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기다린 ‘야구 월드컵’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일 28인 최종 명단을 WBC 조직위원회인 WBCI에 제출했다.

사진 왼쪽 부터 오승환, 임창용, 이대호, 김태균.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번 대표팀은 각종 사유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가 많아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WBC라는 각오로 무장한 대표팀의 투·타 베테랑 4인방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시 뭉친 '철벽 불펜 듀오' 임창용-오승환

2013년 제 3회 WBC에 한국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오승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삼성에서 오랜 기간 함께하며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임창용(41·KIA)과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불펜 투수라는 공통점 뿐만 아니라 마무리 투수라는 동일한 직책을 맡고 있는 탓에 두 선수의 사이는 더욱 돈독하다. 지난 2009년 2회 WBC에서는 나란히 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다.

지난 2007시즌 이후 같은 팀에서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절친했던 두 사람. 하지만 임창용과 오승환은 지난 2015년 12월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물의를 빚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 두 선수 모두 KBO로부터 ‘KBO리그 복귀 후 리그 총 경기수 50% 출장 정지(72경기)’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6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이 확정된 오승환은 당장의 징계는 피했지만 수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고, 도박 파문 이후 삼성에서 방출 당한 임창용은 어렵사리 KIA 에 입단했음에도 반 시즌을 나서지 못하는 긴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임창용과 오승환은 징계를 약으로 삼아, 2016시즌을 부활의 해로 일궈냈다. 오승환은 76경기에 등판해 6승3패, 14홀드, 19세이브, 1.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활약.

임창용 역시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34경기에 등판 3승3패 15세이브, 4.3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반 시즌 만에 KIA의 필승 마무리투수로 등극한 그다.

사실 두 선수는 이번 WBC 대표팀에서 조우하지 못할 뻔 했다. 해외 원정도박 파문 관련 징계를 받았던 임창용과 달리 오승환이 아직까지 징계를 받지 않았기 때문.

이런 탓에 ‘선배’ 임창용은 대표팀 최종 명단에 포함되면서 역대 최고령 국가대표 기록을 경신했지만, 오승환은 당초 대표팀 기술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명단과 예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대표팀의 핵심을 담당해야 했던 선수들이 각자의 이유로 이번 대회 불참을 결정하면서 김인식 감독의 구상은 틀어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더 이상의 전력 약화를 막고자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오승환을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오승환은 지난달 20일 최종 명단 승선을 확정지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6년을 거쳐 대표팀에 승선한 만큼 임창용과 오승환에게 이번 대회는 무척 소중하다. 두 선수의 연령대를 감안한다면 마지막 WBC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

특히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오승환은 대표팀 발탁이 결정되기 이전인 지난달 6일 일찌감치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떠났다. 만약을 대비하며 담금질에 나선 것.

그 어느 때 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대표팀 마운드다. 세간의 평가를 뒤집기 위해서는 절실함과 책임감으로 무장해 뒷문을 단단히 틀어막아 줄 이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관록의 거포 듀오' 이대호-김태균

지난 2009년 2회 WBC를 앞두고 훈련에 임했던 이대호(왼쪽)와 김태균. 스포츠코리아 제공
1982년생 동갑내기인 이대호(35·롯데)와 김태균(35·한화)은 KBO리그가 낳은 최고의 거포 우타자로 통한다. 두 선수의 행보는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많다.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명성을 날렸던 두 선수는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일본 무대를 경험했다는 사실까지도 같다. 두 선수의 관계가 라이벌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

물론 일본 진출 이후의 행보에서는 희비가 엇갈린 것도 사실. 이대호는 일본 무대마저 평정하고 2016시즌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 끝내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도 이뤘지만 김태균은 일본 무대에 적응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KBO리그로 유턴했기 때문.

하지만 김태균은 KBO리그 복귀 이후에는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수 년 간 리그 연봉킹의 위용을 뽐냈다. 지난 시즌에도 타율 3할6푼5리, 23홈런, 136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한 김태균은 출루왕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웃어보였다.

프로에서의 커리어는 다소 희비가 엇갈린 측면은 있지만, 두 선수는 적어도 대표팀에서 만큼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두 선수는 지난 2009년 제 2회 WBC 대회를 시작으로 무려 3차례(WBC 2회, 아시안게임 1회)의 굵직한 국제 대회를 함께했다.

비록 지난 2013년 대회는 아쉬움 속에 마무리 됐지만 나머지 2개 대회에서 두 선수는 대표팀의 호성적을 이끈 바 있다. 다수의 메이저리거가 제외된 채 국제대회에 임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이대호, 김태균 만한 경험을 지닌 강타자도 없다. 두 선수는 대표팀 타선의 기둥 역할을 맡을 전망.

사실상 마지막 WBC가 유력한 이대호와 김태균은 남다른 의지를 드러내며 이번 대회를 준비 중이다.

먼저 김태균은 지난달 30일 소속팀 한화 선수단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현재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다른 한화 선수들과 달리, 그 어느 때 보다 빨리 움직였다. 지난해 연말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에 임했을 정도로, 2017년의 성공을 위해 쉬지 않고 박차를 가해왔던 것.

일찌감치 몸을 관리했던 탓인지 김태균의 컨디션은 그 어느 때 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물론 대표팀에 호재다.

오랜 해외 생활을 청산한 뒤, 지난달 24일 롯데에 전격 복귀한 이대호는 소속팀과 스프링캠프를 최대한 함께한 이후 대표팀에 합류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당초 그는 2월말에 대표팀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이순철 대표팀 타격 코치의 간곡한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이대호는 오는 14일 롯데 전훈지였던 미국 애리조나를 떠나 16일 일본 오키나와 대표팀 캠프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대표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보며, 팀워크를 다지겠다는 각오. 이번 대회 호성적을 위한 그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프로야구 원년둥이 듀오’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대호와 김태균. 두 선수가 묵직한 한 방을 통해,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WBC 도전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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