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에 포함되는 일은 종종 선수 본인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반면 이따금씩 더 좋은 상황을 맞이하는 기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런 일이 현재 유수프 너키치(23·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게 일어난 듯 보인다.

덴버 너겟츠에서 NBA 첫 3시즌을 보낸 너키치는 지난 2월14일(이하 한국시각) 포틀랜드로 트레이드된 이후 모든 부문에서 전과 다르게 많은 숫자들을 남기고 있다.

트레이드 전까지 23승32패(승률 41.8%)를 기록했던 포틀랜드 역시 트레이드 뒤로는 4승3패를 기록했다.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너키치의 합류 이후 몇 가지 좋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중용 받지 못했던 덴버 시절

너키치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16순위로 호명된 뒤 당일 트레이드를 통해 덴버에 입단했다. 7피트(213cm)에 달하는 신장과 건장한 체격을 갖춘 너키치는 골밑 득점 능력도 있어 제법 좋은 기대를 받기도 했다.

수비수가 붙어 있을 때 너키치의 득점 능력이 더 돋보인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신인 시즌엔 선배 선수들에 밀렸고 2년차 시즌부터는 신인 센터 니콜라 요키치와 출전 시간을 경쟁했다. 이 탓에 올시즌까지 평균 출전시간이 18분을 넘긴 적이 없었다. 올시즌 덴버 소속으로 기록한 평균 출전시간은 17.9분이었다.

반면 포틀랜드로 트레이드된 뒤로는 7경기 중 6경기를 선발로 나왔고 시간도 평균 29.2분으로 훌쩍 늘었다. 이에 따라 전 부문 기록도 늘었다. 심지어 야투율까지 늘었다.

아래는 올시즌 너키치의 소속별 평균 기록 비교다.

▶승리에 큰 보탬이 된 득점 활약

너키치는 정통 센터의 득점 기술을 갖고 있다. 덩치를 이용해 골밑 공간을 선점한 후 훅이나 레이업을 올려 넣는다. 포틀랜드 소속으로 페인트 구역 안에서 던진 58개의 야투 중 34개(58.6%)를 성공시켰다.

대신 외곽에서의 슈팅 능력은 떨어진다. 페인트 구역 밖에서 던진 13개의 야투 중에선 5개(38.5%)만 성공시켰다. 덴버에서 시도했던 페인트 구역 밖 야투율 24.0%를 통해 보면 부족함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최근 NBA 빅맨들이 긴 사정거리를 갖춘 경향에 비교해 보면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 하지만 안쪽에서 제법 확실한 성공률을 갖췄다는 장기가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포틀랜드는 8일 경기를 포함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최근 2번 맞붙었는데 모두 너키치가 경기 막판 승리에 큰 일조를 했다. 접전의 상황에서 추격의 득점 또는 결승 득점을 너키치가 올렸기 때문이다.

대부분 상대 선수를 곁에 둔 상황에서 성공시킨 야투들이다. 확실한 2점이 필요할 때 너키치의 득점 능력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급등한 어시스트

덴버에서 평균 1.3어시스트를 기록하던 너키치가 포틀랜드에서 4.0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유를 단지 출전시간의 증가로만 볼 순 없다. 이보다는 포틀랜드의 독특한 공격 체계가 큰 작용을 한 듯 보인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너키치와 소속이 서로 바뀐 센터 메이슨 플럼리가 그 좋은 예다. 플럼리도 브루클린 넷츠에서 0.9어시스트에 머물다 2015~16시즌에 포틀랜드로 옮긴 뒤 2.8어시스트로 수치가 훌쩍 높아졌다. 그리고 올시즌엔 평균 4.0회까지 늘었다.

포틀랜드는 코트 위에서 가장 큰 신장의 센터가 외곽 또는 포스트에서 기회를 엿보다 골밑으로 잘라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패스하길 주문한다. 이 역할을 수행하기에 필요한 시야와 손기술을 갖고 있음을 너키치도 짧은 기간이지만 증명했다.

덴버 시절 적은 출전시간으로 노출이 적었던 너키치의 파울 문제가 현재 드러나고 있다. ⓒAFPBBNews = News1
▶개인 파울 증가는 곤란

수비 진영에서 너키치가 힘으로 밀릴 일은 없지만 상대의 빠른 움직임에 간발의 차이로 대처가 느린 경우는 곧잘 나온다. 이같은 빈 구석이 최근 많은 파울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너키치가 최근 7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개인 파울은 3.9회다. 경기 당 3.9회의 개인 파울이면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와 드마커스 커즌스의 3.8회보다도 많다.

바로 8일 오클라호마시티전에서도 5반칙 파울 트러블로 출전시간에 제약이 있었다. 이외에도 너키치가 포틀랜드 소속으로서 5반칙과 4반칙 파울 트러블에 걸린 사례가 3번 더 있었다. 더 확고한 입지에 오르기 위해선 파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 너키치는 충분한 시간을 통해 드래프트 전에 기대 받았던 기량을 제법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나머지 시즌 일정과 다음 4년차 시즌에서 꾸준히 시간을 받게 된다면 덴버에서 겪은 공백과 부진을 제대로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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