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박대웅 기자] 공격과 수비, 개인 기량과 팀 융화, 현재와 미래 등을 놓고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1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KCC전을 앞두고 유도훈 감독이 깜짝 발언 하나를 남겼다.

제임스 켈리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현재 운동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힌 유 감독은 “19일에 대체 외국인 선수 아이반 아스카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다. 그런데 이후 어떤 선수를 택할지를 놓고 심도 있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켈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선보인 아이반 아스카. KBL 제공
켈리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23.1점 10.0리바운드 1.7어시스트 1.6스틸 1.1블록을 기록한 전자랜드의 핵심 선수다. 반면 아스카는 10경기에서 평균 15.5점 5.7리바운드 1.0어시스트 0.7스틸 0.7블록의 성적을 냈다.

개인 출전 시간에서 아스카가 약 5분을 덜 뛰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전반적인 기록만 놓고 보면 켈리가 확실히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켈리를 아스카로 완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유 감독의 발언은 의외로 느껴지기 쉬웠다.

하지만 고민에 빠질 이유도 충분했다. 유도훈 감독은 “켈리는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와 같은 전형적인 골밑 요원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은 있지만 내외곽의 비중을 점차 팀에 맞추는 움직임도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그런 시도를 하던 중 부상을 당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먼저 드러냈다.

유 감독은 이어 “후반기에도 그러한 과정을 계속 거치면서 국내 선수들을 켈리 쪽에 맞추는 것이 옳은지, 혹은 아스카를 기용하며 수비 하나라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국내 선수를 살려주는 것이 옳은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당연히 개인 기량에서는 켈리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유도훈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켈리의 평소 성격은 마음에 들지만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때때로 본인의 플레이를 고집하는 면이 있고, 국내 선수와의 조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스카는 초반 2경기를 치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기대감이 높지 않았으나 최근 경기력이 상당히 올라온 상황이다. 수비형 선수로서 팀이 급한 시기에 안정적인 플레이를 서서히 선보였고, 작은 신장임에도 국내 선수들의 득점을 살려줄 수 있다는 점, 버진 아일랜드에서 함께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커스버트 빅터와의 수비 로테이션 궁합 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실제 아스카 합류 직후 2연패를 당했던 전자랜드지만 이후 8경기에서는 6승2패를 기록했고, 최근에도 3연승을 내달리며 팀 성적 역시 만족스러운 편이다.

유 감독은 팀의 공수력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전자랜드는 켈리가 뛴 22경기에서 평균 79.8득점, 78.2실점을 기록한 반면 아스카와 함께한 10경기에서는 평균 77.4득점 71.9실점을 기록했다. 평균 득점이 2.4점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평균 실점은 무려 5.5점이 감소했다.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출중한 개인 기량 뿐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면 에이스 역할을 해온 켈리를 포기하는 것이 절대 쉬운 선택은 아니다. KBL 제공
우선 19일에 아스카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만큼 전자랜드는 20일 아스카의 시즌 대체 가승인을 KBL에 요청할 계획이다. 가승인 신청을 내야 보유권이 생기기 때문에 가져가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친 전자랜드에게 영입 우선권은 주어지는 상황. 다만 아스카가 해외 리그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를 품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스카와 켈리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역시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18일 KCC전을 마친 아스카는 “몸싸움이 심한 경기에서 열심히 뛰었는데 승리를 했기 때문에 다른 표현보다도 기쁘다는 말을 가장 하고 싶다. 수비에서의 실수, 공격에서 오픈 기회를 살리지 못하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독려하면서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 팀 승리였기 때문에 더욱 기뻤다”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의 승리 소감을 밝혔다.

아스카는 이어 “오늘 경기도 다른 경기와 동일하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수비부터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했다. 오늘 라이온스와 매치업을 했는데 잘 아는 선수다. 득점력이 있고 훌륭한 선수라서 나로서는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수비와 리바운드부터 풀어가려는 자세로 임했다”고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특히 아스카는 “빅터가 그동안 함께 하면서 전자랜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줬고, 위기마다 좋은 조언을 해줬다. 때문에 코트에 들어가서 최선을 다해 빅터가 편안한 환경에서 승리를 이끌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빅터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터프한 KBL의 특성이 나와 잘 맞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돌아오고 싶을 만큼 이 리그가 너무 좋다”는 속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다른 리그 진출이나 다음 날에 대한 생각보다 하루하루에 충실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정효근도 아스카, 켈리와 각각 뛰었을 때 나타나는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정효근은 “아스카가 온 뒤 내가 살아나고 공격 옵션이 많아진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아스카에게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높이를 가지지 못했지만 수비력이 정말 좋고 어느 상대와 붙어도 20점 이하로 묶어낼 만큼 잘 해주고 있다. 팀 플레이에 헌신하려는 노력도 있다”며 아스카를 먼저 칭찬했다.

그러나 정효근은 “켈리는 공격력이 좋고 포스트에서 공격을 많이 하는데 아무래도 내 공격 시도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트랜지션 게임에서 워낙 좋고 높이가 있어 켈리 역시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한 쪽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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