위 변동은 차치하고 듀란트의 복귀가 언제일지 장담 못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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