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예지, 임소희, 심유리. 로드 FC 제공
[스포츠한국 홍은동=김성태 기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격투기에서 여성들의 자리는 여전히 부족했다. 로드FC가 새로운 무대를 열었다. 오로지 여성을 위한 무대다. 남자 못지 않게 뜨거운 이들의 펀치와 킥에 팬들은 환호하고 또 환호했다.

11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로드FC 037 XX(더블엑스)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한국종합격투기 최초의 여성부 전용 대회이자 세계 4번째이다. 그만큼 여자 선수만을 위한 리그는 드물다. 첫 대회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선수들과 더불어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준 높은 실력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물론 경기력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을지, 흥행 면에 있어서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훨씬 긴장감이 넘쳤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역시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연이어 이어졌다.

아쉬움도 있었다. 이날 치른 7번의 경기가 가운데 5경기가 판정으로 결과가 정해졌다. 후지노 에미의 서브미션 승리와 박정은의 TKO 승리가 유이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국내 및 세계에서 알아주는 여성 격투기 스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회를 치르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국내 여성 격투기는 한 단계 발전했다.

한편, ROAD FC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중계된다. MBC스포츠 플러스에서 국내 TV 방송이 진행되고, 14억 인구가 시청하는 CCTV로 중국, 해외 팬들을 위해 ROAD FC 유투브 공식 채널 (https://www.youtube.com/roadfc) 에서 생중계로 직접 볼 수 있다.

사진=김성태 기자
[-50.5kg 계약체중 홍윤하 VS 왕시안지에(승)]

치열했지만 왕시안지에는 보다 정확한 타격을 위주로 홍윤하를 상대로 계속 우위를 점했다. 프로 전적은 아직 1전 1승에 불과했지만 생각보다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홍윤하 역시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몇 번의 펀치가 오고갔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 그렇게 2라운드가 끝나는 순간까지 승패는 가려지지 못했다. 판정에서 왕시안지에가 승리를 거뒀다.

[스트로급 심유리(승) VS 하라다 시호]

혼전이었다. 두 선수 모두 경기 시작이 얼마 되지 않아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하라다 시호는 계속 덤벼들며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보려 했지만 심유리는 장기인 타격을 앞세워 계속 펀치와 킥을 연달아 날렸다. 2라운드가 됐고 심유리가 계속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며 하라다 시호의 공세를 막아냈다. 심유리가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스트로급 후지노 에미(승) VS 나탈리아 데니소바]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다운 경기였다. 후지노 에미는 이번 대회 유일한 왼손 파이터인 데니소바를 상대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경기를 치렀다. 160cm의 작은 신장임에도 불구, 데니소바의 안면에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두 선수가 뒤엉켜 싸우는 가운데, 에미가 탑에서 파운딩을 계속 하며 데니소바를 궁지로 몰았고 2라운드 1분 15초 만에 초크를 걸며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아톰급 임소희(승) VS 하나 데이트]

'할리퀸' 분장으로 계체 행사에 등장,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임소희와 발랄하게 뛰어다니며 등장부터 팬들의 환호를 받은 하나 데이트가 맞붙었다. 임소희의 콤비네이션이 좋았다. 하나 데이트 역시 케이지를 넓게 쓰며 계속 견제했다. 계속 공방이 오고갔다. 임소희가 몇 차례 테이크 다운을 시도하며 안면에 펀치를 날렸다. 심판 전원 일치 판정으로 임소희가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임소희는 "1년 만에 승리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연습한만큼 나오지 못해서 아쉽지만, 앞으로 더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49.5kg 계약 체중 박정은(승) VS 박나영]

2001년 생이다. 어리지만 당돌했다. 아마추어 전적 2승 1무 1패를 기록한 박나영의 첫 데뷔전이었다. 상대는 타격은 물론 그라운드 기술까지 두루두루 갖춘 '꼬마늑대' 박정은이었다. 상당히 긴장감이 넘치는 타격전이었다. 박나영이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은의 적극적인 공격과 돌진이 결국 효과를 발휘했다. 2라운드 2분 7초 만에 박정은 TKO로 승리했다. 패한 박나영 역시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다.

[-46.5kg 계약 체중 이예지(승) VS 시나시 사토코]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에게 이번 경기는 복수전이었다. 데뷔전에서 일본 최고의 베테랑 중 한 명이었던 시나시 사토코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아쉽게 패했다. 어느새 1년 6개월의 경력을 지닌 선수가 된 이예지는 로드FC 여성부 경기에 꾸준히 나서 2연승을 거뒀다. 상대 사토코는 서브 미션에서 상다한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이예지도 밀리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서브미션의 공방이 오고갔다. 대등한 경기였다. 판정결과, 심판 전원 일치로 이예지가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이예지는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감사드려야 할 분이 너무 많다. 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신 로드FC 정문홍 대표팀과 관계자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플라이급 강진희 VS 라이카 에미코(승)]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의 제자로 알려진 강진희다. 데뷔전에서 이날 경기 상대였던'복싱챔피언' 라이카 에미코와의 난타전을 통해 타격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당시 아쉽게 패했기에 이날 경기에서 복수혈전을 꿈꿨다. 두 선수 모두 혈전을 펼쳤지만 3라운드까지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다. 판정 결과, 에미코가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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