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제공
[스포츠한국 안양=이재호 기자] 자신도 웃기다고 했다. 한달전쯤만해도 퇴출 얘기가 거론되다가 이제는 긍정적 의미로 ‘계속 한국에 뛸 생각이 있냐’라는 질문을 받는 상황에 대해 말이다.

안양 KGC의 미운오리로서 ‘퇴출 0순위’로 두 번이나 퇴출 위기를 맞았던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는 이제 KGC의 핵심선수로 자리잡으며 팀의 1위 수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KGC는 10일 오후 7시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82-7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기존에 삼성에 한 게임차 리드(삼성 31승16패, KGC 32승15패)였던 KGC는 삼성에게 패배를, 자신들에게 승리를 안기는 ‘2게임짜리 승리’를 해내며 승차를 2게임으로 벌리며 1위를 굳혔다.

이날 승리의 영웅은 단연 사익스였다. 사익스는 덩크 3개를 포함 23득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을 해내며 이날 팀내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1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기록만이 아닌 점수차를 벌리는데 큰 기여를 했던 3쿼터에서의 미친 활약(11득점 3어시스트 2스틸)과 안양 홈팬들을 향해 보이는 제스처와 세리머니로 경기장 분위기의 50%이상은 사익스가 주도했다.

승리 후 사익스는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벤치에 있던 선수, 팬들 모두가 뭉쳐서 이겨낸 경기다”라며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이런 경기에서 위축될 수도 있지만 나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려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근 사익스의 활약은 너무나도 무섭다. 지난 4일 고양 오리온전에서는 3점슛 2개 포함해 30득점을, 8일 원주 동부전에서는 25득점을 해낸 것. 이날 경기 23득점까지 합해 최근 3경기에서 평균 26득점을 해내고 있다. 그 사이 안양 KGC도 확실히 1위자리를 수성하며 10일 경기 후 2위 삼성과의 승차를 2게임차까지 벌렸다. 시즌 종료가 눈앞인 상황에서 정규리그 우승에 중요한 키를 거머쥔 셈이다.

사익스의 이 같은 활약은 올 시즌 KBL 최고의 반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차례 퇴출 통보를 받았다가 대체선수의 부상으로 퇴출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2월말에도 퇴출 통보 직전까지 갔다가 KGC가 다시 철회하며 퇴출은 없던 일이 됐었다. 두 번이나 퇴출 위기를 겪고도 끝내 살아남은 것. 당시 KGC의 ‘갑의 횡포’에 대한 비난이 많았고 사익스는 기구한 사연을 갖게된 외국인 선수 정도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두 번의 퇴출 위기를 겪고 난 후 사익스는 완전히 환골탈태했고 결국 현재는 KGC 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 1순위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 후에는 ‘내년에도 한국에 남을 생각이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제 사익스가 남을지 안남을지를 선택하는 뒤바뀌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익스 역시 이를 아는 듯 “2달 전만해도 나갈걸 걱정했는데”라며 웃은뒤 “그 일이 두 번이나 있은 후 오히려 나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팀을 우승시킬 수 있다는걸 보여주려고 더 노력하게 됐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의 상황은 늘 바뀐다. 어제의 대통령이 오늘의 민간인이 됐듯 말이다. 사익스도 KGC의 미운오리에서 백조로서 멋진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